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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수필100년
사파이어문고14 (김유진김 수필집)
『얼기미로 걸러낸 해밀』
979-11-7155-006-7 / 288쪽 / 150*210 / 2023-10-31 / 15,000원
■ 책 소개 (유튜브 영상 바로 보기)
한국현대수필 100년 사파이어문고 열네 번째 책은 “미래적이고 희망적인 온고지신”의 수필을 표방하는 김유진 수필가의 첫 수필집 『얼기미로 걸러진 해밀』이다.
안동 출생인 작가가 농촌이었던 고향에서 부모 형제들과 보낸 어린 시절의 행복한 추억과 지금은 사라져버린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문화, 풍습, 전통 농기구, 음식, 옛 물건 등 우리의 의식주 전반을 함께했던 토속적이고 전통적인 소재를 글감으로 하여 쓴 소담스럽고 멋스러운 수필집이다.
책 제목의 “얼기미”는 ‘밑바닥의 구멍이 굵고 큰 체’인 “어레미”의 방언이고, “해밀”은 ‘비가 온 뒤 맑게 갠 하늘’이란 뜻의 순우리말로, 옛것을 알고 사랑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작가의 희망이 담겨 있다. 고향으로부터 풍성하게 물려받은 추억과 글감이 지난날의 유산을 귀히 여기는 작가 마음의 ‘얼기미’를 통해 걸러져서 ‘해밀’처럼 맑고 깨끗한 수필작품으로 형상화한 『얼기미로 걸러진 해밀』이다.
1부 <부리망>, 2부 <붉은 소화제>, 3부 <은비녀>, 4부 <참새잡이>로 나누어져 실린 60편의 작품은 한 편 한 편마다 삶의 멋과 맛이 있던 우리 이전 세대 선인들의 품격 있는 삶을 오롯이 구현하여 잃어버린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우는, 지성과 감성이 함께 하는 명품 작품집이 되었다.
■ 저자 소개 (인터뷰 영상 바로 보기)
김유진
ㆍ경북 안동 출생
ㆍ한국문인협회 회원
ㆍ한국수필가협회 회원
ㆍ한국수필작가회 회원
ㆍ2016. 《한국수필》 신인상 수상
ㆍ2019. 제8회 한국수필작가회 동인작품상 수상
ㆍ2019. 조세금융신문 포토시 신춘문예공모전 수상
ㆍ2019. EOC 환경디카시 공모전 수상
■ 목차
책머리에
1 부리망
귀주머니 / 염습 / 고리 / 고수레 / 똬리 / 부리망 / 빙의 / 음복 / 차일 / 흑립 / 계자난간 / 당산제 / 대님 / 목단꽃 / 운동화
2 붉은 소화제
가양주 / 누름돌 / 붉은 소화제 / 암반 / 자리끼 / 정구지 / 짱돌 / 토렴 / 도토리묵 한 접시 / 박탁 / 방짜 / 송기 / 조청 한 사발 / 자반고등어
3 은비녀
고드렛돌 / 돌꼇 / 석작 / 코뚜레 / 고래 / 덕석 / 돌쩌귀 / 물두멍 / 바지랑대 / 씨아 / 얼기미 / 은비녀 / 디딜방아 / 연가 / 모탕
4 참새잡이
두렁 / 둠벙 / 맥질 / 사름 / 시무나무 / 추잠 / 푸서리 / 피댓줄 / 힐조 / 깜부기 / 신갈나무 / 참새잡이 / 해밀 / 지우개 / 어머니의 길
|발문|온고지신이 빚어낸 오래된 미래 - 박종현(시인)
■ 출판사 서평
‘귀주머니’ ‘반짇고리’. ‘흑립’, ‘대님’, ‘목단꽃 십자수’, ‘운동화’, ‘돌꼇’. ‘은비녀’, 이 정겨운 이름 속에는 그리운 할머니, 엄마의 지극했던 가족 사랑의 마음이 들어있다. 할머니의 손때 묻어 낡은 귀주머니는 요술 주머니였다. 어머니가 애지중지하던 반짇고리는 할아버지 도포와 두루마기 한복을 멋지게 지어내거나 자식들의 구멍 뚫린 양말 장갑 떨어진 단추까지 못 깁는 것이 없었다. 또 ‘돌꼇’은 어떤가? “할머니의 손때가 묻어 반질거렸고 그 손때가 윤기로 반짝거릴 때 더 멋있어 보였다.” 작가는 젖은 손 마를 새 없이 식구들을 위해 집안을 건사했던 옛 여성들의 노고와 희생, 사랑의 사연을 아름답고 애틋한 이 이름들에 담아 들려준다.
