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vs 1
‘카메룬vs나이지리아’. 승자는 나이지리아였다.
지난 8일(현지시각)에 펼쳐진 2004 네이션스컵 준준결승 둘째 날 경기에서 나이지리아가 존 우타카(RC 랑스)의 결승골에 힘입어 카메룬을 2 : 1로 격파, 4강에 올랐다.
이 날 경기에서 카메룬은 지난 이집트戰 멤버를 대부분 가동했다. 대신 경고누적에서 돌아온 빌 차토(카이저슬라우테른)가 티모시 아투바(FC 바젤)대신 레프트 백을 맡았고, 아투바가 중앙 미드필더를 보게 되었다. 공격형 미드필더 장 마쿤(릴 OSC)은 이 날 스타팅에서 제외되었다.
나이지리아 역시 베냉戰 멤버를 그대로 내세웠으나, 베냉과의 경기에서 대퇴골 부상을 입은 줄리어스 아가호와(샤크타흐 도네츠크)가 스타팅에서 제외되었다. 아가호와의 빈자리는 이번 대회에서 2골을 기록 중인 오사제 오뎀빈지(루비에르)가 메웠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매치 업 이었던 만큼 경기는 시작하자마자 불꽃을 뿜었다. 카메룬이 경기시작 1분 만에 페널티 라인 부근에서 프리킥을 얻어낸 것. 이를 전담 키커 제레미 은지탑(첼시)이 처리하나 나이지리아 수비벽을 맞고 나간다.
전반 7분 경 에는 나이지리아의 세이 올로핀자나(SK 브란)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모데스테 음바미(파리 생제르망)에게 거친 태클을 가해 경고를 받기도 했다. 그만큼 이 경기가 양 팀에게 중요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카메룬의 두 번째 슈팅은 사무엘 에투(마요르카)로부터 나왔다. 나이지리아 골문으로부터 30여 야드 떨어진 지점에서 에투가 이페아니 우데제(웨스트 브롬)로부터 볼을 가로챘고 이를 지체 없이 중거리 슛으로 연결했던 것. 좋은 시도였으나 볼은 골문을 크게 벗어나고 말았다.
전반 초반 카메룬에게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나이지리아는 전반 11분 제이 제이 오코차(볼튼 원더러스)가 그의 장기인 ‘면도날 크로스’를 선보이며 공격의 물꼬를 틀기 시작했고, 우데제가 첫 슈팅을 기록하기에 이른다.
전반 13분에는 카메룬이 프리킥을 얻어냈으나, 파트릭 음보마(도쿄 베르디)가 제레미의 크로스를 터치하는데 실패하며 슛과 연결되지 못했다. 1분 뒤에는 오코차가 25야드 거리에서 강력한 중거리 슛을 날렸으나 GK 카를로스 카메니(르 아브르)의 선방에 막혀 득점과 연결되지 못했다. 기세가 오른 나이지리아는 2분 뒤인 전반 16분 경, 은완코 카누(아스날)의 패스를 이어받은 우타카가 슛을 날렸으나 수비수의 몸에 맞고 나왔고 이 볼을 리바운드 한 오코차가 멋진 발리슛을 터뜨렸으나 카메니의 선방에 막히며 또 다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이 후 나이지리아는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왔고, 전반 21분 오코차가 카메룬 골문으로부터 약 25 야드 떨어진 지점에서 벼락같은 중거리 슛을 터뜨리며 다시 한 번 득점을 노렸으나 카메니가 몸을 던지면서 이를 쳐내 이 날 첫 번째 코너킥을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오코차의 중거리 슛 이 후 양 팀은 숨 고르기에 들어가며 경기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전반 말미까지 이러한 양상이 지속되었으나, 카메룬의 사무엘 에투가 선취골을 잡아내며 팽팽했던 균형을 무너뜨린다.
전반 42분 경 후방에서 스루패스를 이어받은 에투가 나이지리아의 센터백 아이작 오코롱쿼(울버햄튼 원더러스)를 따돌리며 왼발 슛을 작렬, 골문을 가른 것이다. 골키퍼 빈센트 엔예아마가 각도를 줄이며 달려 나왔지만 슛의 코스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골은 에투의 이번 대회 첫 골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의 동점골이 터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에투의 선취골이 터진지 6분만인 전반 47분, 제이 제이 오코차가 그림 같은 프리킥으로 카메룬의 골망을 흔든 것. 전반 내내 선방을 펼치던 GK 카메니도 어찌 할 수 없었던, 정말 멋진 프리킥이었다.
