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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웜-06]
9.
김지영 박사의 가방은 어깨에 맨 검정색 작은 핸드빽과 곧 찾게될 여행용 가방. 그렇게 두개였다. 승객이 있는 기내보다는 화물칸에 두는 것이 간편하고 안전하다 생각하였다. 그녀는 여행가방들을 싣고 돌아가고 있는 컨베이어 옆에서 유심히 눈 앞을 스쳐가는 가방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크 블루 바탕에 대각선으로 3개의 진홍색 선이 그어진 접이식 손잡이가 있는 적당한 크기의 것이었으며 쉽게 눈에 띌 것이었다. 그 여행용 가방은 토론토에 있을 때 아웃 몰에서 샀다. 지금은 브랜드가 없어진 트리플 레드였다. 그리고 손잡이에 매달린 마스코드 북극곰. 그녀는 검정색 엎퍼가죽에 미끄럼 방지 무늬가 깊게 새겨진 고무 아웃솔 첼시부츠를 신고 있었으며 늘씬하게 보이는 다리를 좌우 앞뒤로 조금씩 움직이며 초조함을 달래고 있었다.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여행용 가방들이 컨베이어에 더 늘어났다. 아마도 다른 출발지에서 막 도착한 비행기가 짐을 쏟아 놓은 것 같았다. 짐을 찾은 사람들은 직선 방향에 있는 세관 검사대를 거쳐 역시 직선 방향에 있는 출구로 빠져 나갔다. 출구는 두개였고 열감지 씨스템으로 사람이 가까이 가면 자동으로 양쪽이 열렸으며 그 문 앞에는 5미터 정도 공간뒤에 가드 라인이 있고 환영객들이 모여 있었다. 그 중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든 사람도 보였다. 김지영은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제임스 아저씨를 기다리게 하는 것에 대하여 좀 불안하여 문 열리는 출구를 가끔 보았다. 그 때 출구문이 열리며 몇 사람이 출구를 천천히 나가는 사이 흰 종이에 한글로 ‘김지영’이라고 크게 쓴 글씨를 본 것 같았다. 지영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제임스 아저씨일 것이다. 나가는 사람에 가려 더 이상 볼 수는 없었다. 찾기를 그만두고 고개를 돌리는데 세관 검사대를 막 통과하는 트리플 레드를 보았다. 천천히 굴러 출구로 향하고 있었다. 가방 중간쯤에 손바닥크기의 눈같이 흰 북극곰이 흔들거리며 손짖하였다. 집을 떠날 때 엄마가 준 마스코드를 지영이가 직접 달아 놓은 것이었다. 지영은 얼른 고개를 돌려 컨베이어를 보았다. 몇 개의 가방만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저건 내 가방이야' 지영은 본능적으로 세관 검사대로 달려갔다. 안되었다. 세관 검사대는 바뻣다. 지영은 검사대로 달려가며 출구문이 열리는 것을 봤다. 지영피켓은 있었다. 확실하게 ‘김지영’이었다.
"제임스 아저씨! 내 가방! 저 트리플 레드 잡아줘요!"
