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비현실적인 코로나 피해 지원금 기준, 유감이다
방과후학교 강사 2019년 월소득 83만원이어야 지급?
방과후학교 강사는 지난 1년간 사실상 무급휴직 상태였다. 정부와 학교가 코로나 사태 시작과 함께 방역을 이유로 방과후학교 수업을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방과후학교 운영은 정부와 학교의 결정에 완전히 종속돼 있는데도 정부와 학교는 강사들의 생계난에 책임을 지지 않았다.
여러 비현실적인 기준과 장벽에 가로막힌 지원금
정부가 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 등에게 지급한 1, 2차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이하 ‘지원금’) 대상에 방과후학교 강사도 포함됐으나 강사들이 겪는 소득절벽의 수준에 비춰 한참 모자랐다.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200만원(월 50만원 씩 4개월)을 지급했는데 이는 2019년 1인 가구 월평균 생계비 224만 원(최저임금위원회)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까다로운 지급 조건 때문에 이조차 받지 못한 강사들이 있었다. 우리 노조가 지난해 7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508명 중 약 19퍼센트가 1차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2차 지원금 지급 조건도 대동소이했기 때문에 1차 지원금을 받지 못한 강사는 대부분 2차 지원금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인지 가려내겠다며 고용보험 미가입을 지급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 가장 많이 강사들의 발목을 잡았다. 방과후학교 수업만으로는 충분한 소득을 얻을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적지 않은 강사들이 투잡, 쓰리잡을 한다. 그중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주 수입원인 방과후 수업에서 소득이 없어 생활고가 심해졌는데도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넉넉지 못한 살림에 부모의 요양보험 혜택을 위해 고용보험에 가입했다가 지원금을 받지 못한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소득이 감소했음을 증명하도록 한 것도 문제였다. 1차 지원금은 2019년보다 소득보다 감소했음을 증명하도록 해 지난해 처음 일을 시작했거나 개인적인 사유(여성의 경우 임신이나 출산)로 2019년에 수업을 쉬다가 다시 시작하려던 강사들이 제외됐다. 2차 지원금은 6·7월과 비교해 8·9월 소득이 감소했음을 증명하도록 했다. 지난해 초부터 소득이 없었던 방과후강사는 소득이 ‘감소하지 않아’ 제외되는 어처구니없는 조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1월 15일 1, 2차 지원금을 받지 못한 사람을 대상으로 ‘3차 긴급 고용안정지원금’과 ‘방문돌봄종사자 등 한시지원금’(이하 ‘한시지원금’) 사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해당될 경우 각각 100만원, 50만원을 지급한다. 그러나 1, 2차 지원금을 받지 못한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이번에도 지원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3차 고용안정지원금과 한시지원금도 역시 제한적이다
우선 3차 고용안정지원금은 1, 2차 때와 마찬가지로 고용보험 가입자를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또는 2021년 1월 소득이 2019년이나 지난해 특정 기간과 비교해 감소했을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즉,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거나 2019년에 수업을 하지 않았던 강사들은 3차 지원금도 받지 못한다.
그렇다면 한시지원금은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한시지원금은 방문(재가)돌봄 서비스와 방과후학교 강사 종사자라면 고용보험 가입이나 사업자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지원대상이라고 한다.
문제는 2019년 연소득 1천만원 이하여야 한다는 조건이다. 월평균 소득이 약 83만 원 이하여야 지급 대상이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산정한 2019년 1인 가구 월평균 생계비 224만 원의 1/3 정도에 불과하다. 청년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이 88만원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출판된 것이 2007년이었다. 그런데 2019년에 그보다도 못 벌었어야 지급 대상이라니 도대체 이런 기준에 해당하는 방과후학교 강사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이런 비현실적인 조건을 충족시켜야 지급하겠다는 것은 생색만 낼 뿐 매우 제한된 수의 사람에게만 지급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정권의 지지도 하락과 내년 재보선에 대응해 요란을 떨 뿐 코로나로 인한 노동자들의 생활고 해결에는 관심도 없는 것이다. 2019년에 수업을 하지 않아 소득이 없었던 일부 강사들의 경우에만 (애초 정부가 의도한 것은 아닐 테지만) 한시지원금 대상에 해당될 수 있을 듯하다.
재원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정부의 선택이 문제다.
정부의 2021년 예산안에서 증가폭이 가장 큰 분야는 23퍼센트나 늘어난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였다. 기업주를 지원하는 예산은 크게 늘린 것이다. 반면 복지예산 증가는 10퍼센트로 그의 절반에도 못 미쳤는데, 그조차 상당수는 공적연금 자연증가분 등 법률에 따라 지출액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의무지출 항목이었다. 심지어 교육예산은 2.2퍼센트나 줄었다. 다시 말해, 재원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방과후학교 강사와 같은 노동자·서민이 아니라 기업주 지원을 더 우선시하는 정부의 선택이 문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의 말대로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필수업무 종사자분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한다면,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 지난해 학교와 계약을 맺었고 코로나 사태로 수업을 못했다는 것만 확인되면 1, 2차 지원금을 받지 못한 모든 방과후학교 강사에게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
2021년 1월 2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