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고장이다. 태백산과 신선봉이 강원도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남쪽에는 청량산, 장군봉이 솟아 하늘은 이마와 맞닿을 듯 가깝고 바람은 청정하기만 하다.
중앙고속도로의 개통으로 봉화 가는 길이 예전에 비해 한결 수월해졌다.
풍기나 영주 나들목을 지나 울진으로 이어지는 36번 국도를 타면 어렵지 않게 봉화에 닿을 수 있다.
봉화 여행의 1번지는 청량산도립공원이다.
봉화읍내에서부터 청량산까지는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어 찾아가는 길이 수월하다.
청량산은 예부터 소금강이라고 일컬을 만큼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산허리를 도는 등산로를 따라가면 육육봉을 비롯해
신라 시대 명필 김생이 공부한 김생굴, 퇴계 선생이 수신양덕했던 청량정사와 청량사 유리보전, 응진전 등
명소를 1시간 30분∼2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다.
청량산이 자랑하는 명찰, 청량사는 전설에 따르면 신라 문무왕 3년(663)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법당인 유리보전의 현판은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에 와서 머무를 때에 쓴 친필이라고 한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7호로 지정된 유리보전은
동방유리광 세계를 다스리는 약사여래를 모신 전각이라는 뜻이고, 안에는 약사여래상이 모셔져 있다.
유리보전 바로 앞에는 가지가 세 갈래로 뻗은 노송이 한 그루 서 있고,
나무 밑에는 '삼각우총'이라는 표지판이 꽂혀 있다.
뿔이 셋 달린 송아지가 가파른 산등성이에 청량사를 지을 적에 큰일을 해냈으며
어느 날 힘이 다해 죽어 절 앞에 묻었더니
바로 그 자리에서 가지가 세 개인 소나무가 자랐다는 전설이 깃들인 나무이다.
유리보전 범종각 바로 아래에는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054-673-6389)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전통찻집이 한 채 있어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린 여행자들에게 차 한잔으로 목이나 축이라고 권한다.
봉화읍내에서 청량산 가는 길목, 유곡리에는 권충재유적과
닭실종가 전통유과를 만드는 부녀회 제조장이 있어 빼놓지 말고 들러야 한다.
봉화읍 유곡2리 닭실마을은 안동 권씨 중에서도
조선 중기의 문신이었던 충재 권벌(1478∼1548)을 중심으로 한 일가가 이룬 동족마을이다.
유곡은 한글로 풀어서 닭실마을이라고 하고, 현지 주민들은 '달실'로도 발음한다.
충재유적지에는 종가와 청암정이라는 정자 외에 유물각 등이 남아 있다.
청암정은 충재 선생이 유곡리에 은거할 당시 연못 가운데의 넓적한 바위 위에 지은 정자로
폭이 좁은 돌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봉화에는 50여 개의 정자가 있는데, 청암정과 더불어 유명한 정자는
봉화읍 삼계리 석천계곡에 있는 석천정사이다.
충재선생의 장자인 청암 권동보가 향리에 돌아와 창건한 정자로 춘양목을 사용해서 지어졌다.
주변에는 기암절벽과 노송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유곡리는 한과마을로도 유명하다.
마을 입구에 서면 '닭실종가 전통유과'라는 간판이 붙은 슬레이트 지붕의 건물을 만나게 된다.
이곳이 바로 닭실마을 한과를 만드는 명소이다.
유곡1리 생활개선부 유곡부녀회 소속의 10여 명의 주민들이 거의 매일 이곳에 모여 한과를 만든다.
닭실마을 한과가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것은
500년 전통의 내림 손맛이 살아 있고 하나같이 수작업으로만 만들어지는데다
반드시 주문에 의해서만 생산되기 때문이다.
닭실마을 한과는 추석이나 설 명절 때에는 선물용으로 많이 팔린다.
부녀회관(054-673-9541)까지 직접 가서 한과를 살 수도 있고, 안방에서 주문해 택배로 받을 수도 있다.
이번에는 계곡여행에 나서보자.
봉화군 소천면 장군봉(1,135m) 남쪽 오미마을에서 샘물 하나가 땅 속에서 솟아 북쪽 방면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영양군과 경계를 이루는 이 물줄기의 이름은 회룡천.
남회룡분교 앞을 지나면서는 옥방천으로 불리다가 36번 국도를 만나는 지점부터는 광비천으로 개명되고
이어 영동선의 승부역과 분천역 중간쯤에 가서는 승부리에서 내려오는 물과 합쳐져 낙동강으로 변신한다.
남회룡리 남회룡계곡으로 들어가는 길 주변은 온통 배추밭, 고추밭이고 가끔 인삼밭도 눈에 띈다.
민가도 자주 보이질 않는다. 국도에서 7.4km를 들어간 지점에 소천초등학교 남회룡분교가 자리한다.
분교장에서 700m 가량 더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작은 다리가 나오고
도로 폭이 좁아지고 비포장도로가 시작된다.
분교에서부터 숲속 비포장길을 장장 8km 가량 달려야 영양터널 입구 국도변에 다다를 수 있다.
회룡천이 빚어내는 계곡에는 연보라색 산수국이 몰래 피어 있는가 하면
감기약의 원료가 되는 강알이라는 한약재와 향기 좋은 당귀, 고랭지 배추 등이 재배된다.
옥방천 상류인 회룡천 계곡 길은 4륜 구동차로 통과하기에 딱 알맞은 난이도를 보이는 길이다.
이외에도 산이 많은 고장답게 봉화에는 멋진 계곡들이 여러 골짜기에 숨어 있다.
소천면의 고선계곡, 석포면의 백천계곡, 춘양면의 참새골과 석문동 등이 이름값을 하는 봉화의 계곡들이다.
