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권 주기’를 사용하여 힘겨루기에서 벗어나라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가 “싫어, 싫어!” 라고 떼를 쓰고 부모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아이에게 요구하며 시간을 보내버리는 경우가 있다. 아이가 아무리 어리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들이 있다. 부모가 다른 것들을 요구하면 아이는 끊임없이 울고 고집을 부려야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의 요구를 합법적으로 인정해 주고 아이 쪽에서 자유롭게 선택하는 방법이 선택권 주기이며, 선택권 주기의 매력은 아이가 울거나 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부모가 기다려 주기 때문에 멋진 일인 것이다.
자녀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명령한다면 아이는 무기력해 지고 자신은 아무 힘이 없는 사람으로 지각될 것이다. 이때 자녀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부모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며, 자꾸만 불만이 쌓이다 보면 자녀는 엉뚱한 일을 가지고 부모에게 반항할 가능성이 높다.
선택권이란 아이에게 부모의 바라는 것을 명령하고 이를 따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자신의 일을 결정할 수 있게 물어봐 주고 기다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방법이다.
선택권을 주는 방법은 아이에게 “이 옷을 입을래?”, “아니면 다른 옷을 입을까?”라고 하는 양자택일의 방법이 있다. 수많은 힘겨루기를 슬그머니 비껴가는 효과적인 기술일 뿐만 아니라 자녀의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시키도록 준비시켜주는 것이다.
좀 더 성장한 자녀에게는 개방형의 선택권 “어떤 놀이를 먼저 할래?” 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어린아이에게는 개방형의 질문 보다는 양자택일과 같이 간단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 좋다.
친구와 함께 여행 갔을 때의 일이다. 친구 가족은 아이의 옷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식사를 하러 가는데 친구는 파란색 윗옷을 갈아입으라고 했고 아이는 입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었다. 아이와 엄마의 힘겨루기는 15분 이상을 이어 갔고 아이는 고집을 부리고 엄마는 애원하고 화를 내고 급기야 협박하기에 이르렀다. 실랑이는 끝없어 보였고 아이와 아이의 엄마 모두 힘든상황이었고 분위기는 나빠졌다. 그래서 친구에게 다른 윗옷이 있냐고 조용히 물었다. 다행히 다른 옷이 있었다. 그 엄마에게 “두개의 윗옷 어떤 게 마음에 드냐?” 라고 아이에게 선택해 보라고 제안했다. 화가 너무 나 아이를 혼내려는 엄마는 다른 방도가 없기에 나의 조언을 받아들였고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아이는 선택권을 받아 들였고 우리는 식당으로 갈 수가 있었다.
우리가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에게 명령과 지시만 하고 있을 때가 언제인지 생각해 보자. 충분히 생각하고 나서 우리가 허용할 선택권이 뭐가 있을지 어떤 기회에 사용할지를 고려해 보자.
아이가 밥을 먹지 않겠다고 한다든지 목욕을 하지 않겠다고 할 때가 기회인 것이다. 이때 부모 쪽에서 반드시 언행일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 쪽에서 지키지 못할 사항은 처음부터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면, “밥 먹기 싫으면, 밥 먹지 말고 한 끼 걸러도 돼.”라고 말했다가 자녀가 한 끼 거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하자. 이때 부모는 무서운 목소리로 “얼른 이리 와서 밥 안 먹어? 라고 위협하면 안 된다.
그리고 매사를 아이에게 선택하라고 지시하지 말아야 한다. 어린이들은 때때로 부모 쪽에서 분명하게 지시를 내려 주기를 바란다. 네 살짜리 아이가 거리에 뛰어다니도록 선택권을 주는 것은 생명에 위협이 가기 때문에 선택권 주기가 적절하지 않다. “안돼” 라고 분명히 말하고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와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부모들이 줄 수 있는 선택권은 무엇이 있는지 창의적으로 생각해 보라. 선택권 주기는 100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준비하고 성격이 형성되고 있는 영 유아기에 처음으로 받게 되는 선택권은 자신에게 주어진 특권 같은 것이다. 선택권을 주고 결정할 수 있게 기다려주고 잘 선택한 일들의 결과를 스스로 느껴보게 되는 것은 아이의 인생에서 커다란 기쁨을 경험해 주는 일이다. 이러한 작은 성공들은 자기 결정권과 자율성 주도성에 영향을 주어 스스로 자신의 일을 잘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을 해주는 부모는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훔치는 일이다.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것과는 구별되며 선택권 주기는 아이 스스로 그 일을 잘 처리해나갈 책임감을 배우는 원형이 된다.
정숙자
교육학 박사 / 나우부모교육센터 소장 / 경성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