해담
대로에서 접어든 길이 구불구불 밭길 동네 골목길이어서 식은땀 흘리며 빠져나왔는데, 골목길이 끝나니 바다와 해변길이 환상처럼 펼쳐지고 이어 식당이 나타난다. 구세주같은 식당이 음식도 구세주다. 앞바다 장어를 푸지게 맛있게 담아내온다. 굴전은 더 바랄 맛이 없다. 산지에서 먹는 맛에는 기분도 덤으로 따라온다.
1. 식당대강
상호 : 해담
주소 : 경남 고성군 고성읍 신월로 9
전화 : 055-674-0892
주요음식 : 장어구이
2.먹은날 : 2023.12.22.점심
먹은음식 : 장어점심특선 11,000원, 굴전 12,000원
3. 맛보기
장어가 전문인 집이다. 장어에 다른 사이드 음식을 곁들일 수 있다. 자칫 단조로울까 우려하여 굴전을 곁들이니 최상이다. 더구나 지금은 굴철이다.
고수가 나와 경남에 온 것을 알려준다. 고수를 먹는 경남과 안 먹는 경북, 경북과 경남은 이렇게 갈린다. 고수를 파총처럼 썰어 내왔다. 장어탕에 넣어먹으라는 말이다. 사실 장어탕에서는 엷게 제피 흔적이 느껴진다. 제피와 고수, 생각보다 강한 양념이 경남의 특색이다. 신선한 생선이 지천인 경남에서 강한 향신료의 활성화라니, 잘 연결이 안 된다. 아니 해산물을 많이 먹어야 해서 그렇게 됐는지도 모른다.
고수에 기타 양념도 푸지다.
고수. 향도 제법 진하다. 고수에 익숙해지면 음식 향유의 지평이 넓어질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여기서 파를 안 먹는 것도 아니니 그만큼 음식 조리의 스펙트럼이 넓은 거다.
장어. 보기에도 신선한 장어, 굽고 양념장해서 나왔다. 선명한 초장 빨간색과 파양념 푸른 색깔에 하얀 장어 살색이 대조되며 음식이 화려해진다. 맛을 느끼는 데는 온갖 감각이 다 동원된다. 후각은 물론이고, 시각도 무시 못할 감각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화려하고 깔끔한 차림에 입맛이 동한다. 과연 졸깃한 식감에 적절한 양념 간이 입맛에 맞다. 양이 조금 섭섭한가. 그렇다고 더 주문하기에는 부담스럽고. 어쨌거나 훌륭한 한끼다.
굴전. 전형적인 맛이다. 굴맛이 잘 살아 있고, 간도 맞고 전의 풍성함도 느껴지는. 파양념으로 더 맛있어 보인다. 굴전은 늘어붙어 부치기에 쉽지 않은 식재료다. 집에서 부치는 전보다 향은 조금 떨어지는 느낌도 든다. 대신 깔끔한 모양새와 맛이 프로 솜씨를 보여준다.
장어탕. 오랜 솜씨가 담긴 깊은 맛이다. 시래기도 적절하게 삭아 부드럽다. 국물은 장어죽처럼 간 장어살이 담뿍이다. 깊은 맛의 근거이다. 보양식이라는 느낌이 절로 드는 음식이다. 그러면서도 시래기로 밥과 짝하는 국으로서의 몫을 제대로 감당하도록 했다. 식약동원이라는 말이 참으로 적절한 음식이다.
밥도 갓 지어내와 고슬고슬하다. 서운하다면 좁쌀 몇 개 뿌리면 안 될까. 그러면 가격이 올라갈까. 식당 음식 준비에서 항상 갈등인 부분일 거다. 밥은 쫄깃한 맛도 같이 담아 좋다.
4. 먹은 후
식당에서 멀리 보이는 다리가 해지개다리. 차로 2,3분만 가면 다리 입구에 도착. 그 입구에는 다인 커피숍이 있다. 거기 차를 주차하고 다리를 건널 수 있다. 다리까지는 앞뒤로 데크길이 이어진다.
신월로를 끼고 해지개다리가 바다위로 나서 건너마을과 연결하고 있다. 해변도로를 끼고 데크길이 놓여 있어 식당 바로 위쪽에서부터 산책이 가능하다.
대한민국 어디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시골길도 어지간하면 모두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다. 이제 깔끔 수준을 넘어 미모로 간다. 여기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했던 것들이 아니 그 이상으로 꾸며져 자연을 누리게 해준다. 치안이 안전하면서 자연재해 드물면서 이만한 나라 별로 없는 거 같다. 아름다운 바다, 아름다운 다리에서 아름다운 산책이 가능하다.
다리를 건너면 남산공원 오토캠핑장 쪽에 이른다.
커피를 마시는지, 풍경을 마시는지 모르겠다. 커피맛도 좋다. 커피값에 풍경값 약간은 들어있는 거 같다.
#고성해담 #고성맛집 #다인커피 #고성장어맛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