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丹陽文化保存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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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동+......☜ 스크랩 사람답게 사는 마을 (1999. 10월의 글)
금수산 오태동 추천 0 조회 74 16.05.20 07:13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사람답게 사는 마을, 자연과 문화의 조화가 필요하다  

 

 

며칠 전 공산당의 지도자 몇 분과 식사를 하며 문화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좋은 도시란 산업환경도 중요하지만 자연환경과 문화환경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얘기를 주로 했다. 이것은 3동시(三同時)의 조건이지 선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원래 동양사회는 자연과 조화를 이룬 삶을 전형으로 여겨왔는데 서구식 산업화 발전 모형이 들어오면서 삶에서 자연이 분리되었다. 상업화 과정에 들어와서는 삶과 인격이 돈에 묶여 제멋대로 끌려다니는 비극이 나타나고 있다. 잘살면 해결되겠지, 삶의 다른 조건을 뒤로 미루었다가 부작용이 생겨 다시 고치려하나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도 제대로 돌이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롄시 중심의 중산광장에서) 

 

2,000년의 다롄(大連)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문화환경이다.

기업 하나, 공장 하나 더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사는 도시환경 개선에 투자해야할 때다.

세계가 하나의 공간이 되고 같은 시간의 축으로 움직인다. 

우리는 방안에 앉아서 시간 시간 쏟아져 나오는 최신 정보를 손에 쥐고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기에 바쁘다. 앉은자리에서 물건을 사고 돈을 지불한다고 그만큼 편하고 즐거워진 것만은 아니다. 자유의지는 위축 되고 삶은 이리 저리 세태에 끌려다닌다.

 

한국에서는 해마다 중국에서 황사바람이 불어오면 초비상이 걸린다.

신문과 방송마다 북서풍을 타고 몰려오는 모래바람 속에 함유된 공해물질로 기관지질환의 환자가 급증하니 각별히 주의하라는 경고를 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또 있다. 강물은 개발지역의 온갖 공장에서 쏟아낸 중금속을 실어와 생명의 바다를 죽음의 늪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신의주가 마주 보이는 압록강에 가보았다.

원래 그 물빛의 맑음이 청동오리의 초록을 닮아 압록(鴨綠)강이라 불렀는데 초록은 오래전에 사라지고 없다. 백두산 천지에서 시작하여 달려온 정령(精靈)의 물, 그것이 발해까지 오기도 전에 이미 악령의 물로 변질되었다. 강 건너 시멘트공장, 종이공장, 조선소에서 흘러나오는 폐수와 단동의 신개발지구에서 멋대로 토해놓는 오물이 강가 유람선에서 쏟아낸 기름덩이와 뒤섞어 압록의 물빛은 죽은 지 오래되었다. 뱃전으로 튀어 오르는 물방울이 얼굴에라도 다을까 조심을 해야 했다.

 

다롄에서는 여름엔 아예 조개류를 먹지 못하게 한다.

바다가 깨끗하지 못하니 유해물질에 대한 우려에서다. 하늘 바다 땅이 서로 통하니 너희 앞바다는 더럽지만 우리 앞바다는 깨끗하다고 팔짱끼고 구경할 때가 아니다.  

나는 처음 중국에 올 때는 회사의 정책에 따라 복건성 푸조우(福州)로 들어왔지만 다롄으로 이주할 때는 이 도시가 좋아 스스로 선택을 했다. 산에서 바라보는 조용한 발해만이며 아카시아 향기가 짙은 다롄의 5월이 좋았다. 지금도 이 도시를 사랑한다. 사랑하기에 십 년을 넘게 가족과 여기서 살고 있다. 다롄의 공기와 물을 마시며 살기에 나는 한국인이지만 다롄 주민이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소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나와 유학을 갔으니, 시민권은 못받았지만 여기가 고향인 셈이다.

 

10년 전에 비해 이 도시도 많이 변했다.

