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해안도로 일주를 시작했다.
일주일 여정으로 중문에서 시계방향으로 돌 계획이다.
안덕면 화순리 정자 앞에서 낡은 초록색 트럭 한대가 눈길을 끈다.
차주로 보이는 백발의 아저씨가 아이스커피를 드시고 계셨다.
"아저씨 차 멋지네요"
"...."
검게 탄 얼굴, 무뚝뚝한 표정이 고독해보인다.
"차 구경 한번해도 될까요?"
"낡은차 볼께 뭐가있다고..."
뽀얗게 먼지가 앉은 차량은 실내, 덧칠한 초록색에서 빈티지 느낌이 난다.
실재론 경운기 같은 농사용 트럭이란다.
그러고보니 번호판이 없다.
3년전에 300만원 주고 구입하셨다는데 갤로퍼를 개조한 것이란다.
아직도 120km까지는 끄떡 없다고 한다.
아저씨는 무면허에 차량이 아니니 보험도 없었다.
얼마전 도로를 열심히 달리는데 경찰차가 따라와 차를 세우길레
큰일이구나 했는데 뒷쪽에 반사판을 부쳐주곤 조심해서 다니라고 했단다.
도둑이 제발 저리다고 아저씨의 걱정과는 다르게 잘 무마되었단다.
내가 병에 걸려 이곳까지 오게된 경위를 설명했더니 중산간 지역에 공기가 좋다고 한다. 오소리가 폐에 좋다는 말도 해주셨다. 그렇게 이야기길 하는 동안 1시가 넘었다.
아저씨의 파란만정한 이야기에 자릴 뜰수가 없었다.
10년 넘게 도리짓고땡으로 가사를 당진하고 이혼을 당해 1999년 제주도로 내려왔다.
한전에서 정년퇴직한 아는 형님과 감자 농사를 지었지만 수입이 신통찮아 그때부터 혼자서 소작을 했다.
나름 소신이 있어서 막노동은 돈이 잘안나와 농사만 열심히 지었고,
지금은 땅도 조금있고 트랙터와 농기계도 몇대 가지고 있단다.
"아직도 혼자세요"
"혼자가 편해~"
"그래도 외롭찮아요"
"돈으로 안되는게 없는 세상이여
벌어 놓은거 다쓰고 죽어야지~"
농기계로 넘에 농사 지어주면 일당이 40만원정도 받는단다.
감자는 태풍을 맞으면 모두 죽고,
10만평씩 짓는 대농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감자랑, 밀감에 대해선 빠삭하다고 했다.
초보일꾼이 23년만에 프로가 된것이다.
세상돌아가는 사정에 대해서도 도시에 있는 나보다도 훤히 꾀고있다.
담배에 불을 당긴다. 한모금 빨고 잔기침을 한다.
10년 넘게 골방을 전전하며 노름을 한 후유증으로 무릅관절도 나갔다고한다.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농사를 못할정도라고 한다.
아무리 기골이 장대해도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는게다.
서로 연락처를 나누곤 각자의 길로 향한다.
첫댓글 재밌어요. 소설같군요 ~^^*
근데 도박하느라 관절이 다 가다니.. 산꾼들은 높은 산에 오르느라 관절이 망가지는데..
인생이 다양하네요.
여러사람 만나보니 이야기도 다양합니다. 추천해 주신대로 용기를 내봤는데 쉽진않네요
실제 사람들을 접촉하면서 쓰신 글이라서 그런지 인생의 향기 라고 할까?? 뭐 그런 문학적 향기가 나네요.
난 요즘 계속 아파요. 오늘의 운세에 아프다고 나오던데 족저근막과 갈비뼈 골절에 어젯밤에는
온 몸이 깨지는것처럼 으스스 아프더니 코로나 검사받으려고 용기냈더니 지금은 또 괜찮군요.
출국하기 전에 한번 연락드릴게요. 계속 아프면 돈떼이고 못갈수도 있겠지만 ^^*
아프면 안되는데ㅠㅠ
아파보니 외롭습니다.
못하는게 많으면 스트레스 받습니다.
바람불고 흐린날 좋은 음악 들으면서 바닷가에 카페에 앉아있는 상상을 하세요
단편문학집을 읽은 느낌이예요~^^
각각의 인생이나 다들 그정도는 되겠죠~
다만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