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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소설가 최인호 '상도' - "장사는 사람을 남기는 것"
“작은 장사는 이문을 남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큰 장사는 결국 사람을 남기기 위해서 하는 일이다”?이는 2000년까지 소설가 최인호에 의해 한국일보에 연재됐던 ‘상도(商道)’에서 인용된 구절이다.
상도(商道)는 의주 거상 임상옥의 일생을 다룬 소설이다. 미천한 상인이었던 그가 평생 동안 겪었던 일에 대해 다른사람의 눈을 통해 소설을 전개했다. 이 소설에는 약 10가지 에피소드가 묶여있다.
△초창기 중국에서 다른이를 돕다가 겪은 고초 △독점 인삼교역권 획득과정 △홍경래 위협과 멸문지화를 면하는 길? △역적 이희저의 딸 송이와의 사랑 △추사 김정희와 교류 등을 통해 독자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하는 극적장치를 만들었다.
작가는 또한 70년대를 이끌었던 유명 소설가로써 독자들에게 ‘인생사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신이 알고 있는 교훈을 주는 것에도 나름 신경을 썼다. 덕분에 내용은 매우 좋았다.
하지만, 신문연재를 한 탓에 5권 소설 내용 중에는 상당수 중복된 내용이 있지만, 이를 의식한 탓인지 최 작가는 2009년 3권으로 과감히 재편집한 개정판을 소장용으로 출간했다.
소설 속에서는 또한 논어 등 고전과 주옥같은 한자성어를 내포하고 있으며, 하나하나 스토리마다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방식을 택해 드라마 영상화를 시키는 데 유리한 구조를 가졌다.
5권이나 되는 소설 속 내용 중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을 소개한다.
하나~ 계영배에 새겨진 ‘계영기원(戒盈祈願) 여이동사(與爾同死)’.
이를 풀이하면 “가득 채워 마시지 말기를 바라며, 너와 함께 죽기를 원한다.”라는 뜻으로 가득 채움을 경계하고 있다. 과욕은 금물!
둘~ 큰스님 석숭으로부터 수없이 얻어맞은 끝에서 ‘손안에 들어있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는 칼’은 자신이다. 결국 스스로를 정진해 남을 돕는 것만이 남도 살고 자신이 살 수 있다는 것.
셋~ “하루에 숭례문을 드나드는 사람은 몇 명인가?”. “그곳을 지나는 사람은 단 두 사람뿐이옵니다. 한명의 성은 이(利), 다른 사람의 성은 해(害)가입니다. 그러므로 대감님의 주변에도 단 두 사람만이 있을 뿐입니다.”
임상옥은 조선후기 인삼교역권을 얻기 위해 정치권의 거물 박종경에게 거액의 뇌물 이면서 자신이 파산에 이를 수 있는 백지수표를 건내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정경유착을 시도한다. 임상옥은 이 과정에서 사람의 마음을 돈으로 살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그는 박종경 대감에게 “진정 제가 얻고자 하는 것은 대감의 마음(心)입니다”라고 고백한 끝에 박종경 대감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다. 이후 임상옥은 독점 인삼교역권을 얻어내 거상의 길에 접어든다.
넷~ 이후 조선후기 평안도에서 반란을 일으켰던 홍경래가 반란 이전에 거상으로 소문난 임상옥에게 접근했다. 홍경래는 임상옥에게 반란군에 가담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임상옥의 목숨을 빼앗을 것이라 벼르고 있었다.
기회를 엿보던 홍경래는 미리 계략을 세워놓았던 공을 세운 뒤 “청동솥에 덕이 있습니까. 아님 없습니까”라고 임상옥에게 묻는다.
임상옥은 “내가 생각하는 솥의 무게는 자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무게가 있다”라고 답한 뒤 “자네가 가져다 놓았던 솥을 가져가게나”라고 말한다.
하지만 임상옥은 미리 솥의 한 다리를 미리 부러트려 놓음으로써 상인의 길에서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세상의 형평성에 어긋남을 비유적으로 답했고 이를 통해 일촉즉발에 처한 죽음의 위기에서 스스로 벗어나게 된다.
여기에서 솥은 권력의 중심을 뜻하며, 솥을 지탱하는 세 다리는 인간의 욕망을 나타내고 있다.
다섯~ 임상옥은 곽산군수로 부임해 이희저의 딸 송이를 만났다. 송이를 비천한 신분에서 구해내기 위해 소첩으로 들이지만, 그와 동시에 송이와 사랑에 빠졌다. 그는 관직에서 파면되는 동시에 감옥에 투옥된다.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비밀은 숨길 수 없는 것이다. 위기의 순간 이때 계영배가 그의 목숨을 구한다.
상도(商道)는 단순한 소설은 아니었다. 내가 살아가면서 무엇을 지켜야 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추구해야 할 것인가. 하나의 길을 제시했다.
~~퍼온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