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때
문현미
그곳 담장은 누구도 넘어가지 못한다
다만 무시로
착한 바람과 새들만이 오가는데
아무 죄없는 한 생이 형장을 떠나는
눈물조차 가위 눌리는 순간
마지막으로 부르짖는 외마디 비명이
허공을 찢으며 날아간다
살을 에는 바람이 휘몰아치는 동안
불의 의지로 준령을 넘었던 당신
목숨을 초개처럼 던진 흔적 앞에서
떨리는 심장에 큰 못 하나 박힌다
단단한 슬픔이 나무를 키우는 걸 안 것이
바로 그때이다
눈부신 인내가 잎새를 푸르게 하는 걸 안 것이
바로 그때이다
문현미 시인의 시집 『별이 빛나는 서대문형무소』의 “바로 그때”라는 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모두 통합하는 通(통)시제의 보편성을 가진 채 생성된다. 바람과 새들만 오갈 수 있는 “그곳 담장”을 넘어 “아무 죄없는 한 생이 형장을 떠나는” 순간, “외마디 비명이/허공을 찢으며 날아간” 순간, “살을 에는 바람이 휘몰아치는 동안/불의 의지로 준령을 넘었던” 순간, ’당신‘이 목숨을 초개처럼 던진 순간은 모두 ”단단한 슬픔이 나무를 키우는“이치를 알려준 거룩한 ’바로 그때‘이다. ”눈부신 인내가 잎새를 푸르게 하는 걸 안“ 그때야말로 민족적 자각과 함께 가장 성스러운 죽음과 부활의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