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로 / 정선례
걷는 사람은 항상 건강합니다. 강진군 보건소 사업인 날마다 동네 한 바퀴 걷기 실천 도전(challenge) 3차를 시작했다. 휴대전화에 워크넷 앱을 깔아 실시간으로 걸음 수가 체크되어 하루 만 보를 기본으로 걷는다. 한 달에 14만 보 이상 걸으면 건강도 챙기고 다달이 선물도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 군 전체 그룹의 걸음 수와 면별 그룹의 걸음 수와 순위가 실시간으로 보여 은근히 상대적인 경쟁하는 마음이 생겨 걷는데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내가 하루에 가장 많이 걸은 날은 2만 7천보로 그날은 우리면 그룹에서 1등을 했다. 군 전체에서 1등 한 분의 걸음 수가 9만보다. 나도 오래전에 최대 5만 보까지 걸어본 적이 딱 한 번 있었지만 이건 비정상적인 걸음 수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땅 대표적인 걷기 좋은 길인 동해안 해변을 따라 걷는 해파랑길 10구간 50개 코스와 남파랑길은 해 뜨는 부산 오륙도에서 해 지는 해남 땅끝까지 남해안 전 구간 90코스이다. 서해랑길은 국토 순례 출발지인 해남 땅끝 탑에서 도착지인 인천 강화도 통일전망대까지 서해를 따라 걷는 109개 코스 제주 올레길 종주 27개 코스는 약 열흘 정도 걸린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목록 중에 우리나라 전역을 두루두루 누비며 다양하고 아름다운 해안 길과 숲길, 마을 길을 걷는 것이다. 강원도 평창 생태 마을에서 청국장을 만들어 암 환자들을 살리는 선한 영향력으로 기적을 만드는 황창연 신부님이 있다. 천주교와 상관없지만 방송에서 신부님의 강의를 여러 번 들어 내가 좋아하는 종교 지도자이다.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가야지 다리가 떨릴 때 가면 안 된다.’ 는 말씀에 나도 생각이 같다. 걷는다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두 발로 걸을 수 있을 때 부지런히 모든 걸 다 받아주는 산에 올라 살면서 생긴 생채기를 어루만져 준다.
햇볕도 좋고 바람도 선선하여 걷기 좋은 날 나 홀로 산행에 나선다. 오늘 산행은 우리 집 앞을 지나가는 827 지방도로를 걸어 강진과 장흥의 경계인 골치재에 도착했다. 호남정맥 사자지맥 1, 2, 3구간이 이어진 산길인데 이 중 2구간에 해당하는 코스 우측 들머리를 찾아 저 멀리 천태산을 바라보며 초당림 편백 숲이 우거진 경사가 가파른 산줄기에 오른다. 초입에서부터 일반적인 등산로가 아니어서인지 잘 다듬어 있지 않아 길의 흔적이 뚜렷하지 않다. 다행인 것은 갈림길에 지역을 대표하는 전남산악회, 홀대모 부뜰이와 천왕봉, 백두사랑 산악회와 무한도전클럽, 비실이 부부 산꾼들이 지나간 흔적의 리본이 잘 보이는 나뭇가지에 걸렸다. 등산 리본의 문구를 보고 1대간 13 정맥 162 사자지맥이란 걸 알게 되었고 길의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특히 홀로 오르는 산길에서는 노랑, 파랑, 빨강색의 리본을 보게 되면 반갑고 사잇길로 빠지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이 생긴다. 겹겹의 산봉우리 내려다보이는 아래 아늑하게 산 아래 저수지 골짜기마다 고즈넉이 자리 잡은 마을이 보인다. 이 길을 자주 걸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나와 걷는다. 라는 뜻의 ‘오우로’란 이름을 지어 주었다.
