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 따이한의 노래, 호이안 바구니배
베트남 호이안에 가면 한국인이 많이 하는 체험중에 하나가 바구니배. 코코넛 야자수가 무성한 수로를 따라 한 바퀴 돌고 오게 된다. 대략 30여 분 소요.
얼기설기 엮은 대나무 바구니가 새지 않는 것이 무척 신기한 데 그 방수의 비결은 소똥에 있다. 둥근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신기한데 사공이 앞에서 좌우로 저으면 배는 앞을 향한다.
이것만 하면 재미없지
사공은 코코넛 배를 갸우뚱하며 빙글빙글 돌리기도 하는데 나이를 먹어서인지 머리가 빙글빙글 급기야 구토까지 날 지경.
3개의 바구니 배를 나란히 놓고 사공 2명이 서서 박자에 맞춰 발을 구르며 춤을 추기도 한다.
하이라이트는 선상무대. 큰 스피커를 세워놓고 한국의 트롯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서투른 발음이지만 트롯은 박자가 아닌가? 그야말로 관광버스 춤을 바구니 배로 옮겨 놓은 듯 하다.
놀란 눈으로 바라본 한국인들은 이내 흥에 겨워 어깨춤을 추더니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쥐고 목청껏 노래를 한다. 이보다 더 멋진 노래방이 어디 있는가
현지 베트남인들은 박자를 맞추며 추임새를 달며 흥겹게 춤은 춘다. 짧고도 강렬한 공연이 끝나면 물에 젖은 노를 바구니 배에 돌린다. 흥에 만족한 한국인들은 감사의 표시로 노의 표면에 1달러 짜리 지폐를 쫙 붙인다.
10여 분의 강렬한 공연. 이들은 프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흥겹게 해준 이들 상당수는 ‘라이따이한’의 자녀다.
라이 따이한(Lai Đại Hàn, 𤳆大韓)은 즉 한국인 남자와 베트남 여성 다문화인. 대한(大韓) 앞에 붙은 ‘라이(𤳆)’는 '혼혈, 잡종'이란 다소 경멸적 의미란다.
월남전(65~75년). 국군과 노무자가 현지 베트남 여인을 만나 태어난 아이들과 후손. 대략 5천명에서 3만명에 추산된다고 한다.
북베트남에 의해 통일되었으니 이들은 적군의 자녀인 셈이다. 그러니 얼마나 차별과 손가락질을 받았겠는가? 한국에도 혼혈인들은 양공주의 자녀, 튀기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한국인 취급도 받지 못한 때가 있었다.
하물며 적군의 자녀인 이들은 우주괬겠는가? 호적에 등재되지 않을 정도로 차별과 멸시를 받았으며 중부지방에서도 가난한 이 깜탄마을에 눈칫밥을 먹으며 살고 있었다.
깜탄은 참 가난한 마을. 마을 이장이 마을을 살릴 방법을 궁리하다가 바구니 배를 생각해냈다. 여러 회사들에게 투자를 요청했건만 모두 거절. 한국인만이 투자를 하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단 라이따이한의 2~3세들이 함께 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그들은 베트남 한인회의 컨설팅을 받으며 노래 연습을 하고 춤을 배우며 추임새까지 이렇게 훌륭한 무대를 만든 것이다.
이런 내막을 알게 되면 이들이 신나게 노래하고 발랄한 춤을 출수록 가슴이 아파진다. 한국인의 한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 아날까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라는 가사가 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럼요. 나이도 없고 국적도 없어요
한국인이여.
이들을 만나면 신나게 놀아주고 팁도 두둑히 줘라.
유쾌하게 놀아주면 이들은 행복하고 보람을 느낀단다.
늘 응원합니다.
첫댓글 정말 신나는 여행이네요 귀에 익은 가요가 함께 놀고싶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