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무도장 진출
(2007. 3. 17. 토요일)
너무나 화창한 초봄 날씨였다.
자이브 개인레슨을 받고 답십리에 있는 Z무도장으로 갔다.
그곳에 자이브를 함께 배우는 학원생들이 오기로 했다.
남자분 세 명이 모였다.
여성분은 한 분.
한 분의 여성분은 자이브는 나와 비슷한 진도를 나갔지만 룸바는 아직 발도 못 떼는 수준이었다.
널찍한 무도장은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자이브와 룸바를 하는 쪽에는 여성들이 각양각색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있어서 눈이 부셨다.
학원생들이 여성 회원들도 많이 올 거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막상 한 분만 오고 다른 여성분은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난, 아직은 낯선 여성들과는 춤을 할 엄두가 안나서 학원생 여성분이 내 차례가 되기만을 기다렸다가 가끔씩 자이브만 잡았다.
어차피 그 여성분이 룸바는 안되니까...
그런데 자이브가 왜 이렇게 안 되는지 모르겠다.
중간에 자꾸 끊기고 순서도 생각나지 않고 다음에 무얼 연결해야 될지 까마득했다.
음악도 자꾸 틀리고 함께 배운 여성과도 이러한데 모르는 분하고 하면 어떨까 생각하니 난감했다.
자이브만 하다가 쉬고 내 차례를 기다렸다가 여성분이 우리 학원생과 안하면 내가 자이브를 했다.
그렇게 하고 있는데 하얀 드레스를 화려하게 차려입은 얼굴이 익은 여성분이 나한테 와서 트로트 음악에 왈츠를 하자고 했다.
거절할 틈도 없이 여성분한테 손이 이끌려서 왈츠를 했다.
음악은 마음에 들지 않고 왈츠의 감미로운 맛도 못 느꼈지만 남들이 하는 것처럼 왈츠 흉내를 내면서 음악이 끝날 때까지 했다.
트롯트 음악이 끝나고 자이브를 그 분이 잡아 주었다.
잘 되는 것 같다가도 중간에 자꾸 박자를 놓쳐서 곤욕을 치렀다.
그래도 그 여성분이 잘 잡아 주었다.
다음에는 블루스 음악에 룸바를 했다.
그 여성분은 댄스 경력이 오래되어서인지 룸바를 텐션을 넣어주면서 아주 여유 있고 부드럽게 잘 되었다.
왈츠와 룸바는 의외로 잘 되었다.
별로 당황되거나 겁나지 않았다.
한 마디로 별것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근데, 왜 이리도 자이브는 안되고 헤매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자이브를 게을리 한 것도 아닌데...
하여튼 모던댄스에서도 왈츠와 슬로우 폭스트롯 같은 느린 종류의 춤은 자신도 있고 잘 되는 편인데...
템포가 빠른 탱고나 퀵스텝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감이 드는 것과 같다.
트로트 음악 나올 때마다 그 숙녀분이 적극적으로 와서 계속 왈츠를 몇 번이나 해야 했다.
사실은 난 무도장에서는 왈츠를 할 마음도 없고 하고 싶지 않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음악도 마음에 들지 않고 바닥도 미끄럽고 여러 사람들과 부딪치고 제대로 모양도 낼 수 없고...
그래서 내 자의로는 무도장에서는 왈츠를 추지도 않고 왈츠를 흉내 낼 줄 안다고 표시도 안내고 싶었는데...
그렇지만 오늘 막상 해보니까 그런대로 되는 것 같았다.
음악 박자는 첫 음만 [쿵]에 맞추고 그 다음부터는 음악 자체를 아예 무시해버리니까 음악 때문에 왈츠가 깨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몸이 망가는 걸 느끼니까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다.
이제 무도장에서도 왈츠와 룸바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그렇지만 자이브 때문에 모르는 여성과는 도저히 할 용기가 안 난다.
조건부 제의가 가끔 들어왔는데 그렇게 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왈츠를 잡아주면 자이브 잡아 주겠다는 여성분들의 제의를 받아들이고...
무도장으로 다니면서 왈츠와 룸바를 추면서 즐기는 쪽을 택할까 하는 유혹이 자꾸 들었다.
댓글
눈동자2 07.03.18 00:23 첫댓글
자이브를 순서로 하려고 하지 말고 좋아하는 루틴만 뽑아서 하셔도 될 텐데요. 뭘 할지 생각이 안 나면 베이직 연거푸 하셔도 되구요. 지금쯤 자이브 완성 하셨을 텐데 왠 엄살입니까? 청노루님의 우아한 왈츠 리드 언제 함 받아 볼까나??? 건강 하시고 즐댄 하셔요....
앙마 07.03.18 05:42
청노루님께서 다 잘하시면 우덜은 무엘 묵고 삽니까요?~ 헤^^
돌이07.03.18 08:01
가끔 님의 글을 보면서 다른 쪽 문으로 들어온 사람의 어려움을 봅니다. 일반적으로 지루박등 사교댄스를 무도장에서 시작해서 자이브 룸바 왈츠 순으로 배우는데 님은 문화셑타나 동호회에서 출발하신것 같군요. 그렇다보니 일반 무도장에 오면 거리감이 있을 수 밖에 없지요. 춤을 어디서 어떻게 출 것인가에 따라서 좌우되지만 현재 우리나라 현실을 볼 때 무도장 춤이 90%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게 볼 때 언제든지 즐춤하고 싶으면 무도장 스타일의 춤을 추어야 합니다.
돌이 07.03.18 08:05
다행이 요즘은 무도장 댄스스포츠는 왈츠만 잘 추면 최고입니다. 자이브는 배우고 일 년 정도만 지나면 무도장에서 즐춤 할 수 있습니다. 음악 역시 잘만 맞는지라 춤이 망가짐은 각오해야 하고 한편으론 거기에 맞추어서 추면됩니다. 즐춤하시길.......ㅎ
겨울나그네 07.03.18 09:15
첫박 쿵만 맞추고 다음 박부터는 무시한다..... 좋은 정보 입력하고 갑니다요....ㅎㅎ
폭포수처럼 07.03.18 09:53
노루님 답십리까지~~??? 대단한 성공? ㅊㅋㅊㅋ 함 뵙고 싶어도 갈체까지는 거리상 갈수가 없었는데 답십리라면 댄스화 벗어들고 쫒아 갈께요~~^&^
댄스 만들기07.03.18 12:12
제니스 무도장에 가셨나 봐요. ㅎㅎ그 무도장이 저의 아지트인데요 .
보라매 07.03.18 12:42
청노루님은 저와 체질이 비슷한 모양입니다. 저도 느린 춤은 노력의 댓가는 받는 것 같은데 빠른 것, 특히 자이브에서 물,심,신(연습남보다10배는).. 투자를 했는데도 버벅대고 있어니 ..요즘 저도 개인레슨 기초부터 다시... 담당강사가 아예 레슨기간에 허락없이 아무나하고 놀지도 못하게... 조건을 제시하는 분 있으면 하세요. 기회입니다. 잘 하는 여성분이 이끌어 줘야되요. 서로 상부상조하면 좋지요!! 왈츠 원음보다 트롯음악 타기가 더 쉬운데.. 느끼는 맛은 어떤지 몰라도....
바다새 07.03.18 15:51
숙제검사~~ "오늘의 일기" 참 잘했어요 도장꾹~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