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으로 바꿀 수 있으면 바꿔 주세요)***
박씨의 정훈庭訓
이영춘
호롱불 그 너머로 박꽃처럼 허리 휜 어머니,
나팔꽃 피는 뜰 안에서
여덟 남매 가르침을 실천한 박씨의 정훈,
집안에서 가르친다고 하여 ‘뜰정庭 자字와 가르칠 훈訓 자가
집안 가득 박꽃처럼 피어나고
이理와 기氣가 해바라기처럼 출렁거리는 가정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이理와 기氣”로 설명하고
“천하의 의리는 끝이 없는데 어찌 자기만 옳고
남은 그르다 할 수 있겠는가?”라는 진리를
천하에 근본으로 가르친 퇴계 이황의 어머니,
그 박씨의 정훈!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아니 흔들리고
내川를 이루어 바다로 가듯이“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되어
이 땅에 큰 역사가 되었네, 뿌리가 되었네
*이영춘 :*1976년『월간문학』등단 *시집:「시시포스의 돌」「시간의 옆구리」「봉평 장날」「노자의 무덤을 가다」「따뜻한 편지」
「오늘은 같은 길을 세 번 건넜다」「그 뼈가 아파서 울었다」 외.다수. *시 감상과 해설집「시와 함께, 독자와 함께!」등.
*시선집:「들풀」「오줌발, 별꽃무늬」, 번역시집 「해, 저 붉은 얼굴」등.
*수상: 윤동주문학상. 고산문학대상. 유심작품상특별상. 천상병귀천문학대상.난설헌문학상. 김삿갓문학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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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변기
이영춘
시인은 우주와 소통하고 우주의 소리를 듣고
만물의 열리고 닫힘의 소리를 듣는다는데,
먼지의 날갯짓, 그 소리도 다 듣는다는데,
그런데 나는, 나와 한 몸인, 나와 한 배꼽의 몸인,
내 어머니의 오줌 줄기 막혀 고생 고생하는 걸 보고도
그 소통 한 번 시원하게 뚫어주지 못했으니, 못하고 보냈으니
커피를 하루에 대여섯 잔 마시고
화장실에 들락날락 변기에 올라앉아 변기 속 물줄기
쫙- 빠져나가는 소리를 듣고서야 그 섭리를 깨달았네
그 값 싼 커피로 엄마의 소통을 열어주지 못한 막힘을,
덕지덕지 낀 엄마 생의 막힘을
소통하지 못한 나의 한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