힘껏 외쳤다. 그 외침을 들은듯 트리플 레드는 놀라서 움찔하다 빠르게 움직여 닫히고 있는 출구 게이트로 나아갔다. 지영은 세관검사대에 걸려 더 나아가지 못하고 발만 동동굴렀다. 세관검사대 검사원은 지영의 울부짖는듯한 구조요청으로 즉시 비상무전기를 들고 공항경찰을 호출했다. 거의 같은 시각에 트리플레드는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게이트를 나가 우측으로 돌아 앞만 보며 성큼 성큼 걸어갔다. 제임스는 그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김지영임을 알았다. 그리고 트리플레드가 출구 경계를 넘어 나와 우측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환영객 무리의 뒤를 돌아 우측 가드라인이 처진 끝으로 재빨리 움직였다. 그들은 둘이었다. 제임스는 가방을 끌고 오는 그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자 뒤 따라오던 다른 한사람이 제임스를 밀치려 왼손을 내뻗자 제임스는 빠른 동작으로 그의 왼 손목을 왼손으로 잡음과 동시 그의 왼쪽으로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오른손으로 그의 어깨를 수도로 힘껏 치며 그의 오른쪽으로 그를 밀었다. 그는 예상치 못한 공격에 중심을 잃고 그의 오른쪽으로 빠져 나가든 트리플 레드 가방을 든 남자에게로 넘어졌다. 둘은 부딛치며 동시에 바닥에 등을 지고 벌렁 넘어졌다. 그 동작은 순식간이었다. 넘어진 둘은 황당한듯 급히 일어나질 못하고 입만 벌린 채 의아해 하였다. 제임스는 재빠르게 넘어진 녀석이 잡은 트리플레드 가방을 빼앗아 잡고 출구 게이트쪽으로 돌아서는데 경찰이 오고 있었다. 가까이 온 공항경찰이 그의 손목을 잡고 수갑을 채웠다. 그는 피할 수 있었다.
"움직이지 마라. 너를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그러자 주변에 사람들이 몰렸다. 제임스는 트리플레드 러게지를 두 다리 사이에 끼고 두리번 거렸다. 김지영을 찾는 것이었다.
"Hey! Hey! Not him. You Just now release him. His's my uncle. Take them. Run and take them!"
어느사이에 김지영이 와서 공항경찰들에게 그를 풀어주고 달려가 저 놈들을 잡아라고 외쳤다. 그 때 이미 두 사람은 기다리고 있던 승용차를 타고 있었다.
"아저씨. 당신이 제임스 리 아저씨 맞죠?"
지영은 트리플 레드를 끌고 앞서 걷고있는 사람을 향해 물었다. 지영이도 여자로서는 큰 키였지만, 그가 훨씬 더 컷다. 그는 낡은 그린색 군복 점퍼를 입고 있었다. 푸른 물이 가득한 것 같은 청바지를 입고 첼시부츠를 신고 있었다. 걷는 걸음걸이는 일자였다. 가끔씩 왼쪽 발끝이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기도 하였다. 머리는 검었지만, 언제 감은지 모를 정도로 부시시하였다. 그런 그가 멈춰서 돌아보았다.
"아가씨가 김지영. 그 유명한 여류시인이고 영어학원 원장인 김선애의 딸 김지영?"
지영이 가까이 다가가서 고개를 들고 얼굴을 바라보았다. 며칠 면도를 하지 않았는지 수염이 자라 있었다. 눈은 빛났지만 싱글꺼플이어서 매력은 없고 멍청해 보였다. 코와 입 제대로 잘 자리 잡아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눈만보고 손을 내밀었다.
"제임스 아저씨. 정말 고마워요. 그 순간 아저씨가 있어서 저들을 제압하여 블루웜을 지킬 수가 있었어요. 저, 김지영. 김선애 엄마 딸 김지영이예요.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생글 웃으며 손을 내밀어 자기를 소개하는데 어느 누가 지체하겠는가.
"그래. 맞습니다. 저는 제임스 리입니다. 김지영 박사님. 그 순간에 제가 그곳에 있어서 다행스러웠습니다. 만나게 되어 아주 좋습니다."
제임스가 내민 김지영의 손바닥을 부드럽게 잡고 말했다. 그의 말이 좀 세련되지 못하였고 표현이 서투르구나 하는 느낌을 지영은 그로부터 받았다.
"예. 저는 눈물날 정도로 반가웠어요. 처음 만남에 이렇게 큰 신세를 지다니, 참 묘해요."
"왜, 어떻게 묘한데요?"
"그 때에 아저씨가 바로 게이트 앞에 피켓을 들고 있었고 제 목소리를 듣고 바로 행동으로 옮겨 그들을 간단히 제압하고 트리플 레드를 찾게 해 주신 것이 착착 계획처럼 진행된 것 같아서요."
