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에 종식은 잠을 깼다. 아니 비몽사몽 헤맸다고 보면 된다. 깨어나 느낀 것은 적진 속에서도 죽지 않고 아직 생존해있다는 것이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반이다. 커튼을 열고 밖을 보니 아직 칠흑같은 밤이었다. 종식은 일단 화장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그랬더니 정신이 확 들었다.오늘 일정은 정해진 것이 없다.일단 어제로 회의를 끝낸 것이고 오늘은 그들의 마지막 결정사항을 들으면 된다. 그리고 내일은 평양을 떠나 베이징을 거쳐 귀국길에 오른다. 오늘이 평양의 마지막 날이다.어제 저녁 본부장이 일단 아침에 일어나 대기하고 있으라고 했으니 본부장의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아침 8시반까지 통보를 한다고 했으니 그동안 뭘 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옷을 챙겨 입고 호텔 로비로 나갔다. 오늘이 2003년 2월 21일이다. 평양은 서울보다 조금 더 춥다. 로비에는 호텔 종업원들이 분주히 오고 가는 모습이 보였다. 로비에 있는 쇼파에 앉아 사람들이 오고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호텔이니 만큼 종업원들의 모습도 그다지 촌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단정한 모습에 옷도 깔끔하게 입고 있어 종식은 이곳이 자신이 평소에 알았던 평양의 모습과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고 생각이 들었다. 일단 호텔 밖으로 나가 보았다. 매서운 추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보통강 호텔은 평양의 보통강 옆에 위치해 있다.보통강은 대동강의 지류이다. 1972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모두 9층짜리 건물이다. 1층은 로비와 미니 바 그리고 커피숍 등이 있으며 3층부터 객실이 있다. 종식일행이 묵은 곳은 3층 객실이었다. 종식은 어두웠지만 밖에 나와 호텔주변을 걸어본다. 어제는 공항에 도착에 만수대 언덕에 잠시 내린뒤 곧바로 호텔로 와서 계속 호텔에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평양을 걸어보는 것이 지금이 처음이다. 평양은 전기사정이 좋지 않아 호텔밖에는 가로등이 거의 켜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도 공기는 상당히 좋은 듯 했다. 호텔 주변을 그야말로 어슬렁 어슬렁 걸어다니니 호텔 종업원이 좀 이상한 듯한 눈초리다. 그래서 다가가 물어본다. " 몇시쯤 환해질까요?" 그랬더니 종업원은 종식의 목소리를 듣더니 "아. 남조선에서 오신 기자선생이시구만요. 그래 잠은 편하게 잤습네까." "네 편하게 쉬었습니다." "일정이 어떻게 됩네까" "우리일행은 내일 떠납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입니다." "평양이 처음이십네까. 그럼 좀 오래 머물며 구경 많이 하면 좋은데 말입네다. 평양에 볼거리가 참 많습네다." " 아 그래요. 앞으로 자주 와서 구경 많이 하겠습니다." " 작년초에는 남조선 기자선생들이 여러분 와서 오랫동안 우리 호텔에 묵었댔지요. 그런데 요즘은 뜸했는데 잘 오셨습네다. 좋은 구경 많이 하고 갔으면 좋겠습네다. 그리고 해가 뜨고 한 8시정도 돼야 밝아집니다. 그때 보통강쪽으로 산책가면 좋습네다." "네 고맙습니다." 종업원이 참 친절하다고 생각이 됐다. 평양 사람들도 남측에서 사람이 오면 무척 궁금한 모양이었다. 종식은 다시 호텔 방으로 들어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잠시후 8시반쯤 김부장이 전화를 했다. 로비로 내려 오라는 말이었다. 종식은 옷을 다시 챙겨 입고 로비로 내려갔다.
