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도연명(陶淵明 : 365년∼ 427년)
▶작가 소개
동진(東晉)시대 심양(?陽) 채상(柴桑) 출신으로 자는 원량(元亮)이다.
유송(劉宋)으로 왕조가 바뀐 뒤에 이름을 잠(潛)으로 고쳤고
스스로 호를 지어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고 하였다.
젊은 시절에 몇 차례 군부의 말직을 역임하다가
41세에 팽택(彭澤)의 현령(縣令)을 마지막으로 관직을 떠나
고향의 전원으로 돌아왔다.
그는 전원생활을 바탕으로
평담하면서도 뜻이 깊은 시를 지어 전원시(田園詩)의 창시자가 되었다.
▶작품 설명
도연명(陶淵明)이 관직을 떠나 전원으로 돌아온 뒤에,
돌아오게 된 배경과 당시의 심경, 깨달음과 앞으로의 각오 등을 서술한 글로,
혼란한 시대에 자신의 인격을 고상하게 했던 도연명의 의지가 잘 드러나 있다.
송대(宋代) 구양수(歐陽修)는 이 글에 대하여,
“서진(西晉)과 동진(東晉)에는 문장이 없는데,
다행히 이 한 편이 있을 뿐이다.(兩晉無文章, 幸獨有此篇耳.)”라고 극찬하였다.
▶작품 내용
歸去來兮여. 田園將蕪하니 胡不歸리오.
귀거래해 전원장무 호불귀
旣自以心爲形役이나 奚惆悵而獨悲리오.
기자이심이형역 해추장이독비
悟已往之不諫하고 知來者之可追로다.
오이왕지불간 지래자지가추
實迷途其未遠하니 覺今是而昨非로다.
실미도기미원 각금시이작비
舟搖搖以輕颺하고 風飄飄而吹衣로다.
주요요이경양 풍표표이취의
問征夫以前路하고 恨晨光之熹微로다.
문전부이전로 한신광지희미
돌아가리라.
전원(田園)이 장차 거칠어져 가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이미 스스로 마음을 육체에 부림 받게 하였으나,
어찌 근심하며 홀로 슬퍼만 하겠는가.
이미 지나간 것은 따질 것 없음을 깨달았고
앞으로 올 일은 제대로 따를 만함을 알겠다.
진실로 길을 잃은 것이 그렇게 멀리 가지는 않았으니,
지금이 옳고 지난날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배는 흔들흔들 가벼이 떠가고 바람은 살랑살랑 옷자락에 분다.
길가는 나그네에게 앞길을 물으면서 새벽빛이 희미한 것을 한스러워한다.
乃瞻衡宇하고 載欣載奔하니 童僕歡迎하고 稚子候門이라.
내첨형우 재흔재분 동복환영 치자후문
三徑就荒이나 松菊有存이라. 携幼入室하니 有酒盈樽이로다.
삼경취황 송국유존 휴유입실 유주영준
引壺觴以自酌하고 眄庭柯以怡顔이라.
인호상이자작 면정거이이안
倚南窓以寄傲하니 審容膝之易安이라.
의남창이기오 심용슬지역안
園日涉以成趣하니 門雖設而常關이라.
원일섭이성취 문수설이상관
策扶老以流憩라가 時矯首而遐觀이라.
책부노이류게 시교수이하 관
雲無心以出岫하고 鳥倦飛而知還이라.
운무심이출수 조권비이지환
景翳翳以將入하니 撫孤松而盤桓이라.
경예예이장입 무고송이빈환
마침내 일자대문 집을 바라보고 기뻐하며 달려가니,
종 아이는 반갑게 맞이하고 어린 자식들은 문에서 기다린다.
세 갈래 길은 거칠어져 갔지만 소나무와 국화는 남아있다.
어린것들 손을 잡고 방에 들어가니, 술이 항아리에 가득하다.
술병과 잔을 당겨 혼자서 따라 마시고
정원의 나뭇가지를 돌아보며 얼굴을 편다.
남쪽 창가에 기대어 의기양양해 하니,
무릎을 넣을 만한 좁은 곳이 편안하기에 쉬움을 알겠다.