"그렇군요. 뭘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제임스가 3층 게라지로 올라가는 에레베이터 문을 열고 지영이 먼저 들어가도록 기다리며 말했다. 2층에서 3층까지는 순식간이었다.
"어려운 건가요?"
지영이 자동차가 빽빽하게 주차된 넓은 게라지로 먼저 나가서 트리플 레드를 잘 끌고 나오도록 문을 잡고 제임스를 기다리며 다시 물었다.
"아닐겁니다."
"그럼 물으세요."
"좀 전 말하는 중에 블루웜이라고 하던데... 그것 지렁이나 박테리아 아닙니까?"
어맛! 하듯 지영은 화들짝 놀라며 제임스를 쳐다봤다. 제임스는 리모컨을 눌러 자동차 문을 열고 있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아저씨! 정체가 뭐예요?"
지영은 제임스가 트렁크에 실을려고 하는 트리플 레드 러게지(luggage)를 얼른 뺏어 손에 잡고 물었다.
"하하하- 아까 그렇게 하시지 그랬어요. 어머니께서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요?"
제임스는 지영이 귀엽다는 듯 미소띈 얼굴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말도 하지 않으셨어요. 왜요?"
지영은 대어들듯 고개를 다시 쳐들고 물었다. 제임스는 지영이가 잡은 러게지를 다시 뺏다시피 잡아 들고 자동차의 트렁크에 집어 넣었다.
"어서 타요. 가면서 말해줄테니."
"어디로 가는 건데요?"
지영의 목소리가 긴장하며 날카로워졌다.
"노보텔 호텔. 글로벌 특이 미생물학회 빌딩과 가장 가까운 호텔이지요. 주변에 한인식당들이 많아요."
"영 핀치 남쪽에 있는..."
"예. 맞아요. 내가 이미 예약을 해 두었으니 가기만 하면 됩니다."
"예. 저도 알아요. 그 호텔. 노스욕센터 옆에 있잖아요."
"이제 안심하고 탈거지요? 주차요금은 분당 계산하거든요."
"예. 좋아요. 가요."
오랫만에 반가운 이름을 들으며 대화를 한 지영은 이제 기분이 좋아졌다. 블루웜까지 찾았고 공항에서 헤매임없이 바로 숙소로 편히 갈 수가 있으니 밤이지만 제대로 토론토의 공기를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 김지영이 의학박사이지만 겨우 28살이다.
"아저씨는 어디 사세요?"
지영은 조수석에 앉아 스쳐지나가는 어두운 도로의 불빛을 보면서 물었다. 지금은 깊은 밤. 어코드의 전자 시계는 01시 40분이다.
"쏜힐 들어봤어요? 베이뷰와 죤스트릿 노스?"
"아하- 그 청와대라 불리는 콘도?"
"어휴- 의학박사인 줄만 알았는데 지명학도 공부했는가 봅니다. 어떻게 거길 알고 있어요?"
"유티 대학 때 공부가르치던 8학년 학생 집이 그 콘도에 있어서 알아요. 분위가 아주 좋던데요. 주변 환경도 좋더라구요."
"맞아요. 8년째 그곳 원룸 콘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게을러서 자주 옮겨 다니질 못해요."
"왜 원룸에서 살아요? 원룸이라면 방 하나 그리고 거실 그렇잖아요?"
지영은 의아해서 고개를 돌려 제임스를 봤다. 그런 지영을 제임스도 고개를 잠시 돌려봤다. 그리고 얼른 전방을 주시하여 계속 운전하였다. 그 때 제임스가 고개를 돌렸을 때 그의 눈 속에서 마주오는 헷라이트에 비춰 반짝한 그의 눈물을 보았다. 지영은 얼른 고개를 돌려서 검게 보이는 차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제임스 아저씨는 나쁜 사람은 아니야. 지영은 그렇게 생각하였다.