“한복의 천에 따라 대님이 달랐다. 봄, 가을에는 무명옷이 많았으며, 여름에는 특산물로 지정된 안동포의 삼베 한복을 주로 이용했다. 겨울에는 두툼한 무명 솜 누비 한복을 입었으며, 양단과 인견, 누비도 많이 사용했다. 누비도 어머니 손수 누비면서 밤잠을 줄여야 하는 고단함을 아버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호롱불 아래 천근 무게로 짓누르는 눈꺼풀을 치켜들고 바늘과 씨름하며 고달픔을 혼자서 이겨내는 어머니는 우직한 소를 닮아있었다.…그리고는 바지를 살짝 잡아당겨 한복 바지의 우아한 멋을 한껏 부렸다. … 아버지께서는 ‘임자 다녀오리다.’ 어머니를 향해 한마디 남기시고 팽하니 집을 나섰다. 어머니께서 대답 대신 얼굴에서 안심의 미소가 볼우물을 팠다.”(「대님」 중에서)
‘가양주’, ‘누름돌’, ‘안동식혜’, ‘암반’, ‘자리끼’, ‘정구지’, ‘짱돌’, ‘토렴’, ‘도토리묵’, ‘박탁’, ‘방짜’, ‘송기’, ‘조청’, ‘자반고등어’, ‘물두멍’… 풍부한 역사와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우리의 음식문화를 그려내는 작가의 문장은 음식에 관한 세밀한 묘사와 맛의 표현이 일품이다. 자연에서 구한 소박한 재료와 단순한 도구로 자식들에게 평생 기억되는 손맛과 정취를 자아냈던 우리 어머니들의 솜씨를 실감 나게 그려낸 글맛에 입맛을 다시게 된다. “찹쌀과 기장을 7대 3 정도로 섞어 고두밥을 지어, 한 김이 나가면 누룩과 물을 적당하게 넣고 손으로 비벼 그다음 이스트란 효모, 일명 술 약을 눈대중으로 넣어 섞어놓았다. 그리고 항아리에 담아서 온돌방 구석에 해진 이불 하나 덮어놓고 기다리면”(「가양주」), “양쪽이 철사로 만들어진 석쇠 중앙에 고등어를 얹고, 참나무로 소죽을 끓인 아궁이에 타고 남은 숯불 위에 자반 고등어를 올리면 지글지글 고등어 기름 타는 냄새가 입안에 침을 고이게 했다. 쌀밥에 자반고등어 한 점이면…”(「자반고등어」), “커다란 놋그릇에 국수사리를 담아 뜨거운 육수에 두어 번 토렴을 하고 나서, 육수를 붓고, 고명으로 계란 지단, 당근 채, 버섯 채, 얼갈이배추 무침, 김구이, 김장김치 채 썰어 올려놓으면 잔치국수상이 완성되어,”(「토렴」)등.
