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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수사도북 종주기
먼 산길을 걷기 위해 새벽 3시에 알람을 맞추고 잠을 청했으나 긴장한 탓인지 더 일찍 깨었다. 날씨가 궁금해 문 밖을 나서 보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어 걱정스러웠다. 당초 어제 산행을 계획했다가 비 소식에 날짜를 오늘로 하루 늦춘 것인데 그친다는 비는 그치지 않고 오리혀 더 많이 내리고 있어 난감케 했다. 컴퓨터를 켜고 다시 기상청 일기 예보를 보니 8시에 그치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당초 3시에 시작하려 했던 출발 시각을 한 시간 미루기로 하고 천천히 짐을 챙겼다.
평소 목표로 삼고 있던 불수사도북(불암, 수락, 사패, 도봉, 북한산) 산행이 미뤄져 오고 있었다. 겨울을 나고 봄이 오면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경황없이 지내다보니 진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오늘 날짜를 잡은 것이다. 시간 내기도 여의치 않았지만 나서기 쉬운 길도 아니어서 생각을 많이 하며 기회를 살피게 되었다.
오늘 걸을 오산 연봉이 둘러친 지역은 크고 너른 들을 이루고 긴 하천(중랑천)이 지난다. 그리고 그 곳으로 지천들이 흘러드는데 그 계곡 이름 가운데는 월계, 석계 등 멋진 이름이 많아서, 그 이름을 가진 역들을 지날때는 도시화되기 이전의 그 모습을 가끔 상상해 보곤 했었다. 그 산세에 면한 한양은 최고의 명당으로 꼽힐 뿐 아니라 최고의 산수 경관을 지닌 것이 틀림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산들을 이어가는 것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망하는 불수사도북 코스이다.
택시를 타고 4시 20분 중계동 구 10번 종점에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리며 한밤중의 몽롱함이 느껴졌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대개 비가 아침에 그친다면 그보다 몇 시간전부터 멈추기도 해서 산행을 시작할 때는 서서히 그쳐갈 지도 모른 다고 생각했는데 기어코 우중 산행을 하게 되고 말았다고 생각하며 우비를 꺼내 입고 산행을 시작했다.
시작하는 위치는 알았지만 오르는 길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산 위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갔다. 가다보니 전에 답사했던 판자촌 마을경계를 지나고 있었다. 이 곳은 백사마을로도 불리는데 도심 재개발을 하면서 이 곳을 개발지에 살던 무허가 가옥의 이주 대상지로 삼아 판자촌 마을이 형성되게 되었다.
길을 잘 찾지 못하게 될까봐 한동안 조심스레 올라갔다. 어둠에 모르는 길을 찾아가자니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가다보면 무슨 길 표시라도 있겠지 하고 올라갔다. 가다보니 학도암을 가리키는 지정표가 나타탔다. 좌측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작은 개울 옆에 낮은 축대가 형성되어 있고 그 건너에 운동시설이 공터로 가는 길을 밝히기 위해 설치된 가로등 불빛이 보였다. 그 쪽을 바라보니 작은 계곡 양옆에 축대가 쌓여 있고 앞에는 밭이 막고 있어 산행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 길을 피해 밭뚝길로 가다 무성한 나뭇가지를 스쳐서 나뭇닢에 머금은 물벼락을 맞고 말았다.
그 밭뚝 길로 도랑을 건너 산길을 올라가다보니 갈림길이 나왔다. 망설이다 우측길을 걸어 4시 50분 능선에 올랐다. 새소리가 들렸다. 이른 새벽이어서 마치 내가 새들을 깨우고 있지 않나 조심스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까부터 울고 있는 소리를 들었었다. 거기서부터 불암산 정상까지는 아는 길이라 안심하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공릉동이 1.8km 떨어진 이정표를 지나 조금 걷다보니 좌측 아래방향으로 학도암이 0.4km로 쓰인 이정표가 나왔다. 그것을 보니 지도에 난 것 보다 조금 뒤로 돌아 올라온 꼴이 되었다. 아까 좌로 가야 이리 올라오게 될 것 같았다. 그래도 산길에 접어드니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는 기분이 되었다.