김부장이 먼저 말을 했다. 어제밤의 술이 아직 채 안깬 모습이었다. " 정부장. 잠을 잘 잤는지요." "네 그런대로요. 본부장은 방에 계신가요." 김부장은 조용히 말했다. " 사실 오늘 새벽 6시반에 북측 인사를 만났어요. 새벽에 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지금까지 우리 파트너였던 최모라는 사람이었어요. 그사람이 누군가와 같이 왔었습니다. 최모는 얼마전 인사가 있어 다른 파트로 갔다고 합니다. 소개해 준 사람이 대남 방송관련 업무의 실무자인데 그사람을 소개시켜줬어요. 본부장에게 전화하니 곧 내려가겠다고 해서 네명이서 같이 만났습니다. 정부장은 최모를 모르니 본부장이 연락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자리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런데 어제밤 김부장 방에서 고성이 들리던데 괜찮은 겁니까. 호텔에서 뭐라고 안합디까." "저가 여기오면 가끔 그러니까 그런가 보다 그렇게 생각할 꺼예요. 제가 제작년에는 여기서 세달동안 머문 적도 있어요. 그래서 이 호텔 종업원들은 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북측 대표란 친구가 너무 거만하기에 제가 브레이크를 한번 건 것입니다. 그렇게 아시면 될 듯합니다. " 평양에서는 김부장이 이른바 날고 긴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듯 싶다. "오늘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 아 일단 조금 뒤 본부장과 아침식사를 하고 평양 관광을 할 겁니다. 호텔에 있으면 심심하잖아요. 그리고 북측이 오늘 오후까지 최종 확답을 주기로 했으니 그걸 기다리면 될 것입니다."
김부장이 하는 모습은 마치 스파이들의 활동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조금 뒤 본부장과 함께 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이곳 사람들도 술들을 많이 하는 모양이다. 해장국이 나왔다. 안그래도 속이 조금 니글니글그랬는데 잘 됐다. 호텔 음식이지만 밥의 양도 많았고 국그릇도 컷다. 종식은 시원하게 한그릇 깨끗이 비웠다. " 야 종식부장 너 식성 한번 좋구나. 아침 밥맛이 좋은 것을 보니 너 남북협력팀 무끼인 것 같은데" 본부장이 한마디 한다. 무끼라는 것은 거기에 잘 어울리고 그분야가 적성에 맞는 사람을 칭하는 기자들의 속어였다. 일본말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침을 먹고 잠시 방에 올라갔다가 오전 9시반에 호텔을 출발하기로 했다. 어제 우리일행을 안내했던 그 친구들이 다시 오기로 했다고 한다.
방에 올라가 잠시 휴식을 취한후 본격적인 평양 관광에 나섰다. 북측 안내원들도 어제보다는 가벼운 옷차림에 표정도 밝았다. 어제는 오랫만에 남측 인사들을 만나니 조금 긴장하는 모습이었지만 오늘보니 그렇지 않았다. 서로 농담도 주고 받으며 관광에 들어갔다. 일단 보통강변을 따라 가다 대동강이 잘 보이는 곳으로 안내했다. 그 유명한 대동강을 바라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어찌 남북이 이렇게 나눠져 오가가기가 이다지도 힘든 것인지 우리세대안에 통일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여러 사정상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평양 시내 모습도 처음으로 보았다. 아침 출근시간이 지났지만 그래도 평양시민들의 모습이 적지 않게 보였다. 평양 시민들은 이른바 북한에서는 선택된 사람들이다. 당 소속임은 물론 출신성분이 좋지 않으면 감히 평양으로 들어와 거주할 수 없다. 그러니 평양시민들은 북한에서는 엘리트 집단이라고 보면 된다. 요즘 새로 지어진 건물도 보였다. 남북 정상회담이후 조금씩 공개되는 화면을 통해 봤던 그 모습이었다. 그런 화면을 보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세트아니냐 그리고 연출된 상황아니냐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것 같다. 우리가 취재팀도 아닌데 일부러 화면에 나오기 위해 사람들은 동원할 리는 없지 않았겠나. 이곳 저곳 다니다보니 벌써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점심은 그 유명한 옥류관으로 정했단다. 평양냉면을 실컷 먹어보게 생겼다.
우리 일행을 태운 차가 옥류관앞에 도착했다. 시간이 오전 11시 반이 조금 지났다. 그런데 옥류관앞에 사람들의 줄이 길게 서 있다. 종식은 깜짝 놀랐다. 아니 먹고 살기 힘들다는 북한에서 점심때 냉면 한 그릇 먹겠다고 사람들이 줄을 선다니. 이사람들 정말 동원된 것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종식이 좀 어리둥절하자 옆에서 김부장이 말한다. " 여기 원래 이래요. 저도 처음엔 이사람들 동원된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평양사람들 먹고 살만해요. " 종식은 조금 의외하라는 표정으로 안내원들을 따라 이층으로 올라간다. 미리 예약된 장소에 앉았다. 본부장이 말한다. "야 종식부장. 여기 평양냉면 열그릇 먹으면 공짜인데 한번 도전해 봐라. 너 식성이 좋아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아닙니다. 식성은 좀 있지만 대식가는 아니라서요." 일단 평양냉면이 나왔다. 서울에서 먹던 평양냉면과는 조금 차이가 난다. 정말 조미료를 넣지 않았는지 상당히 맹맹했다. 그러나 담백한 맛은 일품이었다. 이정도면 서너그릇은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두그릇에서 중단했다. 괜히 객기부리다 무리수를 두는 경우를 조심하라는 서울 남북협력팀 후배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름 맛있게 점심을 먹고 대동강 을밀대로 가보기로 한다.
