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 (정찰)
산장 안에서 자는 동안 고소증세에 뒤척이는 소리에 잠을 잘 못 이뤘다. 일어나기 귀찮았는데 화장실이 급해 침낭을 빠져나왔다. 약간의 두통 증상에 머리가 아프다.
우리는 산장에서 나와 몇몇은 텐트를 치고 나머지는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아침은 고추장찌개였다. 얼큰한 맛에 입맛이 돈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코로나 산장까지 정찰을 나갔다. 경옥형 영훈형 이렇게 3명만 출발을 했고 나머지는 고소증상으로 텐트에 머물렀다.
라첵을 지나 라이트하우스에서 왼쪽 언덕으로 오르다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갔던 길을 되돌아 오기를 반복하니 기운이 빠진다. 겨우 길머리를 잡고 제대로 된 길로 접어들었다. 빙하가 끝나는 지점이 잘 보이는 곳 가까이 갔다. 날씨가 안 좋아져서 경옥형이 더 가지 말고 내려가자 해서 우린 라첵으로 향했다. 내려갈 때는 오르며 보지 못했던 표식기 리본과 작은 케룬을 따라 내려갔다. 줄줄이 이어진 그것들을 따라 걸으니 걷기도 편하고 힘도 덜 들었다. 내일은 이정표를 잘 찾아 빠르고 쉽게 올라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돌아와 고소증세에 텐트에서 잠을 자다 저녁 식사를 했다. 오늘의 요리는 닭볶음탕이다.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빨간 국물이 맛있게 보였다. 국물을 먹어보았다. 진한 닭 육수가 제대로 우러난 깊은 맛이 있었다. 그리고 닭고기를 한 점 들어 먹으려는데 마치 고무 타이어를 씹는 듯 이빨도 안 들어갈 정도였다. 손으로 들어 물어뜯어야 했다. 다른 형들은 잘 드신다. 닭이 오래 씹을수록 고소하다니 하며 먹는데 내 입맛엔 별로지만 단백질 보충을 위해 우겨넣듯 먹어둔다.
내일은 본격적인 등반을 시작하는 날이다. 코로나 무인산장까지 이동 후 ABC를 구축하는 일정이지만 오늘 정찰을 다녀온 느낌만으로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어제 밤에 포터에게 헤드랜턴을 준 것이 떠올랐다. 앞으로의 일들이 걱정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내 워킹스틱도 포터들과 함께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아무래도 포터중 누군가 들고간 것 같다. 망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한다.
첫댓글 처음겪는 고소증세에 난감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헥헥. 고산약먹는 이유가 다 있더라구
저 너덜길 죽음의 길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