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순 / 동시인

[신건자]

                                                      (2022년 43회  한국동시문학상수상)

한명순 / 동시인

1952년 인천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수료하였으며 1990년 아동문예 동시로 등단하였습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하얀 곰 인형」「콜록콜록 내 마음은 지금 0℃」「좋아하고 있나 봐」「만약 내일이 없다면 얼마나 신날까」「아궁이 너처럼」등이 있으며 해강아동문학상, 눈높이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소월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한명순 / 파도 타는 자전거

2001년 동시집 <좋아하고 있나봐>를 펴 냈고 이 동시집으로

조선일보에서 어린이를 위한 좋은 책, 어린이문회진흥회 우수도서로 지정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에서도 선정도서로 뽑혔다.

2002년 동시집 <만약에 내일이 없다면 얼마나 신날까?>를 펴내고 한국아동문학상을 받다.

2006년   동시집 <아궁이 너처럼>으로 소월문학상을 받고

2011년 동시집 <파도 타는 자전거>펴내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로 뽑히다.

현재 <열린아동문학> 편집위원

              할머니 병실에서

                              할머니가 누워 계신 병실에

                              할머니 등뼈 사진이 걸려 있다.

                              박물관에서 본 동물의 등뼈처럼

                              둥글게 휘어 있는 하얀 등뼈 사진.

                              언제나 궂은 일 마다하지 않으시고

                              바쁘게 바쁘게 살아오신 할머니는

                              저렇게 굽은 등뼈를

                              남몰래 몸속에 감추고 계셨구나!

                              햇살도 가려 버린 병실에서

                              할머니의 굽은 등뼈 사진 한 장만

                              활처럼 하얗게

                              살아나고 있다.   

1990년 동시 <풀잎의 눈과 새들의 귀로>외 1편으로 아동문예 등단하고

94년에 동시집 <하얀 곰 인형>을 펴내고 1995년 해강아동문학상을 받았다.

그밖에 <목수 강씨 아저씨>외 9편으로 대교눈높이아동문학상을 받고

2000년에 동시집 <콜록콜록 내 마음은 지금 0도C>를 펴낸 중견작가.

      이러면 어쩌지?

                          친구가 싫어하는 말

                          미움이 묻어 있는 말

                          땅속에 묻어야겠어.

                          여기저기 옮겨다니지 못하게

                          꼭꼭 땅속에 묻어야겠어.

                          너무 단단하게 묻는 게 안쓰럽기도 하지만

                          영영 동아오지 못하게 해야 하는 거야.

                          그런데

                          이러면 어쩌지?

                          봄이 와 땅속에서 새싹이 나올 때

                          그것도 쏘옥쏘옥 싹을 틔운다면.....

     궁금한 것

                    할머니께서 돌아가실 때

                    할아버기가 계신 천당으로 가셨다는데요

                    할머니, 정말 궁금해요.

                    할아버지는 만나 보셨는지요?

                    어린 손자인 제가

                    할아버지 보고 싶다는 말도 전해주셨는지요?

                    제가 아무 탈 없이 공부 잘하고 있는 게

                    하늘나라에 계신 조상님 덕분이라고 하던데요.

                    정말 궁금해요, 할머니.

                    이번 제삿날

                    제가 빚은 송편이랑 만둣국이란 맛있게 드셨는지요?

                    아빠가 회사를 그만둔 소식도 알고 계신지요?

                    그리고 참 할머니

                    답장은 어떻게 해 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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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작가 안선모가 쓴 '동시인 한명순'

                        멀리 가는 향기, 오래 남는 향기                      

특별했던 떡잎


나뭇가지마다 물이 올라 잎눈꽃눈이 포동포동해지던 어느 봄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한명순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시와 동화에 실릴 ‘인물론’을 부탁하셨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퍼주지만 정작 남에게 뭔가를 부탁하는 건 어려워하는 선생님의 성품을 알기에 흔쾌히 허락하며 큰소리까지 쳤다.
“선생님, 걱정 마세요. 제가 쓸게요.”
전화를 받을 당시는 내심 자신 있었다. 한명순 선생님을 잘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작 쓰려고 하니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선생님의 현재- 문학적으로 완숙한 나무 모습이었던 것이었다. 나는 어린 한명순을 잘 몰랐다. 그렇다면 선생님은 ‘어떤 떡잎이었을까?’ 궁금증이 확 일었다. 물론 여러 책 속에 나와 있는 선생님에 관한 이력을 읽어도 충분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바로 옆에 앉아서 어린 시절 얘기를 생생하게 듣고 싶었다.


