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연화봉 석양)
아이들을 품에 않고 가고 싶은 곳들을 찾았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건만, 지금은 함께 모여 가족여행을 생각해 보는 것 조차 어렵다. 오랜만에 만남의 시간을 나누며 함께할 장소를 생각하다가 아이들이 어릴때 힘들게 지리산을 종주산행한 추억 때문인지 지리산을 꼽았다. 수일 전부터 종주를 한번 멋지게 하자고 계획했지만 처음 산행인 가족이 두명이나 있어, 여러모로 생각하다가 1박2일로 하고, 종주중에 가장 멋졌던 코스를 가기로 했다. 물론 천왕봉은 반드시 포함하여............
지리산은 주봉 천왕봉(1,915m)에서 노고단(1,500m) 을 잇는 1백리 능선에 반야봉, 제석봉, 촛대봉등 해발 1,500m를 넘는 10개의 거봉이 구름 위에 솟아있고 이들을 호위하듯 해발 1,000m를 넘는 20여개의 높은 봉우리들과 85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서로 어우러져 있는 이곳을 2001년 8월에 막내와 둘째를 데리고 어려움을 경험해 봐야 한다며 무모한 산행을 했는데 아이들에겐 그때의 아름다운 추억이 강하게 남아 있는 모양이다.
다행히도 전날에 가족이 모두 모였다. 서울에서 두 딸애들도 내려오고, 막내도 하기 교과수업이 끝나고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8월 15일(화) 광복절 휴일이다. 산행인파도 많을 것 같아 새볔 일찍 눈을 뜨자 마자 일어나 장비를 점검하고 점심도시락을 챙겼다. 6시에 아이들을 기상시키고 준비물을 들고 우리 차에 올랐다.
7시에 아파트를 출발하여 서대전에서 대진 고속국도를 타고 내려 갔다. 금산 인삼휴계소에 도착하니 아침안개가 가득하고 산행을 가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연료를 주입하고 다음휴계소에서 아침을 먹기로 하고 출발했다.
9시경에 함양휴계소에 도착하여 아침을 먹는데도 아이들은 생각이 없다며 음악듣기에만 열중이다. 산행을 잘하려면, 잘 먹어야 할텐데....??
산청IC를 나와서 표지판을 따라 중산리 계곡을 찾아 가는 길이 마치 남원에서 성삼재를 오르는 길과 같다. 높은 산길을 따라 오름을 계속하니 산중정취는 가득하나 귀까지 멍멍하다. 한참을 오르다가 내림길이 계속되더니 큰 마을이 나온다. 큰길이 나서며 10km를 더가니 중산리와 내대리 갈림길이 나와 내대리로 좌회전하여 들어서니 맨먼저 터널이 나왔다.
터널을 지나 깨끗한 2차선 도로를 8km를 더 올라가니 우리의 목적지인 거림마을이 나왔다. 이미 마을 입구부터 차량으로 만원이다. 길을 물어 보니 산행차량은 더 오르면 주차장이 있다는 안내에 따라 식당가를 지나 오르니 크지 않은 주차장이 나왔다.
11시에 차를 주차하고 등반준비를 하고 나서니 날씨가 너무 무덥다. 무겁기만한 배낭을 메고 재촉하여 거림골의 등반로를 따라 세석산장을 목표로 거림골을 출발했다.
산청군 시천면 내대리 거림부락에서 세석고원까지 8 km의 계곡 등반코스이다. 대체로 길도 편하고 세석을 오르는 지름길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반면 계곡 자체가 특징적인 경관이나 빼어난 곳이 없어서 흠으로 지적되고는 곳이기도 하다.
윗거림마을에서 공터에 올라오면 매표소가 나온다. 매표소 앞을 지나 계곡을 건너면 거림골로 접어들게 되는데 약초를 가꾸던 밭터를 지나게 된다. 이제부터는 계곡 우측의 편한 길을 따라 오르기만 하면 된다. 따가운 햇볕을 차단하는 숲속 오솔길이고 경사도 밋밋한 편이다. 오름길에 비가 내리기도 하고 맑은 하늘도 보여 주기도 하면서 천천히 조금씩 오름을 계속했다.
어느덧 허리께 차는 산죽밭을 지나다가 갈림길 이정표를 만난다. 남부능선 중간의 한벗샘(일명 박단샘)으로 오르는 희미한 길이 계곡 건너편에 나 있는데 이 길과의 갈림길이다. 여기서 산죽숲을 따라 얼마 안 가 휴게소 이정표가 나온다. 계곡변에 휴식을 취하기 적당한 공간이 있다.
다소 울퉁불퉁한 너덜지대를 거슬러 오르고 오르련만 가도가도 그 진면목을 보여주지 않는다. 쉬면서 오르고, 물소리 쉬지 않고 들으며 4시간 가까이 오르니 돌길이 끝나고 평평하고 산책하기에 좋은 길이 나오며 주위의 구상나무와 흐르는 물길이 세석에 가까이 왔음을 알려 준다.
오후 4시경 구상나무 울창한 길이 서쪽으로 나 있으며 이 길을 따라 세석 하단부를 거슬러 오르니 세석 중앙을 관통하여 흐르는 계류와 만나며 세석입구 표지판이 나왔다. 이곳에서 10여분 쉬었다가 오르니 음수대가 있고 앞에 세석산장이다.
지리산의 모습은 천의 얼굴을 하면서 우리를 맞이하고 있기에 아직 그 누구도 지리를 다 보았다고 말하지 못하고 있다. 멀리 천왕은 1백여리 능선길마다에 변화무쌍함과 아름다움을 숨겨 놓은채 우리 민족의 역사를 지켜봐 온 듯 넉넉함으로 남아 있는 산이다. 그렇듯이 아래에서 오름의 세석평원의 느낌은 몇 년전에 종주길에 가슴벅차게 나타났던 세석은 아니었다. 그때는 천상의 정원에 들어선 듯 온 몸에 전율을 느끼며 다가왔던 그 세석의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 감정을 설명함이 나에겐 부족하다.
(세석평원의 산장)
미리 도착해 있던 00이와 00이를 만나니 잠깐이지만 반갑다. 산장 쉼터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음수대에서 물을 받아오고 여유를 갖는다.
휴식처에서 7시를 기다리니 방송에 비예약자 중에서 산장 이용을 원하는 산행객들은 사무실로 올라 오라는 방송에 빨리도 올라 갔건만 벌써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앉아 있었다. 그래도 살았다 싶었다. 적어도 부른이들은 재워주는 산장의 생리를 알고 있던터라 안심이 되어 기다린다. 먼저 노약자와 여성분들을 내어 주고 다음에 남자들을 예약해 주었다. 산장내에서 잘 수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지금이라도 야영준비가 않됐으면 내려가는게 좋겠다고 겁주던 그 실없던 그 산장관리인(관리공단)은 미안한지 다음부터는 꼭 산장예약을 확인하고 와야 한다고 일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