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생명, 시김새의 맛과 멋 세 번째 이야기
매우 조용해 보이는 평시조를 불러도 첫 부분은 언제나 두 글자를 붙여 툭 내던지듯이 강하게 시작한다. 그러니 채보하는 사람들은 첫 글자를 더 높게 채보하는 경우가 많다. 민요도 마찬가지이다. 첫번째 가사의 첫글자를 그냥 밋밋하게 고정된 피치(pitch)로 부르는 법이 거의 없다. ’박연폭포‘를 부를때의 ’박‘은 ’바하악‘하면서 마치 땅을 굴리듯이 푹 질러낸다.
’천안삼거리‘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천안‘이 아니고 ’처허어나안‘하면서 역시 강하게 소리 낸다.
그러면 마지막을 끝낼 때는 어떻게 처리할까? 서양음악의 경우에는 끝나는 부분이 ’짠짜안―짜아안짜아―안‘처럼 강하게 끝난다. 그런데 우리음악은 그렇지 않다. 끝부분이 아주 희미하다. 심지어 언제 끝났지 눈치도 뭇채는 동안에 끝나는 경우도 있고 한참 볶아치다가 느닷없이 툭 끝나는 수도있다. 어쨌든 서양음악의 종지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수제천>이나 <해령>같은 합주곡도 그렇고 가곡이나 시조같은 노래도 그렇다. 끝음은 그냥 곱게 빼면서 마치든지 아니면 아래음으로 뚝 떨어지면서 마친다.
이런 식의 구절법을 갖게 된 이유는 서양말과 한국말의 차이에서 두 음악의 차이를 찾는 방법인데, 서양말은 관사나 전치사가 중요한 단어 앞에 위치하기 때문에 못갖춘 마디 식의 약박으로 시작하고 한국말은 그런 전치사가 없으므로 갖춘마디 식의 강박으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끝부분만 보완하면 서양말은 대게 끝이 대개 중요한 단어 즉 명사나 동사 등으로 끝나니까 강하고 확실한 종지를 해야 하지만 우리말은 끝이 ’다‘와 같이 별 뜻이 없는 글자로 되기 때문에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된다. 그래서 결국 한국음악의 구절법은 한국말의 구절법과 같이 처음은 불쑥 질러내듯 하고 끝은 약하게 마치는 것이다.
이 구절법을 작곡하는 사람들이 잘 활용하면 전통음악양식의 작품을 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한국시에 곡을 붙이는 사람들이 활용하면 노래 부르기 쉬운 가곡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말에 맞는 구절법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우리음악이 서양음악보다 예술감각이 훨씬 우월한거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