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09 성찬식 설교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은혜
사도행전 13:16~41
제가 살면서 딱 귀찮은 일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동차 정기검사이고 하나는 건강검진입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귀찮아도 반드시 해야 합니다.
자동차 검사에서 무슨 문제가 발견되면 돈만 주면 고쳐줍니다. 하지만 건강검진에서 문제가 있으면 복잡해지죠. 제가 30대 부목사일 때 어떤 집사님이 자기는 병원에 가는 것이 무섭다고 했습니다. 만일 병원에 갔다가 무슨 큰 병이 있어서 치료받아야 말하면 돈도 걱정이고 자식들도 걱정이고 그래서 무섭다는 눈물겨운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지금까지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 주변을 돌아보면 종종 건강검진을 통해 암이 발견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만일 아무 자각 증세가 없었는데 위내시경을 통해 암이 발견되었다고 합시다. 하지만 수술받으면 완치 가능성이 99%라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암을 초기에 발견해 주신 의사에게 감사해야 할까요? 아니면 왜 멀쩡한 사람에게 악담하느냐고 의사에게 화를 내야 할까요? 설마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겠지요.
그런데 병을 제대로 진단해주는 의사에게 화를 내는 사람은 없지만 영적인 문제를 알려주면 화를 내는 사람은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이렇게 말해 보세요.
“당신은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며 그 죄 때문에 반드시 죽을 것이다. 죽음 후에는 지옥에 가서 영원히 형벌을 받을 것이다. 지옥은 절대로 가서는 안 되는 너무 끔찍한 곳이다. 하지만 예수님만 믿으면 죄를 용서받고 지옥 대신에 하나님 나라에서 영원히 복락을 누릴 수 있다. 그러므로 죄를 고백하고 예수님을 믿어라.”
이것은 저주나 악담이 아니라 복된 소식입니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이야기입니까? 그런데 은혜받지 못한 사람들은 이 말 앞에 화를 냅니다. “사람이 왜 그렇게 못됐느냐고 합니다. 어떻게 다른 사람을 보고 죄인이라고 할 수 있느냐? 어떻게 지옥에 가라고 악담할 수 있느냐?”라면서 싸우려고 합니다. 나는 분명히 지옥에 가지 않도록 예수님을 믿으라고 했는데 지옥에 가라고 악담했다면서 화를 냅니다.
의사가 암이라고 알려주면 화를 내지 않으면서 지옥에 갈 죄인임을 알려주면 왜 화를 낼까요? 그것은 성령님의 은혜를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오늘 본문의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의 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본문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전개됩니다.
* 선교팀의 진행 상황
바울과 바나바 선교팀은 바보에서 배를 타고 버가에 도착했고 버가에서 내륙 지방으로 이동해서 비시디아의 안디옥에 도착했습니다. 비시디아 안디옥에서 바울과 바나바는 안식일에 회당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그러자 회당장이 외부에서 온 선생들에게 발언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바울은 3단계로 나누어 설교했습니다.
* 바울 설교의 서론
16절부터 22절까지는 애굽 – 광야 – 가나안 정복 – 사사 시대 – 사울 시대 – 다윗 시대까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다 아는 이야기라서 모두가 부담 없이 들었습니다.
23절에서 25절까지는 하나님이 약속하신 다윗의 후손이 바로 예수님이며 예수님에 대해서는 세례 요한이 예언했다고 했습니다.
* 바울 설교의 본론
26절부터 29절까지는 예수에게는 죽일 죄가 없었는데 그는 성경대로 죽었고 나무에서 내려 무덤에 장사되었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십자가를 나무라고 표현한 것은 신명기 21:23을 의식해서입니다. 신명기 21:23에서 “나무에 달린 자마다 저주받은 자”라고 했는데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린 것은 그가 나무에 달리심으로 우리 모두가 받을 저주를 그가 대신 받으신 것입니다.
30절부터 37절까지는 하나님이 무덤에 장사된 예수님을 살리셨는데 바울은 이것이 시편 2:7과 16:10의 예언 성취라고 했습니다. 즉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도 성경대로 된 일이며 예수님의 부활도 성경대로 된 일이라는 말입니다.