드디어 그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아침저녁 제법 선들선들 바람이 불던 어느 날, 인터뷰를 하기 위해 선생님을 만났다. 얼마 전까지 제주도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던 선생님은 외손자를 돌보며 이제는 서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하셨다. 온전히 내 시간을 포기하고 손자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어렵게 공부 마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간 딸이 출산 때문에 직장을 포기하려고 할 때, 자진해서 아이를 맡아주겠다고 하셨다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기적인 나 같았으면 한참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 일이었다.


차 마시고, 맛있는 점심 먹으면서 가진 선생님과의 인터뷰는 즐거웠다. 짧은 시간동안이나마 선생님의 과거로 여행을 다녀오면서 마치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본 듯 마음이 설렜다. 동시대를 살았던 나또한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훈장처럼 달고 있다. 가진 게 없었지만 왜 그때는 행복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과거 여행을 마치고 나니 특별했던 떡잎이었던 어린 명순에게 편지 한 장을 꼭 남기고 싶었다.


조용조용 뭐든지 잘해내는 어린 명순에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종이만 있으면 닥치는 대로 그림을 그렸던 너, 특히 꽃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 경복궁 마당에서 치른 전국대회에도 출전할 정도이니 정말 대단했던 실력이었어.
그것뿐이야. 너는 글짓기도 잘 했어. 그런 면에서 보자면 넌 꼭 신사임당을 닮은 것 같아.
초등학교 4학년 때 네가 쓴 동시는 정말 실감나고 창의력이 넘쳤어.


내 책상은 내 책상은 곰보딱지.
울퉁불퉁 곰보딱지.


그냥 책상은 그렇게 흠집투성이려니 생각했던 다른 아이들과 달리 너는 네 책상을 사람처럼 생각했던 거야. 곰보로 가득한 얼굴이지만 난 너를 아끼고 사랑할 테야. 이런 다짐이 가득 들어있었지. 그리고 얼마나 깨끗이 닦고 아끼며 사용했을까. 깔끔하고 단아한 네 모습과 똑같이 말이야.
사실, 난 네가 부잣집 딸인 줄 알았단다. 언제나 말끔한 옷차림, 깨끗한 몸차림 때문에 어린 너에게서는 우아한 기품이 느껴졌거든.
너의 그 특별함은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반짝였어. 재료비가 많이 드는 그림을 포기하고 원고지만 있으면 되는 문예반을 선택했던 철든 소녀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더욱 진가를 발휘해 학교 안에서 가장 바쁜 학생이 되었지. 도서위원으로 늦게까지 도서관에 남아 일을 했고, 전국과학경시대회에 참가하느라 과학실에서 관찰하고 실험해야 했고, 문예반 반장으로 교내백일장, 시화전, 문학의 밤, 교지 편집 일까지 해야 했지. 게다가 학생회장까지 맡았으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을 거야. 고교졸업하고도 너의 활동은 끊이지 않았지. 문학을 좋아하는 인천 거주 대학생들과 동인회를 결성하여 동인지 <異人>을 발간하였어. 당시 경희대학교 국문학과 학장이던 고 조병화 선생님께서 머리글도 써주셨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항상 미소 띤 얼굴로 그 많은 일을 해낸 너를 보면 넌 정말 특별함이 넘쳤던 아이였던 게 분명해. 이런 너를 보며 나는 부러움과 질투, 게다가 경이로움까지 느끼고 있어. 어떻게 이런 모든 것을 다 갖췄을까 하고 말이야.
어찌됐든 수십 년을 뛰어넘은 과거로의 여행으로 나도 힘을 많이 얻었어. 현재에 충실한 삶은 분명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지 밑거름이 되어 좋은 결과를 나타낼 거라고 굳게 믿게 되었지. ‘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라는 진리를 깨달은 순간이기도 했고.
고마워, 어린 명순!
                                    2016년 가을, 선모가