후반 들어서 나이지리아는 오뎀빈지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골키퍼와 1 : 1 찬스를 맞이하나 그를 끝까지 따라붙던 리고베르트 송(RC 랑스)이 재치있게 볼을 걷어내며 득점에 실패하고 만다. 이 때가 후반 8분.
후반 12분에는 오코차의 코너킥을 이어받은 카누가 볼의 방향만 살짝 바꿔놓는 재치있는 슛으로 카메룬의 골문을 노렸으나 골키퍼 카메니가 몸을 던지면서 이를 받아내 득점에 실패하고 말았다.
카메룬의 셰퍼 감독은 이 후 수비수 빌 차토를 빼고 공격수 모하마드 이드리수(하노버 96)를 투입하며 공격의 활로를 모색하게 된다.
후반 25분, 카메룬은 리드를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잡게 된다. 나이지리아 골문을 향해 쇄도하던 에투에게 최종 수비로 남아있던 우데제가 태클을 가했으나, 볼을 걷어내는 데 실패하며 에투를 놓치고 말았던 것. 에투는 이 후 골키퍼 엔예아마와 1 : 1 찬스를 잡았고, 엔예아마의 다리 사이를 겨냥해 슛을 날렸으나 엔예아마가 이를 막아내면서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찬스 뒤에는 위기가 온다고 했던가. 카메룬은 에투가 1 : 1 찬스를 놓친 지 3분 만인 후반 28분, 나이지리아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만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볼을 가지고 있던 카누가 우타카를 겨냥해 스루패스를 했고 카메룬 수비들이 일자수비를 펼치며 오프사이드 트랩을 유도했으나 선심의 깃발이 올라가지 않았던 것. 우타카는 수비의 저항 없이 골키퍼와 1 : 1 찬스를 맞게 되었고 골문 왼쪽 구석으로 슛을 꽂아 넣으며 역전골을 잡아내기에 이른다. 카메룬 수비들이 뒤늦게 그를 쫓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이 후 카메룬의 셰퍼 감독은 체력이 소진된 파트릭 음보마를 빼고 피우스 은디피(알 이티하드)를 투입하며 동점골을 노렸고, 후반에 교체 투입되어 들어온 은디피와 이드리수가 체력의 우위를 앞세워 나이지리아 문전을 여러차례 공략했으나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번번이 득점에 실패하고 말았다.
카메룬의 마지막 찬스는 후반 43분에 찾아왔다. 나이지리아 수비수들과 카메룬 공격수들이 뒤엉킨 문전혼전을 틈타 은디피가 골문으로 쇄도해 들어오며 기습적인 토킥을 날린 것. 볼의 코스가 워낙 좋아 골과 다름없이 생각되었으나 골키퍼 엔예아마가 또 한번 동물적인 감각으로 이를 막아내, 카메룬은 다시 한 번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결국 카메룬의 필사적인 반격은 무위에 그쳤고 경기는 나이지리아의 승리로 돌아가고 말았다.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은 채 기쁨을 나눴고, 대회 3연패를 꿈꾸던 카메룬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눈물을 뿌려야만 했다.
나이지리아는 오는 수요일에 튀니지와 결승 티켓을 놓고 맞붙게 된다.
Cameroon: 1-Idriss Carlos Kameni; 2-Jean-Joel Perrier Doumbe, 3-Bill Tchato, 4-Rigobert Song, 13-Lucien Mettomo; 5-Timothee Atouba, 7-Modeste Mbami, 8-Geremi Fotso Njitap, 19-Eric Djemba Djemba; 9-Samuel Eto'o, 10-Patrick Mboma
Nigeria: 1-Vincent Enyeama; 2-Joseph Yobo, 5-Isaac Okoronkwo, 15-George Abbey, 16-Ifeanyi Udeze; 4-Nwankwo Kanu, 10-Jay-Jay Okocha, 11-Garba Lawal, 14-Seyi Olofinjana; 7-John Utaka, 20-Osaze Odemwingie
Referee: Mohamed Guezzaz (Moroc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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