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4년 5월 3일 금요일 10시
모인 사람: 엄자영, 정미자, 음민서
주제책: <허삼관 매혈기>
5월의 함공을 간단히 말하자면,
‘자유함'과 '정다운 즐거움’이랄까요?
달랑 셋이 모였어도 즐거웠어요.
독서모임은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 참여가 함께하면 그만큼 풍성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조촐히 둘 셋이 모여도 충분히 좋아요. 그만큼 자유롭게, 우리 마음대로 진행해도 되잖아요. 조금 편안한 분위기에서 시작을 했습니다. 잠깐 마저 책을 읽는 시간도 갖고, 11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조용한 함크에서 책 읽는 모습, 꿀 맛이겠죠?
모임 시작 직전에는 집중력도 거의 초사이어인 급으로 발현됩니다.
자, 본격적인 모임 시간,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구절을 먼저 나누었어요.
정미자 선생님이 먼저 허삼관의 아내 허옥란의 말, '나 챙기기'에 대한 부분을 말씀해주셨어요.
"이제야 다 알겠다구요. 예전에야 남편 먼저, 아들들 먼저 생각하고 그랬잖아요. 무조건 내가 덜 먹더라도 남편하고 아들들 많이 먹이는 게 최선이고, 내가 좀 힘들더라도 그들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다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앞으로는 스스로를 챙겨야겠더라구요. 내가 나를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겨주는 사람이 있냐구요? 남자들이란 원래 믿을 것이 못 돼요. 집안에 서시 같은 미인이 있는데 바깥에다 한눈을 팔다니....... 아들들도 믿을 것이 못 되고......"
느낌 오시죠? 스스로 잘 챙겨야 합니다. 특히 엄마가 아프면 집안을 돌볼 사람이 없어 더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더라는 이야기도 해주셨네요.
이후 서로 기억에 남는 부분, 밑줄 친 구절들을 읽으며 내용을 되짚어보고, 소설 속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를 살펴 보았어요.
피를 팔아 인생의 고비를 넘긴 허삼관의 일대기를 읽으며 우리도 그 안에서 울고 웃으며 지금껏 살아온, 살아갈 인생의 시간들을 돌아볼 수 있었어요.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분명 연민과 동정을 불러일으키는데, 그 안에서 유머를 잃지 않고 계속 독자를 웃겨주거든요. 웃으면서 가슴 저리게 되는, 대단한 소설이었네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참여한 한 분의 후기 글로 대신 하려 합니다.
공개를 허락해주신 엄자영 선생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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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공 독서모임에서 위화 작가의 <허삼관 매혈기>를 읽었다. 등장인물은 허삼관, 허삼관의 아내 허옥란, 아들 삼형제 일락이, 이락이, 삼락이, 일락이의 친아버지 하소용, 허삼관이 잠시 한눈을 판 임분방, 피를 파는 동료 근룡이와 방씨이다.
허삼관은 누에고치를 키우며 유통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런 일보다 피를 팔면 몇 배의 돈을 얻는 걸 알게 되어 피를 팔고 돈을 얻는다. 허삼관은 처음부터 개차반의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첫째 아들이 자신의 아들이 아닌 하소용의 아들인 줄 알고 첫째를 멀리한다. 일락이가 대장장이 아들의 머리를 쳐서 다치게 하여 그 치료비를 물어야 하는데 돈이 없었다. 하소용 내 집에서도 일락이를 아들로 생각하지 않았다. 가뭄이 들어 먹을 것이 없어 옥수수죽을 묽게 타서 먹고 상상의 음식을 떠올리며 서로 위로한다.
소설은 중국의 근대 역사를 관통하고 있다. 공산주의, 문화대혁명의 시대가 흘러간다. 집안 물건을 모두 뺏긴 허삼관네는 부인 허옥란이 인민재판에 끌려가고 혹독한 시련을 겪는다. 허삼관은 그런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본다.
이 소설은 허삼관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 초반에는 첫째가 자신의 자식이 아닌 것으로 아내와 아들을 비난하지만 결국 받아들이게 된다. 피를 파는 것 외에는 생계를 이어갈 수단이 없기에 시급한 일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피를 판다. 아들 일락이가 간염에 걸려 상하이에 큰 병원에 가야만 고칠 수 있다고 하자 그 치료비를 마련키 위해 연속으로 피를 뽑았다. 목숨을 걸고 상하이까지 간다. 너무도 가난하지만 그래서 더 간절하게 돈을 번다.
이 소설은 내가 처음 접한 중국 소설이었다. 중국 소설도 이런 유머가 들어있구나 감탄했다.
허삼관이라는 인물이 너무나 가난하게 살지만 그래도 삶을 긍정적으로 대하는 모습이 좋았다. 가족들의 생계를 위한 가장의 몸부림을 보았다. 남에게 굽신거리며 돈을 빌리고 목숨 걸고 피를 판다. 나도 어려운 사정이 되면 이렇게 가족을 위해 할 수 있을까? 부모들의 식구를 위한 고통은 숙명이다.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선 뭐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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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모임은 6월 7일 금요일 10시 함크에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와 함께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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