길을 걷다보니 앞쪽에서 사람 소리가 들렸다. 대간 구간을 밤에 몇 번 혼자 걸었을 때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걷던 때를 생각하며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쉬고 있는 그 일행 앞을 지니며 인사를 하면서 북한산까지 가는 길이라고 하니 자기들은 상계동에서 올라왔다며 조금 잘라 먹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함께 가자고 하는데 혼자 나선 기분대로 진행하려고 앞서 갔다.
4시 57분 우측 봉우리에 올랐다. 날이 밝아지고 있었다. 서울 시내의 야경 가운데 도로가 활주로처럼 보였다. 다시 오름길을 걸었다. 우측 멀리 청계동 쪽에서 닭이 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름길을 가다 5시 1분 좌측 조금 높은 지점에 설치된 헬기장을 지났다. 거기서 불암산 정상은 0.94km 남은 지점이었다. 그 봉우리를 지나 내리막 길을 따라 걸어갔다. 그리고 안부를 지나 다시 앞에 보이는 볼암산 정상을 향해 올랐다. 전에 오르면서는 시내가 휜히 내려다 보였었는데 흐리고 아직 어둠이 다 가시지 않아 잘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급경사 슬림이 나타났는데 길을 막아 놓아 좌측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뒤를 보니 그 쪽에서도 공사중이라 출입을 통제한다는 프랑카드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오산 종주의 뜻을 살리려면 봉우리를 다 오르며 지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설중인 철 구조물을 잡으며 엉금엉금 기듯 올라갔다. 그 철계단은 정상부분 까지 이어지고 있었는데 그 것을 설치하고 나면 정상부의 자연 경관을 해치게 될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5시 3분 불암산 정상에 당도했다. 산 정상은 온통 바위 덩어리였다. 비가 오고 안개가 끼어 주변은 조망되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을 지날 때마다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 산 위에 서 있는 감회가 느껴졌다.
불암산
너른 대지에서
우뚝 솟아난
기품 높은 형체로
한양의 외곽에서
그 너머를 굽어보고
한양의 기운을 지키는 산
호남아 같은 기상으로
골기를 뿜으며 서서
우리의 삶터에
기운을 북돋운다.
바람이 불고 안개가 심어 오래 머물지 많고 다시 철 구조물을 잡고 내려왔다. 산길에 적응이 된데다 오늘 걸어야 할 거리가 새삼 무겁게 다가와 더 빠른 걸음으로 진행했다. 5시 45분 안부를 지나갔다. 그런데 가다보니 아까 지났던 표지가 보였다. 순간 낭패감이 들었다. 오늘 먼 거리를 걸어야 하는데, 2,5km 정도를 더 걷게 되어 더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마음을 다 잡고 다시 불암산 정상 옆을 지나갔다. 거기서부터 수락산 방행으로는 이번이 처음 가는 길이어서 잘 찾아갈 수 있을지 불안감을 느끼며 조심스레 내림길을 내려갔다.
가다보니 맞은편에서 두 사람이 올라오고 있었다. 키가 크고 나이가 많은 사람이 나에게 길을 잘 아느냐고 했다. 그는 산을 인도해 주는 전문 직업인 같았다. 동행한 사람이 부탁하여 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프로로써 초행자가 불안하다는 듯 길을 어렵게 설명했다. 바위가 나오면 직진하지 말고 바로 바위길로 오르라고 했다. 그가 대부분 덕능 고개에서 여차 하면 길을 잃기 쉽다는 말을 듣고 다시 긴장이 되었다.
6시 23분 안부를 지나며 앞쪽에 덕능고개 표지판이 보였다. 길가 숲이 바람에 흔들려 물방울이 쏟아졌다. 한동안 걷다보니 아래쪽에서 차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조금 더 내려가니 옆으로 가로질러 난 길 위에 생태 통로처럼 수락산으로 지나가는 육교가 보였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서는 동안 33번, 10-5번 버스가 지나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6시 46분 덕능고개에 도착했다. 다리를 막 건널 때 아카시아 향기가 낫다. 좌측으로 서울 풍경이 보이고 바로 앞에 상게 3 ․ 4동 표지가 세워져 있었다. 표지 너머로 멀리 아파트로 가득한 서울 시내 풍경이 보였다. 다리 우측은 부대가 있는데 먼 세계처럼 느껴졌다. 마치 군대 가서 먼 고향을 그리며 이따금 기별을 기다리는 소슬한 분위기였다.
