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가톨릭
자카르타 : 섬들의 나라 인도네시아에서
1978년 몇몇 교우들의 모임으로 시작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동체는 1980년대부터 인도네시아에 불어온 투자 바람으로 교민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면서 신자들의 숫자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목자도 없이 걷는 신앙의 길이 어찌 평탄할 수가있었겠습니까? 그런데 하느님의 인도하심이었을까요?
1984년 12월 8일, 지금은 고인이 되신 고 이경재 알렉산더 신부님께서 성라자로마을 건립에 필요한 자금을 모금하고자 자카르타를 방문하셨습니다. 그때 사목자도 없이 어렵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던 저희들을 만나게 되셨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이 신부님의 도움으로 부족하지만 타국에서 신앙생활의 터전을 마련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 뒤, 1990년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님들이 이곳에 오셔서 주일학교와 유치원을 개설하셨고, 이후 부산교구에서 정식으로 김옥수 도미니코 신부님을 본당 사제로 파견하여, 1995년 3월 19일에 본당 설립 미사를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공동체의 성장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지금은 세 개 공소(수라바야, 땅그랑, 찌까랑)와 12개의 구역에 등록 신자 수 1,800명에 이르는 큰 공동체로 성장하였습니다.
그 동안 보좌신부님까지 모두 일곱 분의 신부님께서 이곳 자카르타 성 요셉 성당에서 사목을 하셨습니다. 현재는 6대 주임신부님과 3대 보좌신부님께서 사목을 하고 계십니다.
어느 본당이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저희 본당에도 평신도사목협의회가 구성되어 있고, 울뜨레야, 성령 기도회, 요셉회, 성모회, 자모회, 연령회, 제대회, 복사단 자모회, 청년회, ME와 꾸리아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두 분의 수녀님이 운영하는 성서 백주간이 세 반 있고, 보좌신부님의 성서 공부반도 있습니다.
특별히 성가대가 두 팀이 있는데, 글로리아 성가대는 그레고리오 성가와 기존의 가톨릭 성가를 위주로 미사의 장엄함을 한껏 드러내고, 앗숨 성가대는 주로 젊은 형제자매들로 구성되어 교중미사를 제외한 미사에서 생활성가를 중심으로 미사의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답니다.
아, 그리고 우리 본당의 자랑거리인 주일학교는 토요일 오후 3시의 초등부 미사와 4시 30분의 중고등부 미사가 있는데, 특별히 중고등부 미사에는 드럼과 바이올린, 플룻, 오보에, 피아노 등으로 학생들이 직접 구성한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토요일마다 250여 명의 초중고등부 학생들이 성당을 가득 메우고,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답니다.
사목자 없이 지냈던 시절을 되새기며
2010년 10월, 새로 부임하신 6대 주임신부이신 이강수 미카엘 신부님은 이재석 안드레아 보좌신부님과 함께 기본에 충실한 신앙생활을 해나가자는 모토로, 주님께 마음을 두고, 주님께 의지하며, 해외 생활의 어려움과 부족함을 극복해 나가자고 강조하십니다.
사실, 이곳에서 지내다 보면, 골프나 지인들과 만남, 식사 모임 등과 같은 일상의 분주함 때문에 기도생활을 소홀히 하고, 신앙생활의 감사함과 중요함을 잠깐씩 잊고 지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초창기에 사목자도 없이 지냈던 시절에 가졌던 열정과 목마름을 잊지 말고, 퇴보하거나 정체된 신앙생활이 아니라, 날마다 성장하고 성숙해 가는 그런 신앙생활을 하고자 본당 신부님과 저희 교우들은 한마음으로 열심히 하루하루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이곳 신앙생활의 어려움이라면 한국의 책자나 성물을 들여오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살 곳도 없고 통관도 어렵습니다. 성상의 경우 혹시 마약류나 금하는 물건이 들어있는지 확인하느라 망치로 성상을 깨뜨려보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그래도 신자들이 십시일반 기증해 준 책들로 아담한 도서관을 마련하였고, 어린이들부터 일반신자들까지 애용하는 본당 도서관은 풍성한 영적 독서의 공급지가 되고 있답니다.
인도네시아 신자들을 본받으며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 4천만이 넘는 큰 나라입니다. 이 많은 인구의 90% 이상이 알라를 믿는 이슬람교도들입니다. 하지만 이곳의 일반적인 이슬람교도들은 매우 온순하고 개방적입니다. 수백 년의 시간을 외세의 지배 아래 있었지만 외국인에 대한 저항감도 별로 없는 듯합니다.
이 인구 가운데 약 3.9% 정도가 천주교 신자들이며, 추기경님과 함께 마흔다섯 분의 주교님들이 37개의 교구를 관할하시고, 자카르타에만 60여 개의 성당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천주교 신자들은 전례에 무척 역동적으로 참여합니다. 대축일이나 재의 수요일, 성삼일 등 중요한 전례 때는 하루에 6대 이상씩 미사가 봉헌되지만, 신자들이 성전에 다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많은 신자가 참여합니다. 야외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서 미사를 관람(?)해야 할 정도로 열심한 모습은 아직까지 부족하기만 한 우리 한인성당 공동체 모든 이가 본받아야 할 모습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봅니다.
한때, 이 나라 정국이 불안하고 치안이 불안할 때가 있었고, 개신교 교회에 폭탄이 터져 7명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지만, 우리가 이슬람교도들을 존중하며 살아간다면, 그들 역시 우리를 존중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신 주님께서는 사람이 다르고 문화도 다른 이역만리 먼 곳에서 당신의 사랑을 실천하며 살도록 저희를 지켜주시고 힘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 주님의 사랑 속에 주임신부님, 보좌신부님, 수녀님들과 전 신자가 한마음이 되어 더욱 성숙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로 커갈 것입니다.
* 한경혜 데레사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성 요셉 성당 신자이다.
[경향잡지, 2011년 1월호, 한경혜 데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