시편 2:7에서 하나님은 “너는 내 아들이라 오늘 내가 너를 낳았도다”라고 하셨고 시편 16:10에서 다윗은 “주께서 내 영혼을 스올에 버리지 아니하시며 주의 거룩한 자를 멸망시키지 않으실 것입니다”라고 예언했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회당에 앉은 유대인들은 흥미를 보였습니다. 그들이 생명처럼 여기는 성경, 구약 성경을 인용해서 말하니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서 진짜 그런가 하고 고민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 바울 설교의 결론
38절부터 39절까지 바울은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로 죄 사함과 의롭다 하심을 주셨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40절에서 너희는 거역하여 심판받는 사람이 되지 말라고 했습니다. 마지막 41절에서는 하박국 1:5을 인용하면서 하나님께서 말씀하셔도 믿지 않고 고집부리다가 망한 사람들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설교학 박사로서 바울 설교에 약간의 감점을 주고 싶습니다. 40~41절의 경고를 먼저 한 후에 38~39절의 권면을 하고 끝내면 좋을 텐데 바울은 왜 마지막에 경고하며 설교를 끝냈나 싶습니다.
* 바울 설교에 대한 반응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그런 아쉬움이 있지만 비시디아 안디옥 회당에서 바울의 설교를 들은 유대인들은 바울의 설교에 폭발적 호응을 보였습니다. 우선, 42절을 보면 다음 주에도 와서 설교해달라고 했습니다.
저도 한번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시흥의 어떤 교회에 가서 설교했는데 다음 달에도 와 달라고 했습니다. 그 교회는 매달 한 번씩 외부 강사를 초청하는데 두 달 연속 초청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44절을 보면 다음 안식일에 온 시민이 거의 다 모여서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여기에 약간 과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것이죠. 그런데 저는 한 달 후에 시흥시민이 다 모이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바울과 비교가 안 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유대인들 가운데는 이렇게 호응하는 사람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45절을 보면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바울의 설교를 듣는 것을 본 유대인들 가운데 분노가 폭발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인 무리를 보고 시기가 가득하여 바울이 말한 것을 반박하고 비방(誹謗)했습니다. 그들은 마치 암을 진단한 의사가 수술하면 99% 낫는다고 설명하는데 화를 내는 것처럼 이상한 사람들입니다.
같은 설교를 들었는데 그들은 왜 이렇게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을까요? 그들은 하나님의 은혜를 받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어느 시대에 어느 나라에나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예수님의 복음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직접적이든지 간접적이든지 복음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 가운데 90%는 복음을 거역하고 있습니다. 이 90% 가운데 10%는 전에 예수를 믿고 교회를 다니던 사람입니다. 또 일부는 어릴 때 교회에 한두 번 이상 다닌 사람들입니다. 주일학교에 와서 과자도 얻어먹고 찬송도 불렀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받은 복음을 헌신짝처럼 던져버렸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께 헌신하라고 했더니 하나님과 복음을 헌신짝처럼 취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로 복음을 받고 예수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주님 앞에 나와 예배드리며 주님의 성찬을 받는 것은 바로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기념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빵과 포도즙은 예수님께서 나의 죄를 사하기 위해 죽어 주신 살과 피를 기념합니다. 여러분은 그 믿음을 고백하며 감사하며 이 성찬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 믿지 못하는 가운데 이 믿음을 가진 것은 우리가 워낙 똑똑해서가 아닙니다. 우리가 워낙 성격도 좋고 착해서도 아닙니다. 부모를 잘 만나서도 아닙니다. 저와 제 아내는 학생 시절에 믿음 없는 아버지 밑에서 욕먹으면서 몰래몰래 교회에 다녔습니다. 그렇게 자라서 목사도 되고 사모도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출세하려면 똑똑하면 됩니다. 또 좋은 부모 만나서 고액과외 받으면 됩니다. 어떤 분은 자기가 족집게 과외 덕분에 서울대학교에 갔다고 했습니다. 그분은 원래 머리도 좋았는데 고액과외가 도움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서울대 못 가더라도 성품이 좋고 착하면 사람들이 좋아해서 출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 나라에 가는 것은 똑똑하고 집안 좋고 성품 좋은 것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오로지 하나님의 은혜로 그런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런 자랑할 것이 없습니다.
(엡 2:8~9)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함이라.
지난 주일과 이번 주일은 맥추감사주일로 지킵니다. 맥추감사주일에는 우선 반년 동안 평안하게 산 것을 감사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더욱 감사할 것은 우리에게 구원 얻는 믿음을 주신 은혜입니다. 오늘 하나님께 이것을 감사하며 성찬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가족과 친구에게 이 복음을 전하시기 바랍니다. 그들이 복음을 열광하며 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복음을 거부하며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낙심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땅 밑에서 씨앗이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물 주고 거름 주면 어느 날 갑자기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그 믿음과 그 소망으로 복음의 씨앗을 뿌리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