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투병생활로 하루하루가 조심스런 날을 지내다가 오작동이 심한 핸드폰을 교체했습니다.
인공지능 기능도 있고 해서 마음이 기쁘고 설렜는데 언제나처럼 문제가 다 사라지는건 아닌 것 같습니다.
충전기와 이어폰을 주문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문 앞에 도착했다는 택배물품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배달기사님께 문의한 후 주소지가 잘못된 배달품을 직접 가져왔습니다.
호수가 203호가 아닌 304호로 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잘못된 주소지의 배달품도 가능한 한 주문자에게 배달한다는 말씀을 듣고 수거해 가라던 요청을 반환으로 전환했습니다.
사실 제 생각에는 주소지가 잘못된 배달품은 수거해서 공급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는 것 같지만 그런 불편함을 감수할 배달 기사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배달품이 아무도 받지 않아 떠돌다 폐기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택배기사님 말씀 중에 제가 주소를 그렇게 입력했다는 말씀이 이상하게 신경에 거슬렸습니다.
항상 주문 후에 그 내용을 사진찍는데 이번에는 못 찍은게 못내 아쉽지만 203호 확인은 분명히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하여간 디지털 데이터를 해킹하는 현상들이 난무해도 사회적인 주의를 끌지 못하는 것은 역부족의 시대에 참고 살라는 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참는 것과 묵인하는 것을 교묘하게 혼동시켜 결국 책임전가의 최종 결판을 내야 하는 것처럼 싸우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의 하나님은 그 책임을 홀로 십자가에서 떠 안으시고 우리에게 다시 살 길을 열어주셨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책임전가의 올무에서 벗어나 각자의 책임만큼 정직하게 회복된 선 (goodness) 을 지켜가야 할 것입니다.
이래도 좋고 (good) 저래도 좋은 (good) 것도 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물건을 받느냐 안받느냐를 선택하는 길밖에는 다른 공동책임을 물을 길은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일단 반환청구를 했습니다.
기분 좋은 결말은 아니지만
자기가 잘못해놓고 저런다는 뒷담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지만
자신에게 정직한 것이 정직의 첫걸음일 것이기에
어쩜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저도 저의 작은 십자가를 지는데 용감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는 회복된 영생의 나라에서 쫓겨나는 일은 없어야겠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