"나중에... 김 박사님이 떠나시기 전에 말 할 기회가 있을겁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고... 피곤하시지요?"
지영은 그가 침묵된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꾼다는 것을 알았다. 좋았다.
"아니예요. 전혀 피곤하지 않아요. 월요일 아침에 첫 미팅이 있으니 시간은 충분해요. 아저씨~ 아직 팀하튼 커피점 있어요?"
그들이 죤+우드바인 코너에 있는 팀하튼 커피샾에 들어서니 네 테이블에 손님이 있었다. 시각은 새벽 2시였다. 제임스는 미디움 싸이즈에 트리플 트리플을 샀고 김지영은 스몰 싸이즈 블랙을 사서 어둠만 보이는 창가에 마주 보고 앉았다. 지영은 비로서 제임스 아저씨를 찬찬히 볼수 있었다. 제임스도 지영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았다.
"아저씨. 우리 결투 전이예요. 그렇지요?"
지영이 미소를 띄며 말했다. 커피를 잡으며 양 어깨를 들썩이며 제임스가 대답하였다.
"무슨 결투?"
"우리는 서로 약점을 찾거나 흠집을 찾거나 하느라 뚫어지게 얼굴을 보고 있었잖아요. 저에게서 뭘 찾았어요? 아저씨."
"김지영~"
제임스는 인자한 아저씨가 되어 사랑 가득 담긴 목소리로 불렀다.
"예."
나직하게 지영이 수줍듯 대답하였다.
"나는 김지영 박사의 얼굴에서 김선애 시인의 모습을 찾고 있었습니다. 김 박사는?"
그의 목소리는 그리움에 젖어 있었다. 지영이 그 목소리를 듣기가 힘들었다. 그의 음성은 참 매력있고 남성답다 생각하고 있던 지영은 결국 엉뚱한 말을 하여 분위기를 깼다.
"블루웜을 어떻게 아셨느냐고 제가 물었잖아요. 아저씨는 나중에 말해 준다고 하셨고. 지금 말씀해 주세요."
"흠. 드디어 김 박사가 먼저 공격을 하시는군요. 좋아요."
애틋한 분위기는 깨어져 버렸다.
"어머니에게서 김지영 박사가 글로벌 미생물학회의 중요회의에 참석하기 위하여 토론토에 도착한다고 말하며 건강하게 보람을 가지고 한국에 무사히 귀국하여 만나도록 해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래서 약속을 하였고 짐작하는 것이 있어 학회를 뒤졌지요. 자세하지는 않았지만 김지영 박사의 슈퍼박테리아에 관한 한국의 현재 상황도 봤지요. 결국은 그런 일 혹은 사건때문에 학회의 회의에 참가하려 오는구나 나름대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블루웜이라고 말하였으니 제 짐작이 숨쉬고 있는 거지요. 더 궁금한 것 있습니까?"
제임스가 차분히 생각을 말해주고는 커피를 마셨다. 지영은 한숨을 쉬었다. 그것을 제임스가 놓치지 않았다.
"무슨 고민인지 말해봐요. 내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지영이, 제임스 어깨너머 어둠을 보던 눈을 돌려 제임스를 향해 입을 여는 순간.
"아. 잠깐. Let’s get a break time for 10 minutes. Okay?"
"what's going on to you?"
놀라서 지영이도 역시 영어로 물었다. 갑자기 한국사람끼리 왠 영어람... 속으로 두털거리며...
"담배... 잠깐만 맑은 밤 공기 좀 쐬고 오겠습니다."
제임스가 얼굴을 지영이에게 가까이하며 사정하였다.
"저도 같이가요."
"응! 담배피워요?"
"ㅎㅎㅎ. 아니예요. 저도 맑은 바람이 필요해서요."