잡목과 빽빽한 산죽군락을 지나 오르막을 30여 분 얼추 올랐을까 호흡이 가쁘고 등에 땀이 밴다. 그래도 가시 잡목이 없어서 다행이다. 드디어 평지 구간인 지맥 능선에 올랐더니 길이 뚜렷이 보인다. 아직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천관산과 대둔산 두륜산을 바라보며 호흡을 가라앉혔다. 산등성이 수북이 쌓인 솔가리에 질펀하게 앉아 따뜻한 커피와 군고구마로 허기를 채워 힘을 얻어서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자연과 내가 한 호흡으로 무심히 걷다 눈을 들어보니 가지를 꺾으면 생강 냄새가 나서 이름 붙여진 생강나무에 노란 꽃이 가지마다 수줍게 피었다. 이에 질세라 꽃망울 터트린 연분홍 진달래꽃 한 잎 떼어 혀에 올려 본다. 꽃향기 몸 안으로 퍼져 사랑으로 심장을 벌겋게 물들인다. 마치 하늘의 별이 한꺼번에 쏟아져 소풍 왔다가 미처 돌아가지 못하고 붙은 것 같은 사스레피나무 뒷면에 피어난 꽃이 신비롭다. 가끔 찬 바람이 겨울잠에서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나뭇가지를 일어나라고 흔들어 깨우며 새순을 틔우라 재촉하는 소리처럼 들린다.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작은 바위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우뚝 자란 소나무 두 그루 정답게 서 있다. 돌 없는 고운 흙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척박한 바위틈에 자란 나무가 우리 부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산이 내어주는 좋은 기운을 오롯이 누리려면 산행 중에는 강행군이나 늦은 시간에 산에 올라도 안되는 등 잠시도 안전을 소홀히 하면 자칫 발목을 삐거나 얼굴에 생채기를 입는다.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산행하고 내려오는 길에 파릇파릇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쑥과 엉겅퀴를 보았다. 다음 주말에는 부드러운 잎을 캐서 된장국을 끓여야겠다. 평상시 보건소 걷기 도전(challenge)를 하루에만 오천 보 정도 한 덕분에 둘레길처럼 걷기 좋은 길이 아니었지만, 무리 없이 오를 수 있었다. 한적한 오솔길을 다 내려왔을 즈음 물웅덩이를 만났다. 숲에 깃들어 사는 뭇 생명들의 목을 축여주는 생명수일 것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숲속의 적막을 한껏 누린 봄날이다. 처음 가본 낯선 길인데도 엄마 품처럼 아늑한 산길을 걸은 날은 평지보다 많이 걸었어도 다리가 아프지 않다. 휴대전화에 워크넷을 깔아주고 걷기 도전(challenge)를 시작할 수 있게 도움을 준 보건소 담당자가 새삼 고맙다.
첫댓글 와! 만보 걷기도 힘든데 5만보 9만보라니 대단하신 분이네요. 봄을 제대로 만끽하셨네요.
보통은 만 오천보 걷습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좋은 운동이네요. 저도 시작해야 하는데
걷기도 술이나 커피처럼 중독성이 약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시작이 반이라 했으니 도전 해보시지요.
저도 걷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다리 다쳤다고 쉬다 보니 이제는 나가기가 귀찮습니다. 선생님 글을 읽으니 이번 주말에는 일어나 나가고 싶어지네요. 걷기 좋은 길도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건강한 삶의 이야기에 걷기의 소중함을 배웁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저는 칠천보가 목표입니다. 하하. 그래도 목표 달성 못하는 날이 많습니다. 이런 저도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걷고 싶어집니다.
저도 백현 선생님처럼 칠천 보가 목표인데 그조차 하는 날보다 하지 못하는 날이 태반이네요.
오우가
정다운 그 길을 저도 걸어보고 싶어집니다.
저도 걷는 걸 너무 좋아해요. 아름다운 길을 매일 걷는 정선례 선생님이 부럽습니다.
가끔 찬 바람이 겨울잠에서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나뭇가지를 일어나라고 흔들어 깨우며 새순을 틔우라 재촉하는 소리처럼 들린다.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가끔 찬 바람이 겨울잠에서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깨우며 새순을 틔우라 재촉한다. 발걸음을 재게 놀리는데
산이 내어주는 좋은 기운을 오롯이 누리려면 산행 중에는 강행군이나 늦은 시간에 산에 올라도 안되는 등 잠시도 안전을 소홀히 하면 자칫 발목을 삐거나 얼굴에 생채기를 입는다. - 산이 내어 주는 좋은 기운을 오롯이 누리려면 강행군하거나 늦은 시간에 오르면 안 된다. 잠시라도 안전을 소홀히 하면 자칫 발목을 삐거나 얼굴에 생채기가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