기쁨이 퐁퐁 솟아나는 ‘낙천재(樂泉齋)’


한명순 선생님의 제주도 집 ‘낙천재’를 찾은 것이 벌써 6년 전 일이다. 선생님은 그보다 3년 전인 2007년 제주도로 내려가셨고 그곳에서 흙을 밟으며 글 농사를 짓고 계셨다. 흙을 밟는 시간은 그동안 글을 쓰면서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을 잘 보이게 하고 잘 들리지 않는 것들도 잘 들리게 했단다. 흩어진 흙을 모으고, 웃자란 나뭇가지를 자르고, 볕 잘 드는 곳으로 옮겨, 정성껏 물을 주어 가며 글 농사를 짓고 있다는 선생님. 그런 선생님을 뵈러 가는 길은 둥둥 하늘을 떠가는 기분이었다.
한명순 선생님과 나 사이에는 겉으로 보이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인천 사람이라는 것, 아동문학인이라는 것, 같은 눈높이문학회 회원이라는 것. 하지만 이런 눈에 보이는 뻔한 관계보다는 선생님과 특별한 추억, 관계, 인연 같은 것을 만들고 싶어서 떠난 여행이었다. 어쩜 올레길을 걷는다는 것은 핑계일지도 몰랐다.


이름도 특별한 동네 '논짓물'로 들어서자 숨이 막혔다. 손끝에 바다를 두고, 저 멀리 손에 잡힐 듯 한라산을 바라볼 수 있는 멋진 마을이었다. 거실에 누우면 바다와 한라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현대적인 이층집은 사부님이 직접 설계하고 지으신 집이라 그런지 더욱 각별하게 느껴졌다. 무뚝뚝하게 보이는 사부님은 선생님의 동시집이 나오면 가장 먼저 나서서 주위 사람들에게 떡 돌리듯 돌린다고 하니 선생님의 열렬한 1호 팬임이 틀림없다. 


낙천재, 여고동창생인 단짝 친구가 써준 글씨도 멋있지만 그 이름은 얼마나 특별한지. 기쁨이 퐁퐁 솟아나는 집이라니 얼마나 희망적이고 가슴 뛰는 말인가?
하루 저녁 묵는 동안 선생님의 사적인 공간을 공유하며 그 삶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아 남몰래 으쓱했다. 글 농사뿐 아니라, 자식 농사도 잘 지으신 선생님을 보며 부럽고 존경스러운 마음에 남몰래 선생님 뒷모습을 쳐다보고 또 쳐다봤던 그 날 저녁이 자꾸만 생각난다. 하나라도 더 만들어 주시려고 종종걸음하시며 차려낸 식탁에는 제주도식으로 끓인 옥돔탕, 각종 나물, 보말 들어간 미역국 등등이 화려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태어나 그렇게 밥을 많이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밥보다 더 맛있었던 건, 선생님과의 대화였다. 문학에 대한 얘기는 밤새도록 해도 끝이 나지 않았다. 결론은 좋은 글을 쓰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좋을 때는 한없이 좋지만 때로는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얘기였다. 늘 겸손하며 사람들을 품에 안을 줄 아는 선생님의 넉넉함을 한 수 배우는 그 시간은 다시는 맛보지 못할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었다.


