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석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괜찮다는 말 참, 슬프다』
■ 책 정보
지은이: 김 석
펴낸곳: 도서출판 황금알
발행일: 2022년 10월 20일
값: 10,000원
■ 책 소개
황금알시인선 이백 쉰 세 번째 시집. 이 시집은 1부 ‘지다’, 2부 ‘엄마의 시간’, 3부‘ 짠맛 후회’, 4부 ‘텅 빈 충만’으로 되어 있다. 우선 한 편의 시와 같은 <시인의 말>을 들어보자.
팔월 그 어느 날
거품처럼 수국은 져 나리고
수국보다 더 환하던
당신의 웃음도 지고
밥도, 죽도 죽이며
하루를 죽이고
관세음도, 보살도 지우고
나무가 된, 어머니
나는, 젖은 꽃 무덤 되어
짠맛 후회와 함께
속내를 드러내봅니다
‘괜찮다는 말
참, 슬프다’라는 이름으로
-<시인의 말> 전문
팔월 어느 날 거품처럼 수국이 지고 그 꽃보다 더 환하던 당신의 웃음도 졌다. 우리는 이어지는 문장에서 수국보다 환한 웃음을 짓던 ‘당신’은 바로 시인의 어머니임을 알게 되고 그 분이 이제 저 세상 사람이 되었음도 알게 된다. 그 분은 밥도, 죽도 죽이며 하루하루를 죽이다가 자신이 믿던 관세음도, 보살까지 다 지우고 돌아가셨다. 어머니를 여윈 시인은 이제 ‘괜찮다는 말 참, 슬프다‘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게 되었다고 토로한다. 우리는 이런 발화를 통해 시집이 나오게 된 연유와 시집 제목이 견인된 사연을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앞에서 언급한대로 한 편의 시와 같다. <시인의 말>에는 이미 “젖은 꽃 무덤”이나 “짠맛 후회”와 같은 강한 심상의 비유적 표현은 물론 ‘지다’와 ‘지우다’, ‘죽’과 ‘죽다’와 같은 동·유음이어의 견인 등 문학적 장치들이 산견되고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위 글이 본문의 작품들과 서로 상호텍스트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가 죽었다
깨금발로 뛰다가 죽었다
금 밟고 죽었다
죽은 아이가 울고 있다
- 너 왜 울고 있니?
- 죽었으니까요
죽은 아이가 울고 있고
죽은 아이를 보며 산 아이들이 웃고 있다
- 넌 왜 웃고 있니?
- 살아 있으니까요
괜찮다고 한다 울면서 괜찮다고 한다
죽어도 괜찮다고 한다
죽은 아이를 보고 웃어도 괜찮다고 한다
죽어서 다시 죽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고 한다
괜찮다는 말, 참
슬프다
-「사방치기」 전문
인용된 시는 작품집 1부 첫 번째 수록된 것으로 그만큼 시인에게 중요한 비중과 의의를 가진 것이 될 것이고 독자도 필독할만한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판단된다.
우선 <시인의 말>과의 상호 텍스트성을 생각해보자. 이 작품의 마지막 문장은 “괜찮다는 말, 참/ 슬프다”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문장은 <시인의 말>의 마지막 문장과 글자 하나 다르지 않게 반복되고 있는 동시에 시집 제목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이 작품은 시 전체가 한 덩어리 역설적 아이러니를 표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죽다’는 ‘살다’의 반대말로, 그야말로 삶과 죽음이 갈라지는 심각한 문제다. 절대로 죽음을 보고 웃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시인은 “죽은 아이를 보고 웃어도 괜찮다고 한다” 여기서 특별히 주목할 점은 그 ‘죽음’의 원인이다. 작품에서의 ‘죽음’은 ‘사방치기’라는 놀이의 규칙을 어겼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즉 “깨금발로 뛰다가” “금 밟고” 죽은 것이다. 따라서 얼마든지 그 죽음을 보고 “웃어도 괜찮다” 놀이에서 죽은 것이지 실제로 죽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틀린 말인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옳은 말이 바로 역설이 아닌가. 완벽한 역설적 아이러니가 창출되고 있다.
작품의 마지막 문장, “괜찮다는 말 참, 슬프다”에 다시 시선이 간다. 대개 ‘괜찮다’라는 말 앞에는 ‘–을 해도’ 같은 조건절이 있게 마련이다. ‘금’ 밟고 죽은 아이를 보고 “웃어도” ‘괜찮다’와 같은 경우다. 그런데 “금”은 한도 또는 한계선을 가리킨다. 삶에는 얼마나 많은 금이 그어져 우리의 앞길에 한계선이 되고 있는가. 그러나 그 금을 자신이 밟지만 않으면 누가 밟던 괜찮다. “죽은 아이가 울고” 있지만 “산 아이들이 웃고 있다” 화자는 아이들 놀이에서도 이런 세상살이의 서글픈 함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괜찮다’는 말이 슬프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 저자 소개
김 석(金 碩)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Pittsburgh대학 경영대학원(전략마케팅 과정)을 수료하고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석사)를 졸업했다. 삼성생명에서 대구지역단장, 경북지역단장으로 근무하고 금복주에서 기획 · 홍보 · 마케팅 담당 상무로 근무했다. 2004년 「시인정신」(시), 「문학청춘」(시조)으로 등단했다. 시집 『거꾸로 사는 삶』, 『침묵이라는 말을 갖고 싶다』, 『괜찮다는 말 참, 슬프다』 등이 있다. 대구예술상 문학부문을 수상했다. 대구문인협회 사무국장 · 편집국장 · 감사를 역임했다.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죽순문학회, 진각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첫댓글 축하합니다. 정유제 합장
시집출간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