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공세벌식을 사용하면서 느낀 기본적인 배치 원리에 대해 잠시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사용하면서 느낀 그대로 적어보겠습니다.
=서론=
좋은 위치에 많이 쓰이는 글쇠를 놓고, 가까운 위치에 글쇠를 모아둔다고 해서 모두 다 좋은 자판, 누르기 편한 자판이 될까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조합했을 때 손이 편한가를 고려하지 않은 자판은 오히려 손이 꼬이고 불편한 자판이 됩니다.
물론, 좋은 위치에 많이 쓰이는 글쇠를 놓는 것도 중요하고, 가까운 위치에 글쇠들을 모아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서로 조합했을 때 손이 편한지 아닌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겁니다.
=공세벌식의 경우=
공세벌식의 경우는 겹받침을 모음과 조합할 때 '손목이 꺾이는 각도', '손가락 길이에 따른 차이'를 모두 고려하고 만든 자판입니다.
이걸 고려하지 않고 자판을 만들면 서로 조합되는 각도 때문에 손목이 꺾이고, 손가락 길이 차이로 인한 불편함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손목의 각도'와 더불어 중요한 것이 바로 '손가락 길이 차이'입니다.
손가락 길이 차이로 인한 조합의 직접적인 불편함도 있지만, 손가락 길이 차이가 곧 손목의 각도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손가락 길이 차이로 인한 각도 문제=
한번 키보드에 손을 얹고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해보세요.
모든 손가락이 같은 높이에 위치하나요?
아마도, 검지와 소지보다 중지와 약지가 한 칸씩 더 위로 올라간 모습일 겁니다.
그럼, 그 상태에서 검지만 한 칸 더 위로 올려보세요.
거리가 줄었으니 손이 더 편해지나요?
검지, 중지, 약지가 나란히 위치하면서 오히려 손목의 각도가 틀어지는 불편하고 긴장된 상태가 됩니다.
손가락 길이 차이로 인해, 위치는 가까워졌지만 각도가 좁아지면서 더 불편한 상태가 되는 겁니다.
그럼, 그 상태에서 손목의 각도를 넓히고 긴장을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지가 한 칸 더 위로 올라가면 됩니다.
그러면 손가락 길이에 따라 모양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서 손목의 각도가 펴지고, 손의 긴장도 풀어지죠.
그렇기에 검지와 약지가 같은 줄에 위치하는 조합의 경우는, 중지가 한 칸 더 위에 올라가야 조금이라도 더 편한 상태가 됩니다.
=손가락 길이 차이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
손가락 길이 차이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세벌식의 '퀴'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초성 ㅋ(0: 소지)과 중성 조합 ㅜ(9: 약지)가 바로 옆에 붙어 있으니, 좋은 조합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소지와 약지가 조합되는 경우인데요.
소지는 짧고 약지는 길기에, 손가락 길이 차이로 인해 누르기 불편한 조합이 됩니다.
같은 줄에서는 차라리 검지와 소지가 결합되는 것이 손가락 높이가 맞으니 더 편하게 누를 수가 있죠.
그럼, 같은 줄에서 중지와 소지가 결합되는 경우는 편한 조합일까요?
중지에서 소지로 이어지는 과정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약지는 길고 소지는 짧기에, 소지보다 약지가 먼저 바닥에 닿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조합 과정에서 약지의 위치가 애매해지는 것이죠.
=결론=
즉, 이러한 손가락 길이 차이까지 고려해야 조금이라도 더 편한 자판이 됩니다.
그리고 손가락 길이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조합이 많아질 수록 더 불편한 자판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자주 쓰이는 조합은 이러한 불편한 조합에서 가능하면 빼는 것이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