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겪는 늙음.
-2019. 10. 22. ‘두근두근 내 인생’ 교과서 수업을 듣고 작성.
고은비 / 광동고 1학년 4반 1번 koeunbi489@gmail.com
종이 치고 아이들이 자리에 앉자 선생님께선 들어오셨다. 항상 교과서만 들고 다니셨지만, 오늘은 USB를 들고 오셨다. 선생님은 USB를 꺼내 아이들에게 연결을 부탁하셨다. USB를 연결하는 동안 아이들의 웅성거림으로 인해 수업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가지 못하셨지만, 연결이 끝나고 아이들이 조용해지자 선생님은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두근두근 내 인생’이라는 글에 형식이 무엇일까요?”
“시나리오요.”
“맞아요. 우리는 두근두근 내 인생이라는 시나리오에 대해 배워야 해서 영화의 일부분을 볼 거에요.”
아이들은 5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영화가 재밌어서인지 순식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영상 내용은 신체가 빨리 늙는 조로증을 앓고 있는 아름이에 관한 내용이었다. 어느 날 아름이에게 메일 한 통이 날라오는데 메일은 서하라는 여자애가 방송을 보고 아름이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아름이는 서하와 메일을 주고받고 조로증을 앓고 있지 않은 자신과 서하가 함께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하면서 설렌다. 어느 순간부터 서하와 연락이 끊기고 아름이의 몸도 점점 약해진다.
영상이 끝나고 선생님께선 시나리오와 희극은 씬 넘버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하셨다. 영상 쪽이 진로인 지민이에게 물었다.
“씬 넘버를 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간과 장소가 바뀌어서 그렇습니다.”
선생님은 지민이가 말한 것에 덧붙여 설명해주셨다.
“씬 넘버가 같다는 것은 같은 시각, 장소라는 것을 표현해주는 거예요.”
씬 안에 더 작은 단위가 무엇일 것 같냐고 물으셨지만, 아이들이 대답이 없자 직접 설명해주셨다.
“씬 안에 더 작은 단위는 컷 또는 샷이라고 말하고 컷은 카메라가 켜졌다가 꺼졌을 때를 말합니다.”
선생님은 키스씬을 예시로 컷에 대해 설명하셨다.
“아, 그리고 씬은 보이지만 컷은 시나리오에 표현되지 않습니다.”
선생님의 이야기 주제는 문학으로 넘어갔다.
“우린 쾌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데 언어로써 쾌감을 느끼게 만든 것이 문학입니다. 문학에 장르는 4가지인데 하나는 추상적인 언어를 나열한 시와 스토리 라인이 있는 소설, 자신의 무언가를 그대로 표현하고 싶을 때 수필, 몸으로 표현하고 싶을 때 시나리오나 희곡 이런 건 중학생 때 용어라면 고등학교 용어로 바꾸면 시는 서정, 소설은 서사, 수필은 교술, 희곡은 극이라는 거 배웠죠?”
“네.”
“희곡이랑 가장 가까운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소설입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있지만, 시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별로 없어요. 이유는 소설은 행동과 대사를 나타내서 희곡으로 바뀌기 쉽기 때문이지요.”
선생님은 교과서를 피라고 하시며 간단한 줄거리를 읽어 주셨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난치병을 앓고 있는 16살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문학 작품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준다고 하네요. 여러분이 태어나서 쭉 아프다면 태어날 만하다고 생각했을까요?”
“안 태어나는 게 나았을 것 같아요.”
“아름이는 고통스럽지만 태어나는 게 나았다고 생각했어요. 여기서 아름이와 우리하고 차이가 나는 것 같네요.”
“타이타닉은 두 명의 사랑 이야기인데 영화의 시작은 배를 건져서 초상화를 찾는데 찾은 초상화에 여인은 비싼 목걸이를 하고 있어요. 그 초상화에 주인공이라는 할머니가 나오면서 영화가 시작되는 데 내용은 강요된 결혼으로 불행 하려던 찰나에 젊은 남자 화가하고 사랑에 빠져요. 타이타닉이 침몰해서 남자는 죽을 상황에 처하는데 남자는 죽기 전에 여자에게 꼭 살아서 자유로운 인생을 살아달라고 약속을 하고 저체온증으로 죽죠. 할머니는 남자가 죽었다는 것만을 생각하지 않고 남자하고 한 약속을 지켜요. 마지막에 할머니가 초상화에 나와 있는 비싼 목걸이를 꺼내서 던져요. 이걸 보면 목걸이는 경제적 가치보다는 그 사람과의 추억이었던 걸 알 수 있죠. 이런 여러 상황을 보면서 겪는 우리의 상실의 아픔을 뛰어넘는 것이 문학에 있어서 읽는 것 같아요.”
“자, 그럼 교과서로 우리는 어떨 때 두근두근하나요?”
“연애할 때 요.”
“무서울 때 요.”
“맞아요. 인생은 사랑과 설렘 말고도 두려움 아픔 등이 있는데 둘 다 있어서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이 영상에서는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 철없는 부모와 철 든 자식’을 대조하고 있어요. 일반적인 소설가라면 심장병, 백혈병을 설정할 수 있겠지만 왜 하필 조로증을 선택했을까요?”
“백혈병이나 심장병을 우리와 동떨어져 잇는 느낌이지만 늙음은 우리도 언젠가 겪게 되는 일이라는 것이 백혈병과 심장병과 다르죠.”
선생님의 수업이 끝나기도 전에 종이 치는 바람에 급하게 마무리를 하셨다.
“다음에 이어서 하도록 할게요.”
오늘 수업을 통해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지 고민해봤다. 국어 수업 기록 담당이 아니었다면 듣고 넘겼겠지만, 오늘은 더욱 그 질문이 나에게 다가왔다. 아름이는 짧은 시간을 살면서도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삶을 끝냈지만, 나는 아름이보다 몇 배를 더 살더라도 그런 생각을 갖고 죽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맴돌았다. 이 질문을 통해 내린 결론을 태어나길 잘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알찬 삶을 보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수업 기록)2019.10.22_우리 모두 겪는 늙음_고은비.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