고선계곡과 청옥산자연휴양림을 목적지로 잡았다면 봉화읍에서 법전면도 지나고
노루재터널도 지난 다음 소천면 현동리에서 태백시 방면으로 향한다.
현동주유소 삼거리에서 태백시로 이어지는 길로 좌회전, 2km 가량 올라가면
명산파크모텔(054-673-9988) 쉼터가 나온다.
이 휴게소 맞은편으로는 국도를 따라 현동천이 흐른다.
국도 옆을 흐르는 하천이라고는 하나 고선계곡과 청옥산자락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기에
바닥의 자갈들과 피라미들이 그대로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잠시 현동천에 내려가서 이마의 땀을 씻어낸 뒤 명산파크에서 1km만 더 북진하면
왼쪽으로 고선2리의 고선계곡 입구가 나온다.
여행객들이 주의할 것은 그 어디에도 고선계곡이라는 안내판이 없다는 것이다.
작은 다리 하나를 건너고 고선2리로 접어든 다음 5km 가량 산줄기 속으로 들어가야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고선계곡에 다다른다.
태백산 줄기가 남쪽 자락에 빚어놓은 고선계곡은 일명 구마계곡 또는 구마동계곡이라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이 계곡에 아홉 필의 말이 한 기둥에 매여 있는
구마일주의 명당이 숨어 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명당을 찾은 이는 지금껏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폐교된 고선분교에서 조금 더 진행하면 마방교라는 다리를 만난다.
이곳이 한여름철이면 물놀이를 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이다.
태백산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 바로 옆에 산간마을답지 않게 제법 너른 야영장이 조성돼 있다.
주차장은 약 20대 정도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고, 그늘이 시원한 낙엽송 숲은 텐트를 치기에 훌륭하다.
민박집도 두 곳이 이곳 마방교 양옆에 자리잡고 있어 오지마을을 찾아간 사람들의 편의를 돕는다.
고선계곡 안의 70여 가구 주민들은 고랭지 배추 농사에 고추와 약초를 재배하면서 생활한다.
고선계곡에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시멘트 포장도로가 만들어진 것은
가을이면 배추를 외지로 실어 날라야 하기 때문이다.
고선계곡에서 나와 청옥산자연휴양림이나 태백으로 가려면 넛고개를 넘어야 한다.
넛고개의 해발은 896m로 대관령(832m)보다도 높다. 봉화군이 산간마을임을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넛고개 너머 2km 지점에 청옥산휴양림 입구가 있다.
마이산 돌탑처럼 잘생긴 세 개의 돌탑이 휴양림 입구를 지키고 있다.
청옥산휴양림은 해발 1,276m의 청옥산 줄기 동쪽에 들어선 휴양림이다.
1991년 문을 열었으며 봄철에는 함박꽃나무와 각종 야생화가 초여름까지 만발하고,
여름이면 열목어가 서식할 정도로 차가운 계류가 산책로 주변을 흐르고 있어
입장객들에게 시원한 피서지를 제공한다.
가을 단풍, 겨울 설경 또한 아름다운 휴양림이다.
매표소를 지나면 먼저 만나게 되는 산림휴양관은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다.
이어 4개의 야영장이 숲속의 집 지구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해서 나타난다.
야영장 옆으로는 계곡물이 흘러 장거리 드라이브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좋다.
가족 단위로 이용하기에 알맞은 숲속의 집은 6동, 단체를 위한 숙소인 숲속 수련장은 2동이나 된다.
수목원, 자생식물관찰원, 물놀이장, 오솔길, 정자, 양어장, 다목적 댐, 체력단련장 등
각종 시설이 풍부하다는 것도 청옥산휴양림의 자랑거리이다.
이용 문의 054-672-1051.
태백시 경계와 가까운 봉화군 석포면 면소재지인 석포리에서는
최근 석개재라는 고개를 넘어 삼척의 가곡자연휴양림 방면으로 넘어가는 포장도로가 생겨났다.
석포초등학교 앞 → 오전골 → 너뱅이마을 → 석개재로 이어지는 코스이다.
도로 양옆 산비탈에서는 배추와 감자, 옥수수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영동선 열차가 지나다니는 석포역에서 석개재까지는 10km 거리.
만일 봉화 방면으로 여행 갔다가 삼척의 가곡면이나 원덕읍 바닷가로 가고자 할 경우 이 길을 이용하도록 한다.
태백으로 멀리 돌아가야 하는 수고가 반쯤은 덜어진다.
석개재 정상 부근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첩첩이 이어지는 백두대간 산줄기가
국토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6회 봉화행 직행버스가 떠난다.
승용차로는 중앙고속도로를 탄 뒤 영주 나들목 - 영주시 - 36번 국도 - 봉화 코스를 거친다.
봉화군청 새마을문화관광과 관광개발 담당 679-6394. 청량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 672-4994.
숙박시설로는 봉화읍에 낙원장(673-2351), 궁전모텔(674-0300), 이화장(673-3533), 신라장(673-2049),
봉성면에 다덕파크모텔(674-0033) 등이 있다.
맛집으로는 봉화읍에 도촌송어회식당(672-0567), 봉화한약우본점(672-1091),
봉성면에 일미숯불구이(672-9803), 봉성숯불식당(672-9130) 등이 있다.
(본 글은 현대자동차 소식지인 10월의 오토진 이란 인터넷 소식지에 올린 것으로
이글을 읽은 저는 부모님의고장 봉화가 있길래 좀더 많은사람들이 보시라고 글을 발췌해서 올립니다.)
첫댓글 산 처님.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까요?? 이토록 자세한 제 고향소개를 올려 주시다니요....
저두 남편땜에 한번 간적이 있는데 봉화의메밀 냉면 먹고 온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자세한 내막까지는....그래도 기억이 새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