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 기일을 몇주 앞두고, 생전에 꼭 올해 함께 가자던 약속을 기억하며
3살된 아들과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그래서 인공적인 볼꺼리가 아닌 "제주도의 자연, 쉼, 돌아봄" 을 주제로 여행을 했습니다.
첫째날과 마지막날은 숙소를 미리 예약하고 중간에 이틀은 현지에서 구했답니다.
현지에서 느끼는데로 원래 계획된 일정이 있었지만 수정해가며 여행을 했습니다.
하루에 3~4군데 정도만 다니며 무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세살된 아기도 잘 따라다니며 즐거운 여행길이 되었지요.
둘째날
비가 부슬부슬 내립니다. 이런이런... 슈퍼에서 우비 두개 사서 김영갑 갤러리로 향했습니다.
예술혼이 담긴 아름다운 정원, 그리고 갤러리.
제주의 바람을 사진에 담았다는 고김영갑 사진작가의 작품들에 푹 빠져 감동하고,
내 안의 열정을 다시 끄집어 내기도 했답니다.
제 아내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더군요. 그의 책을 2004년에 읽은 터라.
살아 생전에 뵈었으면 더 좋았겠다고 말이죠.
김영갑씨는 이 세상에 없지만, 그의 작품은 그리고 그의 제주는 우리와 함께 했답니다.
아부오름
그 길을 올라가면 감히 상상도 못했던 풍경이 그곳에 펼쳐집니다.
천혜의 요새같은 그 안의 풍경이.
소들이 풀을 뜯고 알 수 없은 고요함이 가득찬 오름 안의 풍경이 내 안에 들어 찹니다.
사진으로 닮고 싶었지만 도저희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답니다.
우도에서 1박
검멀래 해안의 신비함에 깜짝 놀랐지요. 무조건 여기서 숙소를 구하기로 하고,
바다 전망이 있는 곳을 4만원에 구했습니다. 바다풍경.
연휴가 끝나는 일요일이라 그런지 숙박하는 손님은 없었고, 버스관광차만 잠시 머물고 사라지곤 했습니다.
우도봉 진입로에 차를 대고 우도봉으로 향했습니다.
말들이 뛰어다니는 목장에 우도등대에 올라 보는 전경은 대단했습니다.
제주의 오름들, 바다, 하늘.... 그것들과 하나가 됩니다.
우도봉에서 바라본 성산쪽 풍경
산호사해변
우도등대 야경
탐라왕국이 시작된 삼성혈
그리고 미악산, 중문해수욕장, 자구내포구...
쉬리의 언덕에서
다음날은 송악산을 찾아나섰습니다.
신비한 오름이었습니다.
억새풀과 바람, 꽃, 분화구의 조화. 형제섬과 차귀도, 마라도, 가파도가 훤히 보이는 Best View Point였죠.
사진으로는 표현되기 힘든 곳이였습니다. 몇몇 신혼여행 부부들은 오름에 오르지 않고,
사진만 찍고 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10분만 투자하면 그 보다 훨씬 멋진 자연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제 금오름을 찾아 나섭니다. 오름을 찾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관광코스가 아니다 보니 찾는 사람도 없고, 네비게이션에도 잘 안나오죠.
물어물어, 책자에 나온 설명을 곱씹어 생각해 보고, 금오름이 검은오름과 같은 말이라는 걸 알아내었습니다.
역시 철창문을 넘어 유모차를 끌고 정상까지 난 시멘트 길로 올랐습니다. 20분정도...
결코 후회는 없었습니다. 오름에 미친 사람들 마냥, 모든 자연의 작품에 감동할 뿐이지요.
요정들이라도 나올 것 같은 신비한 작은 분화구가 있었답니다.
금오름 중심에 내려가서...
한라산을 더 가까이 느끼고 싶었는데, 아이때문에 산을 오르는건 무리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라산 등산로가 시작되는 관음사에 가기로 했습니다.
물론 관음사까지 가는 길은 한라산을 느낄 수 있는 멋진 도로였습니다.
관음사를 들어가는 입구는 현무암으로 되어진 불상들이 저마다 조금씩은 다른 모양으로 우리를 맞이 했습니다.
절 내부에도 대형 불상과 작은 수백개의 불상이 있었습니다.
평소 가보았던 여느 절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 였지만 한라산의 정기를 품고 있어서 그런지
남성미와 여성미를 조화롭게 가지고 있는 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째날 저녁,
제주시 동쪽 코끼리랜드 근처에 '바람스테이'라는 여행객들의 쉼터를 지향하는 숙소가 있습니다.
예전 인간극장 '이보다 좋을 순 없다'에 출연한 시골에 사는 젊은 부부입니다.
장길연, 박범준 부부... 저희와 비슷한 또래의 그들과 차한잔 하고 싶은 마음에...
언제고 만나고 싶었던 그들이 제주에 터를 잡고 여행객들을 위한 숙소와
'바람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해서
미리 예약하고 찾아 갔습니다. 마지막날은 이곳에서 푹 쉬고자 했죠.
"바람도서관"은 여행자들에게 긴 쉼을 주는 도서관입니다.
좋은 책들... 잠깐 이지만 깊은 영감을 주는 공간입니다.
그렇게 제주의 바람과 함께한 여행은 끝이 났고,
왠일인지 돌아와 다시 만난 저희 집도 예전과 다르게 보이더군요.
여행의 힘인가요?
이 삶이 여행인듯 느껴지고...
충남 당진에 사는 저희는 다음날 잠깐 시간을 내서 남당리에 바람쐬러 또 나갔답니다.
바람 났나봐요~~ ㅋㅋ
첫댓글 해심씨도 반갑고 아들네미도 듬직하옵니다..사진 잘 봤어요 ..^^*
저도 반갑습니다!!
보내주신 마음에 저도 쉼을 얻었습니다. 반갑습니다..^^
나무와 찍사는 여기 계셨군요. 제주도는 정말 로망의 섬^^ 좋은 사진 글 잘 봤습니다.
찍은 사진 1000장중 고른거라.. 찍사라는 말은 좀 ㅋㅋ 감사합니다.
마지막 여인네가 누군가 했더니 장길연, 박범준이구나. 예전보다 더 삶의 흔적이 묻어나네요. 제주도 풍광 멋집니다. 여지껏 꼭꼭 숨겨놓은 제주의 속살을 은밀히 들여다보는 듯하네요. 늘 그렇듯 순순한 제주도만큼 고운 경수, 해심 내외의 잔잔한 마음결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범준씨는 못만났네요... 꿈꾸던 삶을 먼저 살아내는 그네들을 만나니 더욱 행복했지요
유모차에 얼굴을 묻고 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민호가 벌써 저리 컸나? 엄마랑 팔짱 끼고 있는 모습이 영낙없는 모전자전이네...^^ 특별한 가족여행, 보기 좋네... 보고 싶고~ / 그런데 샘난다. 제주도 여행~ㅎㅎ
우리 뫼파들 모여 모여 따로 한번 제주도로 갈까요 ^^*
3년을 기다린 제주여행이였답니다. ^^ '' 제주의 자연을 보고자 노력했는데 생각대로된 것 같아 기분 좋은, 전혀 피곤하지 않은 여행이 되었어요. 제주에서 조금더 오래 살아보고 싶은 소망을 품고 왔답니다. 그런 날이 정말 올 것 같아요. ^^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어서 큰 집으로 이사를 추진했는데 사정상 무산되어 아쉬웠답니다. 그래도 편하게 함 오세요. 이번엔 큰방이라도 잡아서 놀아 보고 싶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