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제1강. 역사주의를 넘어서: 테제 1, 2, 3
* 일시: 2024년 3월 20일(수) 오후8시.
* 참석자: 박연옥, 서선미, 서은혜, 정단희, 정명수, 이샛별, 유혜숙, 조세랑 (8 명)
*벤야민은 어휘와 문법을 넘어 글이 하나의 이미지로 부상하는 것을 통해 독자에게 의미를 전달한다. 그 풍부한 폭까지 읽을 수 있다면 벤야민을 읽는 쾌락이 클 것. 이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쾌락과 유사하며 배움과 깨달음이 겹쳐지게 될 것이다.
# 테제 1:
맑스주의의 역사적 유물론은 자본주의 사회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고 대응하게 하는 노동자들과 억압받는 사람들의 무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자동인형이 움직이는 것처럼 즉, 세계사가 인간의 실천적 참여 없이 변화한다는 수동적 자세에 빠져있다면 본연의 혁명적 힘을 상실하고 맑스주의 주체들을 수동성에 빠드리고 말 것이다. 그것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신학이 필요한데 주어진 세계의 위기 속에서 섬세하게 구원의 징표를 찾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저항의 태도를 놓치지 않으며 인간 주체로 존재하려는 의지가 결합한다면 이길 수 있다.
# 테제 2:
우리는 과거를 부러워한다. 이 말은 쉽게 동의가 된다. “좋았던 옛 시절...” 우리가 미래의 꿈을 가질 수 있긴 하지만 미래에 대해 부러움을 갖는다는 말은 어색하다. 행복의 이미지는 과거로부터 온다. 행복의 이미지는 현재 우리가 존재하는 이 시간이 아니라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가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
과거를 성찰할 때 대부분 이런 생각을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이것은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행복에는 구원이란 말이 함께 있다. 우린 구원받아야 할 상태에 있는데 그것은 과거의 어떤 이미지 속에 우리가 성취하지 못한 행위 속에 존재하고 있다. 벤야민이 말하는 요점은 오늘 역시 시간이 지나면 과거가 된다는 것. 그렇다면 오늘은? 말을 걸 수 있었을 사람이 아니라 걸 수 있는 사람, 안을 수 있었을 여인이 아니라 안을 수 있는 여인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주저했던 행위들은 과거로 남고 우리는 행복과 동떨어져 있게 된다.
역사주의 역사관에서 과거의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규명하는 게 역사인 반면 벤야민의 역사의 핵심적 과제는 우리가 지나치고 잊었던, 억압했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는 것. 그리고 오늘 여기서 놓쳤던 그 시간이 어떻게 존재하는지의 감각을 깨닫는 것이다. 이것이 변증법적유물론 역사학의 과제다. (채상병 사건, 이태원 사건, 세월호 사건 등...)
과거의 이미지를 소환하여 그 잃었던 이미지를 속속들이 재발굴함으로써, 우리의 삶 속에서 반향을 울리고 은밀한 바람처럼 스치는 그 순간을 포착해내면서 그들의 목소리와 숨결, 손길, 표정까지 놓치지 않으며 우리 삶의 방향을 행복이 지시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본문에서 '메시아'는 역사적 유물론자의 임무에 동의하는 독자다. 우리에게는 모든 세대의 미약한 메시아적 힘이 주어져 있다는 것. 낙차와 저항의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는 어떤 것의 이미지 ! (역사와 과거뿐 아니라 우리가 사람들을 만나는 순간에도 있을 것이다.) 역사적 유물론자는 현실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파악하되 억압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어떤 것들을 포착해야하며 이것이 바로 메시아적 힘이다. 그것이 우리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 것이다.
# 테제 3
최후의 날.
심판은 우리가 잊었던 과거들이 잊히지 않고 모두 다 되살아 나는 시간이다. 모든 것이 참조될 것이다. 역사가는 이 심판자같이 이 세계가 요구하는 스토리텔링에 따라 과거를 선별해 이야기를 만들지 말고 내가 무엇을 잊었고 놓쳤는지 경각심을 가지고 기록해야 한다. 역사가는 수집가다. 쓸모없는 것까지 모조리 모아놓는 사람이다. 역사가는 우리에게 절망과 파국을 향하는 시간을 멈추기 위해 이 시간을 정지시키는 흐름을 우리가 놓쳤는지 일일이 재검토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구원의 순간이며 이것이야말로 파국을 중지시키는 단초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 단초는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공명하기에 과거에 잊은 것을 현재에서 찾아내는 것이다. 우리는 보는 방식에 매여서 우리가 어떤 것에 민감해져 있고 이 체제 때문에 우리 시선이 무엇을 보지 못하고 눈멀어 있는지 물어야 한다. 이것은 역사철학이자 미학의 문제이다.
첫댓글 강의 정리 덕분에 놓친 부분도 다시 생각나게하는 기록 후기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바빠서 조금씩 밀리고 있으나 쓴 후기 읽어보고 다시 수정을 반복하며 작성중입니다.
세미나 정리 글 잘 읽었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샛별님~
고맙습니다^^ 세심히쓰려고 노력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