을밀대는 평양시 금수산 을밀봉 밑에 있는 6세기 중엽에 고구려 평양성 내성의 북쪽에 세워진 정자이다. '을밀대'란 이름은 옛날 '을밀선녀'가 기막힌 이곳의 경치에 반해 하늘에서 내려와 놀았다는 설화와 을지문덕 장군의 아들 을밀 장군이 이곳을 지켜냈다는 이야기가 함께 전해져 내려온다고 안내원은 설명했다. 그런데 이곳 주변에 군데 군데 사람들이 모여 장구를 치면서 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평일이고 오후 1시쯤인데 왠 사람들이 모여 놀까 그렇게 생각하고 안내원에게 묻는다. " 아니 이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아 네. 을밀대가 평양의 유명한 지역이다 보니 이렇게 사람들이 평일에도 모여 놀이를 즐깁네다. 이것 동원된 것 아니니 오해 마시라요." 그렇구나. 그러게 우리 일행이 왔다고 일부러 사람들을 동원할 리는 없다고 종식은 생각했다. 모인 사람들은 장구소리에 맞춰 신나게 노래를 즐기고 있다. 어느 누구도 제재를 가하는 사람이 없이 자율적으로 편하게 노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을밀대에 올라가 본다. 갑자기 흘러간 노래의 가사가 생각난다. 한많은 대동강이라는 노래다.
한 많은 대동강아
변함없이 잘 있느냐
모란봉아 을밀대야
네 모양이 그립구나
철조망이 가로막혀
다시 만날 그때까지
아 소식을 물어본다
한 많은 대동강아
대동강 부벽루야
변함없이 잘 있느냐
귀에 익은 수심가를
다시 한 번 불러본다
편지 한 장 전할 길이
이다지도 없을소냐
아 썼다가 찢어버린
한 많은 대동강아.
종식이 학창시절 즐겨 불렀던 노래이다. 그 노래의 본 고향에 오니 감회가 특별하다. 일행을 뒤따르다 종식이 조용히 흥얼거린다. 그랬더니 본부장이 얼핏 듣고 말한다. " 어이 종식 부장. 혼자 부르지 말고 한번 뽑아봐. 야 대동강도 보이고 을밀대에서 한많은 대동강이라. 좋지" "아이구 본부장님. 여기서 무슨 노래는요." 그랬더니 안내원이 말한다. "정부장 선생. 괜찮습네다. 평양시민들 여기와서 노래도 자주 부릅니다. 한번 불러보시라요."
종식은 노래에 대해서는 거절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대동강 부벽루 을밀대에서 한곡을 부른다. 종식의 노래는 대동강물을 타고 흘러 내려가는 것 같다. 북측 안내원도 남측 본부장과 김부장도 감회가 서린 모습이다. 박수소리를 뒤를 하고 을밀대를 내려온다. 오늘 평양 관광은 이정도로 하고 일단 호텔로 가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김부장은 북측 인사 몇몇을 만나 상의할 것이 있다고 한다. 일행은 저녁 6시에 다시 모여 저녁을 함께 하기로 하고 호텔에서 헤어졌다. 아마도 안내원들과 김부장은 북측 인사들 몇몇과 만나 다양한 의견을 나눌 모양이었다.
잠시 잠이 들었을까 전화벨소리에 종식은 잠을 깬다. 김부장이었다. 차려 입고 로비로 내려오라는 전화였다.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5시 반이었다. 종식은 정신없이 잠을 잔 것이다. 종식은 급히 옷을 입고 로비로 내려갔다. 북측 안내원들이 이미 와 있었다. 잠시후에 본부장이 내려오고 우리 일행은 저녁을 먹기위해 호텔을 벗어난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양이다. 안내원이 말한다. "오늘 저녁은 평양시민들이 자주 가는 술집으로 안내 하겠습네다. 평양에서 인기좋은 술집입네다. 남측 선생들도 좋아하실 그런 분위깁네다." 종식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그동안 평양에 갔던 취재팀들은 호텔 밖에서 음식을 먹는 경우가 쉽지 않았다. 북측 안내원들이 평양시민들이 찾는 그런 식당에 남측인사들을 데리고 갔다가 자칫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부장은 정선배가 와서 그런지 그런 곳에 가본다고 한마디 한다.