마캄시의 새벽 공기는 온화하고 신선하였다. 제임스가 사는 곳에서 차로 10분 노보텔 호텔에서 20분 거리에 팀하튼이 있었다. 오늘 지금은 토요일 새벽. 한 주의 힘든 일을 한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있을 것이다.
"아저씨. 서울과 달리 공기가 참 맑고 상큼해요."
담배를 피며 생각에 잠겨있는 제임스를 지영이 깨웠다.
"피곤하시지요? 졸리기도 하고?"
"아니예요. 시차 때문인가 봐요. 아직은 싱싱해요. 침대에 누우면 잠에 떨어질 것 같아요. 그래서 잠들기 싫어요."
지영은 정말 지금은 잠들고 싶지 않았다. 고요한 새벽의 평화와 부드럽게 흐르는 맑고 신선한 공기 그리고 든든하게만 느껴지는 제임스 아저씨가 있는 지금을 좀 더 향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만났지만 이야기할 수록 정이가는 아저씨였다. 그러나 제임스에 대한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다.
"아저씨. 직업은 뭐에요?"
이런. 이런 타입은 의사의 것이 아닌데... 지영은 막 담배를 마치고 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그의 등 뒤에 대고 물었다. 그가 천천히 지영이쪽으로 돌아서며 미소지었다. '어휴- 저걸 살인미소라 하나?' 그의 미소는 모양만 갖추었지 미소가 아니었다. 묘한 표정이었다. 무표정과 멍한 무념의 상태에서 입술이 살짝 그리고 눈가가 조금 움직였을 뿐이다. '저게 살인미소일거다' 지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천하다 생각하는 구두닦이. 다운타운에서 구두닦는 일을 합니다. 놀랐지요? 어머니가 말씀 안하셨어요? 실망이 크겠군요."
"전혀. 어떤 기대도 안했는데 실망이 있을 수 있어요? 저는 괜찮아요. 어머니가 소설쓰신다고 하셨는데."
"저는 괜찮은데 누가 안 괜찮을까요? 쓰는 것은 누구나 하지요."
"혼자사세요?"
지영은 사실 그의 직업을 알고나자 실망하였다. 적어도 반듯한 사업을 하지 않겠나 짐작했었는데, 알고나니 솔직히 그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처음보다는 하향쪽으로 달라졌다. 그래서 내친 김에 물었다. 그는 들고 나온 커피를 마시고 다시 담배를 꺼내 불을 붙혔다. 지영은 이제 담배냄새가 느껴졌다.
"이곳 캐나다에 혼자 온 것은 아닌데 지금은 혼자입니다."
지영은 이제 피곤하였다. 그와 어떤 관계를 설정하려는 것은 전혀 아니잖는가. 제임스. 그는 지영을 노보텔 호텔에 데려다 주고 체크인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떠나며 필요할 때는 부담없이 전화하라며 쪽지에 휴대폰 번호를 적어주며 노란 서류봉투를 같이 주었다. 지영은 카드키로 302호 룸을 열고 들어가자 그제서야 졸음이 밀려왔다. 그냥 침대에 누워자고 싶었다. 지영은 천정을 향한 채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갑자기 자기 전에 제임스가 준 봉투가 궁금하였다. 싸이드 탁자에 놓은 봉투를 잡고 붙인 곳을 조심해서 찢어 열었다. 그 속에는 검정색 아이폰4, 충전기, Sifa 20불 짜리 국제 전화카드 5장 그리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캐나다 20불이 30장 CD600이 들어있었다. 그의 세심한 배려에 지영은 놀랐다.
지영은 시간을 보니 한국의 어머니에게 전화해도 될 것 같았다. 어머니의 전화에서는 '하늘이 준 운명의 사랑.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요.' 하는 곡이 흘러나왔다. 엄마는 이상한 음악을 전화하는 사람이 듣게 한다고 생각하다 놀랐다. '어. 내가 한국에서 전화할 때는 이 노래가 아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