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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문재인의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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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재단 이사장인 문재인 씨가 쓴 책입니다.
책 표지 글입니다.
운명 같은 것이 나를 지금의 자리로 이끌어 온 것 같다.
노무현 변호사를 만나고, 지금에 이르게 된 것도 마치 정해진 것처럼 느껴진다.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내 삶도 그런 것 같다.
지인이 근무하는 신문사에 홍보용으로 기증한 것을 빌려 읽었습니다.
만남 - 인생 - 동행 - 운명
크게 네 주제로 분류하였고,
'인생' 중에서 '가난'이란 소주제의 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운명'이란 거대한 책 제목에서, 적은 분량이지만 크게 느꼈던 내용을 나눕니다.
'가난하면 일찍 철이 들기 마련이다.'
기성회비를 받아오라며 수업중에 선생님이 아이들을 집으로 쫒아보내면,
집으로 가지 않고 아이들끼리 놀다가 수업이 파하는 시간에 맞춰 집에 갔다는 내용입니다.
집에 가도 어차피 나올 돈도 없을테니 부모님 마음만 아프게 할 뿐인 것을
아이들이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무상급식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에 특히 공감되었습니다.
서울 시내 중고등학교에서 강의하는 중에,
중학교 3학년 부장선생님과 식사할 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한 남학생이 아침 식사를 학교에서 무상급식을 받는 것이 싫어서
일부러 학교에 늦게 온다는 내용을 말씀하셨습니다.
부모 모두 집에 부재중이고, 분명히 굶는 것이 뻔한데
학교에 일찍 오면 선생님들이 왜 밥 안먹냐고 물어보시니까
자존심 때문에 지각하더라도 학교에 늦게 온다고 하셨습니다.
p116에서 119까지 내용을 보면, '가난이 준 선물'이란 내용이 있습니다.
가난이 자립심과 독립심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것과,
돈이 중요하긴 하지만 돈이 제일 중요한 건 아니다.'는 가치관이 생기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
가난이 준 선물
# 1
초등학교 6학년 때 그렇게 쫒겨나서는 우리는 만화방에 가서 만화를 보고 나오다
바로 만화방 문 앞에서 담임선생님과 딱 맞닥뜨렸다.
모두 학교로 끌려가서 실컷 두들겨 맞았다.
그렇게 늘상 시달리다가 아예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중에 만나 보면 제화점이나 양복점 같은 데서 '시다(조수')로 일한다고 했다...(중략)
가난한 아이들은 설과 추석 때나 겨우 목욕탕에 갔다.
선생님들이 위생검사를 한다며 한 번씩 웃통을 벗겨보고는,
때가 많으면 아이들 앞에서 창피를 주기도 했다.
나는 그런 일을 한 번도 겪지 않았지만 다른 아이가 겪는 것을 보면서도
모멸감과 함께 반항심을 느끼곤 했다.
초등학교에서 도시락이 필요한 학년이 됐을 때 아이들 태반은
도시락을 싸오지 못했다.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급식을 했다.
학교가 공급받는 급식제료 양이 일정하지 않았던지 강냉이떡을 한 개씩 줄 때도 있었고,
반 개씩 줄 때도 있었다. 그나마도 안 될 때는 강냉이 죽을 끊여서 줬다.
그런데 급식을 나눠주는 그릇이없었다.
강냉이떡은 그래도 괜않았지만 강냉이죽일 때가 문제였다.
도시락을 싸온 아들의 도시락 뚜껑을 빌려서 죽을 받아먹도록 했다.
도시락 뚜껑이 부족할 때엔 2명이 교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급식을 받았다.
도시락 뚜껑을 빌릴 때마다 자존심이 상했다.
'학교에서 그릇을 제공해 주거나,
그게 어려우면 집에서 그릇을 가져오게 하면 될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개인적 경험 때문에 요즘 무상급식 논쟁을 관심 있게 본다.
참여 정부 때 '방학 중 결식아동'에 대한 급식을 처음 시작했다.
첫 방학이 끝난 후 점검해 봤는데 전달률이 뜻밖에 낮았다.
원인을 알아보니 아이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는 전달방법이 강구되지 않아
차라리 굶는 쪽을 선택한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잉다.
급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아이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중략)
어릴 때 좋아했던 팽이치기, 자치기, 연날리기 같은 것도
놀이도구를 사지 못해 집에서 만들어 써야 했다...(중략)
가능하면 혼자서 해결하는 것, 힘들게 보여도 일단 혼자 해결하려고 부딪혀 보는 것,
이런 자세가 자립심과 독립심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가난이 내게 준 선물이다.
#2
가난이 내게 준 더 큰 선물도 있다.
'돈이라는 게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지금의 내 가치관은
오히려 가난 때문에 내 속에 자리 잡은 것이다.
아마도 가난을 버티게 한 나의 자존심이었을지 모르겠다.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를 가난 속에서 키우면서도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지 않게 가르쳤다.
'돈이 중요하긴 하지만 돈이 제일 중요한 건 아니다'
그런 가치관이 살아오는 동안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
이전에 어떤 코미디언이 리얼 실험을 하였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부자동네와 가난한 동네에서 걸인으로 분장하여 구걸을 하였을 때,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가난한 동네에서 훨씬 많은 액수를 모았다고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저 사람이 얼마나 배고플까, 얼마나 추울까,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쓸 것을 어려운 사람에게 주었다는 내용입니다.
아마 사회복지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이와 같은 마음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