늘어나는 높은 빌딩이 하늘을 너무 가려 답답했는데 그런대로 녹지를 더 만들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넓혔다. 공원과 길가의 담장을 철거하니 사람들 마음도 탁 트인 것 같고 친근감을 준다. 방취따오 섬으로 가는 해변로는 꽃과 바다가 어우러져 환상적이다. 

살고 있는 지역에 뭔가 보답하자싶어 몇 년 전부터 여기 살고 있는 한국사람들이 봄마다 나무를 심고 있다. 

                                                                                        (한국인 이웃들과 나무심기를 끝내고)

 

다롄은 산업환경, 자연환경 면에서 그런대로 국제급이다.

이렇게 외관상으로 그럴듯한 도시가 요즘 점점 무서운 모습으로 변모해간다.

저녁 귀가 중 괴한의 피습을 받고 쓰러진 외국인, 불과 몇 천 원을 털려고 사람을 죽인 얘기, 강도짓을 옆에서 봤다며 목격자까지 죽여버린 얘기 등 하루가 다르게 범죄가 늘고 흉악해진다. 산업사회로 변화는 과정에 중국인들도 어쩔 수 없구나하는 절망감을 갖게 한다.

조심도 조심이지만 과연 여기서 언제까지 살 것인가, 갈등이 일기도 한다. 산업화라는 것이 조금씩 자연환경을 해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갈수록 사람들 마음이 황폐해진다면 발전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전차나 버스에서 내리고 오르는 사람을 보고도 더 세차게 달려드는 자동차. 누구의 심장이 강한지 시험이라도 하는 듯 좌우회전을 마구 해되는 택시. 옆 사람에게 튀는지 어쩐지 생각도 없이 뱉어 되는 침과 담배꽁초. 공중목욕탕 탕 속에서 때를 닦는 사람들. 이런 것들이 시대와 함께 고쳐져야 하는데 오히려 더 뻔뻔해져가고 있다.

자동차는 보행자에 우선하고, 교통경찰은 차에 탄 승객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를 세워, 영문도 모르는 운전기사가 와서 스스로 잘못했다고 시인할 때까지 딴 짓을 하고 있다. 세월이 가면 정말 저절로 해결될까, 나 자신도 어디까지 질서를 지키는 게 도리인지, 적당히 넘어가는 게 현지화인지 헷갈릴 때가 많아 적당히 살자고 흥정을 한다.  

 

중국을 찾아오는 한국인의 작태도 부끄러울 때가 많다.

한 한국인이 야간에 강탈을 당했는데 범인을 잡고 보니 배후엔 잘 아는 다른 한국인이 교사를 했다고 한다. 한국도 산업화과정에서 우선 잘살고 보자는 결과주의를 신봉했다. 결과만 좋으면 그 과정은 정당하다는 지극히 비합리적 억지로 합리적 틀이 요구되는 산업화를 이끌어 왔다. 정치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교육 또한 그러했으니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럴싸한 백화점이 와르르 무너지고 멋진 다리가 졸지에 내려앉았다. 돈을 주지 않는다고 부모를 폭행하는 아들이 있는가하면 미성년의 여학생이 출산을 하여 아기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중국 얘기를 하려 했는데 하다보니 한국의 사정이 부끄럽다. 그런데 다롄도 하루 하루 그런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인 아닐까?  

 

                                                                                    (이웃 가족과 발해만의 언덕에서)

 

문화란 사람답게 살아가는 삶의 양식이다.

이 동네 저 동네로 돌아다니는 장사꾼이지만 사람같이 사는 마을이 그립다.

 

(1999.10.26. 중국 다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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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6.05.20 08:21

    첫댓글 좋은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전적으로 공감입니다.

  • 16.05.20 08:51

    잘보았습니다. 감사

  • 16.05.21 10:08

    그래도 오태동씨가있던 시절이 제일 좋을거같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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