“어른 손가락 크기의 멸치를 넣고 푹 우려낸 국물에 자주감자 듬성듬성 썰어 넣고 애호박채와 텃밭 대파로 감칠맛을 돋운다. 팔팔 끓는 국물에 오늘의 주인공 붉은 반죽을 떼서 넣는다. 할아버지께서 심어놓은 앵두나무는 옆집 돌담에 걸터앉아서 무거운 팔을 늘어뜨리고 튼실하게 열매가 익었다. 앵두 알의 투명함이 갓 잡아 온 어판장 생선눈알처럼 다 들여다보일 정도로 붉고 맑다. 어머니가 급하게 한 줌 훑은 앵두는 손바닥에서 붉은 눈물을 쏟는다. 삼베 포에 주무른 앵두즙을 쏟아 넣으면 표백이 되지 않은 유기농 밀가루반죽이 수줍음 많이 타는 산골처녀 볼처럼 발그레하다.”(「박탁」 중에서)
‘광목 차일’, ‘계자난간’, ‘석작(가는 대오리를 걸어 만든 네모꼴 상자)’, ‘고래’, ‘돌쩌귀’, ‘바지랑대’, ‘연가(굴뚝의 꼭대기에 꾸밈으로 얹은 기와지붕 모양의 물건)’, ‘맥질(벽의 표면에 잿빛의 부드러운 흙을 바르는 일)’, ‘모탕(나무를 패거나 자를 때 밑에 받쳐 놓은 나무토막)’ 같은,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옛날 물건이나 전통 주거 양식의 쓸모를 이야기하는 작가의 작품은 그 안에 담긴 아름답고 소박한 삶의 모습과 지혜를 서정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옛것의 소중한 가치에 새삼 감동하게 한다.
“어머니 안 계신 고향 집 돌쩌귀는, 우리 집 대를 잇는 순서를 지켜보며 살았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부터 지금 동생이 살고 있는 가족사까지, 앞으로 누군가의 현재까지 함께할 것이다. 1,600도의 불을 이기고, 200살의 나이를 넘긴 고향 집은 안방 문 네 쌍, 중간 방문 네 쌍, 사랑방문 네 쌍, 사랑방 동창문 두 쌍, 이렇게 14쌍의 돌쩌귀가 지키고 있다. 나는 마음속으로 돌쩌귀와 ‘일 년에 한 번씩 들기름으로 돌쩌귀 건강도 돌봐주겠다.’고 다짐을 했다.”(「돌쩌귀」 중에서)
‘부리망’, ‘허방’, ‘고드렛돌’ ‘코뚜레’, ‘씨아’, ‘얼기미’, ‘디딜방아’, ‘덕석’ 등 이제는 알지도 쓸 줄도 모르는 전통 농기구와, ‘두렁’, ‘둠벙’, ‘사름’, ‘추잠’ ‘깜부기’ 등 고된 농촌 생활에 대한 선명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작품은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순리대로 살아갔던 우리 선조들의 수굿하고 순박했던 삶과 그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무한한 정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디딜방아는 육체의 노동을 사람에게 아낌없이 주면서 정작 자기는 오래될수록 쌀개가 삐거덕거리고 불씨가 닳아서 살이 없어지는 고통도 참아내고, 공이가 반들거리는 수만큼 아픔을 참아내었다. 반들거리는 게 그뿐만은 아니다. 디딜방아 다리는 사람의 발이 닿는 곳이 참나무의 붉은 나뭇결이 드러날 만큼 닳아져 있어도 불평 하나 하지 않고 소신공양을 하듯 하였다.”(「디딜방아」 중에서)
그 외 「염습」(진정한 효의 예), 「고수레」, 「빙의」, 「음복」, 「당산제」 등 부모, 자식, 이웃, 공동체의 평안과 안녕을 위한 우리 자신의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 등 한 편 한 편 놓칠 수 없는 작품들이다.
“보고 들은 전통 소재를 자신의 안목으로 재해석해서 그 소재에서 새롭게 발견한 세계를 수필로 씀으로써 <온고자신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빚어내고 독자에게 참신함과 감동을 건네”(박종현 시인)는, “옛과 오늘이 하나가 되는”(최원현 (사)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김유진 수필가의 향기로운 책, 『얼기미로 걸러진 해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