그 곳을 건너가면서 아까 들었던 길 찾기 어려운 곳을 잘 통과하려고 신경을 곤두 세웠다. 다리를 건너 조금 가다보니 우측으로 수락산 방향 표지가 보였다. 그 길로 접어들어 군 부대 울타리 옆 길을 따라 갔다. 조심스럽게 바위가 나오는지 살피며 갔으나 아까 들었던 곳은 보이지 않았다. 뭔가 말의 표현과 소통이 잘 못 되었나 보다 하고 바위 찾기를 포기했다. 수락산 정상이라고 쓰인 표지가 보여 그 길을 따라 가면 될 것 같았다.
7시 7분 철조망 대문을 통과해 걷다보니 잠시 후 우측으로 길이 둘러가는 지점이 나타났다. 그 곳은 계곡을 건너지르는 육교처럼 이어지는 길인데 주변이 트여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앞쪽 수락산 정상 쪽이 트여 보였다. 휘돌아 난 길을 따라 다시 경사지 오름길을 걸었다.
7시 11분 두갈래 길이 나와 좌측 오름길로 올랐다. 7시 15분 좌측 구름 걷히고 도시 모습이 마치 외계의 세계처럼 나타났다. 내가 사는 도시인데도 산길을 걷다 구름 사이로 비춰 보이는 것이 마치 인공의 도시처럼 느껴졌다.
7시 19분 철탑을 지나는 숲길을 지나 산허리 지점에 오르자 주변으로 시야가 트여 보이기 시작했다. 뒤돌아보니 건너온 길이 보였다. 인근 사찰에서 울려퍼지는 종소리 이름 모를 새소리 풀벌레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거기서 수락산 정상이 얼마나 먼지는 알 수 없었다. 수락산을 5시간 정도에 통과하면 좋을 것 같았는데 알바를 하고 길을 찾아 긴장된 탓에 빨리 진행되지 않았다. 오름길 좌측 바위에 올라 다시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 불암산 산세 전체가 보였다. 그 주변의 구리 쪽이 너르게 보였다. 다시 오름길을 걸었다. 길 가에 철쭉이 지고 한 송이만 남아 있었다.
7시 30분 첫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두 사람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에게 길을 물으니 바로 가면 된다고 알려 주었다. 예기를 하다보니 그는 산악 전문가였다. 건네준 명함을 보니 이름은 김기선이라고 했다. 회원 월례 단축 마라톤 대회 공동 주최자로 되어 있는데 산악 마라톤 코스 점검차 부인과 함께 온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부인과 함께 걷기 때문에 더딜테니 앞서 가라고 했다. 그러나 앞서 걷다가도 길을 두리번거리다 지체되어 다시 만나곤 했다.
8시 7분 도솔봉을 지났다. 그 봉우리 옆에서 마주 오던 사람이 나에게 길을 묻고 갔다. 나도 길을 알려 줄 수 있어서 좋았다. 거기서부터 수락산 정상까지는 전에 걸어본 본 길이어서 안심이 되었다. 비교적 완만한 길을 걷다 능선 좌측 경사지를 거쳐 가면서 그 주변에서 점심을 먹었던 때가 생각났다. 그리고 거기서 조금 더 가니 정상을 오르는 바위 계곡이 보였다.
8시 11분 수락산(640.6)에 당도했다. 옆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에 수락산의 이름은 “물이 떨어지는 산” 이라는 데서 기인한다고 쓰여 있었다. 실제로 금류동 은류동, 옥류동 같은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게곡이 있다. 그리고 산봉우리의 형상이 마리 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하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수락산에는 여러 사찰과 암자가 있는데 서쪽 비탈면에 쌍암사, 석림사, 남쪽 비탈면에 계림암, 흥국사, 동쪽 비탈면에 내언암이 있고, 내원암의 법당 뒤에는 고려시대 이전 것으로 추정되는 높이 2m의 석조 미륵입상이 있다.