선생님의 뜰은 정말 아름다웠다. 온 뜰이 깨끗하고 신선한 먹을거리로 가득 찼다. 2월이어서 아직 꽃이 만개할 때는 아니었지만 곳곳에 꽃망울 품고 있는 식물들 때문에 눈이 호강했다. 초록에 굶주려 있던 나는 그 모든 풍경들을 마음껏 눈에 담고, 마음에 담고, 가슴에 담았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려고 이것저것 싸고 또 싸는 선생님을 보며 ‘나도 꼭 그렇게 넉넉한 사람이 되어야지. 아낌없이 베풀어주고 나눠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은 덜 해준 것 같아 자꾸만 아쉬워하셨지만 선생님 얼굴을 뵙고, 선생님 댁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추억을 쌓은 것은 그 해 내가 받은 가장 큰 상이었다. 다음에는 오래도록 머물다 가야지, 선생님과 이곳저곳 마을 구경도 해야지 했지만 아직까지도 시간을 못 내고 있다. 그래도 내 마음은 늘 제주도 낙천재를 향해 열려 있다. 언제고 서로 시간이 맞는다면 낙천재에서 선생님과 6년 전 그 날처럼 재회를 하고 싶다. 그 생각만으로도 기쁘고 기쁘다. 웃음이 절로 난다.

누구나 향기가 있다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총회와 세미나, 눈높이문학회 총회와 세미나, 시상식 등에서 선생님을 뵐 때마다 내 눈과 입은 반가움에 절로 벙긋거린다.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며 기쁨이 요동친다.


그동안 수많은 만남이 있었지만 선생님이 누구에겐가 낯을 붉히거나 화를 내시는 걸 본 적이 없다.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못마땅한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남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가시 같은 말을 하는 것도, 이기적으로 내 것만 챙기는 모습도 본 적이 없다. 분명 못마땅한 행동을 하고 이기적인 말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많았을 텐데 말이다. 후배작가들을 바라보는 눈빛은 한없이 다정하고 따듯하다. 건네는 손길 또한 한없이 풍성하고 너그럽다. 격려와 칭찬의 말 또한 아낌없이 건네주신다. 후배작가들이 하는 행동이 늘 만족스러울 리는 없을 텐데도 말이다. 또한 선배작가 선생님들에게는 진정을 다해 곁에서 보살펴 드리고 마음을 다한다. 선생님의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내 이기적인 행동과 마음을 반성하곤 한다. 배우려고 하지만 잘 안 된다. 그래도 노력은 할 것이다. 


식물을 좋아하고 식물을 가꿔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수많은 꽃이 있고, 그 꽃이 저마다 향기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꽃들의 향기가 다르다는 것을. 사람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똑같은 향기를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향기는 그 사람의 품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욕심이 많은 사람, 사소한 일에도 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 마냥 착한 사람,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 일치하지 않는 사람 등 각각의 사람들이 내뿜는 향기는 분명 특색이 있고 다를 것이다. 


왜 그런지 나는 선생님 앞에 서면 작아지는 느낌이 든다. 선생님은 나를 한없이 예뻐하고 한없이 칭찬해주고 한없이 격려해주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한없이 부끄럽다.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그건 내가 가진 향기를 들킬까봐 그런 것일지 모른다. 내가 가진 향기가 자신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욕심으로 똘똘 뭉쳐 있고, 마음 속 깊은 곳에 이기심이 가득하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참 끈질기고,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질투하는 마음이 더 많은 나의 향기는 얼마나 좋지 않은 향기일까? 얼마나 부끄럽고 치사한 향기일까?


그런 반면 선생님의 향기는 참 특별한 향기다. 마주앉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향기, 자신을 한없이 낮추면서 상대편을 높여주어 자신감을 일으켜 주는 향기, 좋은 동시 쓰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향기, 남의 아픈 마음을 헤아려주는 향기, 다른 사람을 위해 어떨 때는 나를 희생하기도 하는 향기 등등 선생님이 가진 향기는 참으로 많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향기들이 모여 짙고 화려하게 떠도는 게 아니고 깊이 가라앉아 은은해진다는 것이다. 코끝을 자극하지 않고 가슴 속으로 깊이 가라앉아 스치고 지나간 후에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향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입가에 웃음 절로 돌게 하는 향기, 멀리 떨어져 있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내내 생각이 나는 향기, 선생님의 향기는 바로 그런 향기이다.
멀리멀리 가는 향기, 오래오래 남는 향기!

[김배옥]

한명순 선생님, 여기서라도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언젠가는 직접 뵐 수 있겠지요~
선생님,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푸른들(최신영)]

건강하시지요~~한명순선생님 뵙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