정원은 날마다 거닐어 취미가 되었으니,
대문은 비록 세워져 있으나 항상 닫혀 있다.
지팡이를 짚고 돌아다니다 쉬면서
때때로 머리를 들어 멀리 바라본다.
구름은 무심히 산의 바위틈에서 나오고
새는 날기에 지쳐 돌아올 줄을 아는구나.
햇볕이 어둑어둑하면서 장차 지려 하니,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거린다.
歸去來兮여. 請息交以絶游호리라.
귀거래혜 청식교이절유
世與我而相違하니 復駕言兮焉求리오.
세여아이상위 복가언혜언구
悅親戚之情話하고 樂琴書以消憂로다.
얼친척지정화 악금서이소우
農人이 告余以春及하면 將有事于西疇로다.
농인 고여이춘급 장유사우서주
或命巾車하고 或棹孤舟하여 旣窈窕以尋壑하고 亦崎嶇而經丘라.
혹명건차 혹도고주 기요조이심학 역기구이겨우
木欣欣以向榮하고 泉涓涓而始流로다.
목흔흔이향영 천연연이시류
羨萬物之得時하고 感吾生之行休로다.
선만물지득시 감오생지행휴
돌아가리라.
교제를 그만두고 어울림을 끊어야겠다.
세상이 나와는 서로 어긋나니 다시 수레를 메고 나가 무엇을 구하겠는가.
친척들과의 정다운 대화를 기뻐하고 거문고와 책을 즐기면서 시름을 잊으리라.
농부가 나에게 봄이 왔다고 알리면, 장차 서쪽 밭에서 농사일을 해야겠다.
혹은 천을 두른 수레를 준비하게 하고 혹은 한 척의 배를 저어,
이미 깊숙하게 물골을 찾아들기도 하고 또한 울퉁불퉁한 길로 언덕을 지난다.
나무들은 생기를 머금은 채 무성해져가고 샘물은 졸졸거리며 흐르기 시작한다.
만물이 제때를 얻은 것이 부럽고 나의 삶은 장차 끝나 감을 느낀다.
已矣乎라. 寓形宇內復幾時오
이의호 우형우내복기시
曷不委心任去留하고 胡爲乎遑遑欲何之오.
갈불위심임거류 호위호황황욕하지
富貴는 非吾願이요 帝鄕은 不可期라.
부귀 비오원 제향 불가기
懷良辰以孤往하고 或植杖而耘자하며 登東皐以舒嘯하고 臨淸流而賦詩리라.
회량신이고왕 혹식장이운자 등동고이서소 임청류이부시
聊乘化以歸盡하니 樂夫天命復奚疑리오.
료승화이귀진 악부천명북해의
그만두자.
세상에 몸을 의탁해 사는 것이 또한 얼마나 된다고,
어찌 마음에 맡겨, 가고 머묾을 임의대로 하지 않겠으며,
무엇 때문에 허둥대며 어디를 가려고 하겠는가.
부귀(富貴)는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고 신선 세계는 기약할 수 없다.
좋은 시절을 생각해 두고 있다가 홀로 나서고
혹은 지팡이를 세워 놓고 김매고 북돋워줄 것이며,
동쪽 언덕에 올라 시를 읊조리고 맑은 물에 이르러 시를 지으리라.
그저 변화를 따라 죽음으로 돌아가리니,
천명(天命)을 즐김에 다시 무엇을 의심하리오.
※ 각주
1. 삼경(三徑)
한대(漢代)의 장후(蔣?)가 은거(隱居)하면서
집 앞의 대나무 밭에 세 갈래의 길을 만들고,
은사(隱士)인 구중(求仲), 양중(羊仲)
두 사람하고만 교류한 고사에서 따온 말이다.
2. 부로(扶老) : 지팡이를 가리킨다.
3. 요조(窈窕) : 깊숙한 모양이다.
4. 기구(崎嶇) : 울퉁불퉁한 모양이다.
5. 흔흔(欣欣) : 생기 있는 모양이다.
6. 연연(涓涓) : 졸졸 흐르는 모양이다.
7. 제향(帝鄕) : 선경(仙境)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