8시 26분 긴 슬럼으로 된 홈통바위를 지났다.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로프를 잡고 내려가는 동안 바위 표면이 미끄러워 더 조심하게 되었다. 다 내려와 위를 보니 아까 만난 두 부부가 내려올 채비를 하고 있었다. 급경사 길을 내려와 좌측으로 8시 30분 조망 바위에 당도했다. 좌측으로 구름이 걷혀가며 계곡지점에 형성된 장암, 회룡역 주변의 시가지가 보였다.
내리막 길을 걸어 8시 38분 정상 1,3km 동막골 2.7km 이정표를 지났다. 가다 보니 길 옆에 산악 마라톤 프랭카드가 걸려 있었다. 아까 만난 김기선씨와 다른 제천시 산악연맹에서 주최하는 행사였다. 철따라 그런 행사가 가끔 열리는것 같았다. 안부사거리를 지나 작은 봉우리를 넘어가다 갈림길이 나와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뒤따라 오던 김기선씨가 다가와 앞으로 갈 방향을 알려 주었다.
8시 58분 도정봉을 지났다. 그 봉우리도 전체가 바위로 된 암봉이었다. 한 사람이 그 아래서 장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시 내림길을 걸어 조금 내려가다 보니 기차바위 2.3km 지나온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다.
거기서부터 좌측 방행으로 내림길을 걷다보니 시내가 더 가까이 보였다. 의정부 쪽도 휜히 보였는데 모두 아파트로 가득해 보였다. 건너의 사패산과 능선이 이어진 듯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바닥이 내려 보일 때는 좌우가 띠 모양으로 이어진 개활지에 도시로 변모되어 연결된 모습이 보였다.
9시 8분 능선길을 걷다 서울 쪽을 바라보니 산세에 멀리 감싸여 마치 산동네처럼 그윽해 보였다. 같은 공간안에 살지만 일상과 다른 공간을 느끼며 간다. 태초의 땅이 서울이라는 도시를 에고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현재는 도시를 품고 있다. 아파트 단지 개발 파헤쳐 파헤쳐져 갈지라도 큰 형세는 변함없는 것이 다행스럽게 생각되었다. 우주의 시종으로 보면 도시는 하나의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오산 종주길은 같은 공간이지만 원시를 느끼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마치 병역을 치루듯이 이 코스를 걷는 것을 의무로 여기고 있었다.
아래쪽으로 도로가 보이고 차 소리가 들렸다. 동막굴다리 가까이 내려오니 우측에 작은 댐이 보였다. 9시 40분 동막 굴다리를 지나왔다. 아카시아 꽃 냄새 향긋 안도감이 들었다. 불수를 했다. 30%정도라지만 기분은 반을 한 것 같았다. 동네를 지났다. 동막교를 찾아가다 길가 수퍼마켓에 들러 막걸리를 한병을 사서 한 모금 마시고 배낭에 챙겨 두었다. 제대로 쉬지 않고 긴장하며 걸은 탓에 다리가 뻐근했는데 의자에 앉아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니 기운이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김기선씨가 뒤따라오다 나를 발견하고 인사를 했다. 막걸리 한잔 하고 가시라고 권하니 일이 있어 가야 된다며 앞서 갔다. 그가 오늘의 산악 마라톤 점검은 거기까지라고 했다.
시내 구간을 지나가다 동막교를 지난 길가의 김밥집에서 된장찌개로 식사를 했다. 그리고 10시 25분 다시 출발해 범골 입구로 찾아갔다. 그 곳이 호암사를 거쳐 사패산을 오르는 길목이엇다. 10시 42분 범골 입구 굴다리를 지나 조금 오르자 산길이 되었다. 그 곳에 호암사 0.7km 사패능선 2.4km 이정표가 보이고 길옆에 위쪽으로 계곡이 나 있었다. 앞 쪽에 많은 일행이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올라가고 있었다. 조금 후 가다보니 우측에 범골 공원 지킴터 건물이 보였다.
10시 56분 호암사에 도착해 잠시 경내를 둘러보고 좌측 위로 오름길을 오르는데 시야가 트인 앞쪽 봉우리에 비석같은 바위가 서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그 곳을 지나 능선에 오르니 좌측에서 의정부 문화회관에서 올라오는 사람이 많았다. 그곳에서 사패산이 1.9km 의정부시청이 1.6km 거리였다. 좌측으로 난 완만한 산길을 걸어 사폐능선을 행해 올라갔다.