잠시후 한 건물앞에서 내려서 지하로 들어간다. 지하 식당이다. 서울의 전통음식점 그러니까 토속 음식을 파는 그런 분위기였다.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꽤 있었다. 물론 이곳 사람들도 동원된 인원들이 아니다. 이곳도 저녁이면 사람들이 모여 술도 마시고 담소도 나누고 그러는 모양이다. 안내원은 안주와 술을 주문했다. 잠시후 안내원이 주인 아줌마를 데리고 왔다. 주인 아줌마는 상당히 밝게 웃으며 우리를 맞아주었다. "남조선 방송기자 선생들이라고 이야기를 들었습네다. 잘 오셨습네다. 우리집에 맛난 것 많이 드시고 술도 흠뻑 취해서 가십시오. 우리집 안주가 평양에서 일품입네다." 한 50살쯤 돼보이는 아줌마는 아주 상냥하게 말하고 사라졌다. 북측 안내원을 포함한 우리 일행은 편안한 마음으로 술과 안주를 먹고 마셨다. 조금 술기가 돌자 본부장이 종식에게 퀴즈를 낸다. 오징어를 들면서 " 종식부장. 너 이것 이름이 무엇이냐." "오징어 아닙니까." "아니 평양말로" "평양에서도 오징어라고 하는 것 아닌가요." 그랬더니 안내원보고 물었다. 이것 이름이 무엇이냐고. 안내원은 말한다. 낙지라고 말이다. 그러면 낙지는 뭐라 하느냐고 물었더니 오징어라고 한단다. 그러니까 남북이 오징어와 낙지가 뒤바뀐 셈이다. 남북이 오랫동안 분단돼 있다보니 이런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조금 우습지만 남북 분단의 슬픔이 느껴지는 그런 밤이다. 옆좌석의 손님들이 남측에서 온 방송기자 선생들이라고 아는 체를 한다. 그리고 잔도 서로 나눠가며 평양 술집 손님들과도 재미있게 보내고 술집을 나섰다. 같은 민족 사람들인데 아쉬움과 탄식이 동시에 느껴지는 분위기이다. 북측 안내원이 한잔 더하자고 한다. 물론 술값은 우리가 지급한다. 출장비에서. 그들은 고려호텔로 차를 몰았다.
가는 도중에 정말 가로등의 불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다시 한번 평양의 전기사정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북측 안내원들이 고려호텔로 방향을 정한 것은 그곳에 노래방 시설이 좋기 때문이었다. 종식은 일행이 하는데로 따라 갈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는 발언권이 없기 때문이다. 잠시후 고려호텔 지하에 있는 노래방으로 들어간다. 상당히 큰 규모였는데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다.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안내원 가운데 한명이 급히 김부장을 호출한다. 김부장은 그들과 나갔다가 들어와 본부장에게 보고한다. " 본부장님.북측에서 최종 결정이 지금 나왔답니다. 평양 생방송은 힘들다. 하지만 앞으로의 사정을 보고 생방송도 문을 열어놓겠답니다. 조금 더 푸쉬하면 가능성도 있을 것같습니다. 드라마 제작과 음악회 개최는 최종 결정됐습니다. 우리가 의도했던 대로 대충 다 이뤄진 것 같습니다. " 본부장도 그정도면 좋은 결과라고 받아드리는 분위기였다. 종식의 일행은 고려호텔 노래방에서 노래를 몇곡 불렀다. 종식 차례가 돼서 종업원에게 한곡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아침이슬을 부르란다. 그시절 평양에서도 아침이슬을 많이 부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일행은 너무 늦지않게 숙소로 돌아와 휴식에 들어갔다. 종식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리저리 다니느라 피곤하지만 아직 긴장이 덜 풀린 탓인지 정신은 맑았다. 그리고 밤이 깊고 그리고 억지로라도 잠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 내일 귀국하자면 자둬야 하기 때문이다. 종식의 평양 두번째 밤은 그렇게 깊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