가는 도중 먹구름이 끼어 하늘이 점차 더 깜깜해지고 잇었다. 옆에 가던 사람들이 다시 비가 오려나 보다 하며 고생하기 전에 빨리 되둘아가자며 산행을 포기하고 뒤돌아섰다. 예보상으로는 점차 날이 개어야 하는데 다시 빗방울이 떨어져 당황스러웠다. 안개에 가려 주변 모습도 잘 보이지 않았다. 11시 35분 사패산 갈림길이 있는 봉우리를 지나 좌측으로 사패산 정상을 오르기 위해 걸어갔다. 거기서 0.6km 남은 거리였다.
11시 41분 사패산 정상(552)에 당도했다. 바람이 불고 구름같은 안개가 자욱했다. 사패산이란 조선시대 선조의 6째 딸인 정휘공주가 유정량에게 시집갈 때 선조가 하사한 산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알고 있다. 봉우리에 오르니 많은 사람이 올라와 기념 촬영을 하면서 쉬고 있었다. 나도 주위 사람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다시 내려오는 동안 단체로 온 일행의 인솔자인 듯 보이는 사람이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보아서 북한산까지 간다고 했더니 도봉 능선에서부터 우이암을 지나는 길을 알려 주었다. 하지만 그가 알려준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11시 57분 휴식을 취했다. 길을 알려준 사람이 함께 가자고 권하는 것을 사양하고 앞서 갔다. 12시 8분 아까 호암사에서 올라왔던 이정표가 있는 지점을 지나 사패능선을 걸었다.
12시 13분 자운봉이 2.3km 남은 지점을 지났다. 다시 12시 18분 자운봉 2.2km 남은 지점을 지나 긴 통나무 계단 오름길을 걸었다. 그리고 12시 34분 사패산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곳을 지나 잠시 바위에 앉아 물을 마시는데 바람이 몹시 불고 비도 계속해 내리고 있었다. 기후가 예상과 달라서 심난한 기분이 들고 앞으로 걸을 일이 더 벅차게 느껴졌다. 다시 걸어 12시 42분 자운봉이 1.4km 남은 이정표를 지났다. 그리고 12시 59분 자운봉 0.7km 지점을 지났다. 그 곳은 사패산을 3.0km 지나온 지점이었다.
13시 6분 자운봉이 0.3km 남은 지점에 당도해 휴식을 취했다. 앞쪽에 세분이 앉아 쉬고 있어서 그린 파크 까지 얼마나 걸리겠냐고 물어 보니 3시간 이상 걸린다면서, 날씨가 좋지 않으니 가지 말고 도봉산에서 내려가라고 있다. 내가 백운대까지 가야된다고 하자 깜짝 놀라며 그렇게 먼 거리를 어떻게 가려고 하느냐고 해서 불수사도북 종주중인데 불암산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한분이 그 말을 듣고 “선생님 같으면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이라며 바로 앞쪽의 포대 능선도 우회하지 말고 직접 통과해 가라고 했다.
포대 능선 앞에 서니 안개가 자욱해 윤곽이 흐려 보였다. 희미하게 바위가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전에 비가 와서 우회한 적이 있는데 오늘은 제 코스로 직접 건너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로프를 잡고 브이자로 깊이 꺽인 바위 사이를 철 난간에 매달리 듯 지나갔다. 저만큼 앞쪽에서 몇 사람의 일행이 서로 부축하며 지나가고 있었다. 다 건너고 나니 관리공단 직원이 이쪽으로 오는 것을 통제하고 있었다. 조금 걷다 좌측 벼랑에 난 좁은 길로 도봉산 정상을 행해 걸어갔다. 바로 앞에는 자운봉이 안개에 가려 희미하게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13시 31분 신선대에 올랐다. 오산 종주를 하면서 북한산의 장엄함은 도봉산, 사패산 등 주변으로 이어진 산세와 연관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화강암으로 된 산이어서 크고 굳센 기운이 크고 너르게 인식되어 북한산의 위용과 깊이를 더하게 할 것 같았다. 신선대에 먼저 올라온 외국인 관광객이 마치 우리가 외국의 유명한 산으로 여행을 갈 때 같은 상기된 표정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짙은 안개에 쌓여 오래 머물 수 없었다.
이제 도봉 능선을 지나 우이암에서 북한산 방향으로 진행해 가면 되었다. 오래 전에 그 신선대 정상에서 아늑하게 멀리 보이는 북한산을 바라보았었지만, 가는 길을 확실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자운봉 안부에서 내려가는 길은 도봉산 계곡뿐이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았으나 시원하게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 때 한 사람이 자운봉으로 들어오던 안부에서 뒤로 돌아 길을 물어보라고 했다.
다시 자운봉으로 들어온 곳으로 되돌아가 도봉 능선을 찾았다. 지도상에서 가는 주능선인데 의외로 확실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뒤에 오던 한 분이 내 말을 듣고 알려 주겠다고 했다. 그를 따라 위쪽 길로 올라가 걸었다. 하지만 가다보니 아래로 지나온 길과 만나서 아까 불어볼 때 잘 모르겠다고 한 사람들과 다시 함께 걷게 되었다. 그가 같은 길이라고 했다. 그는 정말 걸음을 잘 걸었다. 나는 묵묵히 뒤따라갔다. 그가 뒤에 있는 나에게 걸음을 잘 걷는다고 했다.
이름을 물어보니 김재석인데 사업을 한다고 했다. 그는 작년부터 매주 북한산을 다녔는데 이곳저곳 안가본 곳이 없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그가 걷는 품새가 이해가 되었다. 가면서 아까 들었던 우이암에서 육모정 고개 오르는 길을 아느냐고 했다. 그가 알 것 같은데 가보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가면서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는 우이암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려 계획 했던 것 같았다. 가다가 보니 날씨기 좋아져서 시계가 트였다.
14시 26분 좌측으로 수락산이 보였다 그리고 앞쪽 가까이에는 도시 모습이 너르게 펼쳐 보였다. 2시 30분 오봉산 전망대에 닿았다. 그러나 구름에 가려 오봉은 볼 수는 없고 안내판의 그림만을 확인한 다음 다시 걸어 14시 38분 자운봉을 2.2km 지난 이정표를 지났다. 길을 가다가 그가 조금 색다른 길을 보고 가지 않겠느냐고 하며 우측 암문 같은 곳을 통과하여 지나가다 뒤를 보라고 해서 바라보니 바위암벽이 보였다. 시각이 14시 50분이 되었다.
그가 이곳을 보여 주려고 이 길로 오자고 했다는 말을 들으며 선한 마음씨가 느껴졌다. 그리고 고맙게 느껴졌다. 조금 앞으로 가서 뒤돌아보니 더 장관이었다. 그리고 우이령도 전체가 다 보였다. 그 곳은 얼마후부터 개방하기로 발표된 곳이다. 북한산과 도봉산은 별개의 산이긴 하지만 한북 정맥으로 연결되어 있다. 거기서 육모정 영봉 쪽이 건너 보였다. 확실히 거리가 단축 될 것 같았다.
15시 6분 큰 바위 앞을 지나 우측 계곡쪽으로 조금씩 방향을 틀며 갔다. 지도상으로는 길이 나타나 있지 않았는데 길이 없으면 걷기 힘들고 고생만 하게 될 것 같았다. 그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계곡쪽으로 내려가다 뒤돌아 올라와 길을 따라 갔다. 길이 나타나 안심하고 더 내려가다 보니 사람 소리가 들렸다.
물길을 건너 15시 33분 육모정을 오르는 길 입구에 도착했다. 주변으로 식당 건물들이 보였다. 함께 걸은 김재석씨가 자기는 이만 가겠다고 했다. 함께 동행해준 것이 고마워 식당에 들러 부침에 막걸리 한잔 하자고 하니 “나 때문에 이곳저곳 보면서 와서 늦었는데 빨리 가라”고 하며 뒤돌아서 갔다.
다시 갈 길을 가늠했다. 오래 걸어서 아무래도 뭘 좀 먹고 가야 될 것 기에 식빵과 물을 마셨다. 물이 얼마 남지 않아 길목의 식당에 들러 물을 보충했다. 물만 채우기 미안해 목도 축일 겸 작은 병맥주를 시키니 편히 마시고 가라며 테이블에 차려 주었다. 자리에 앉아 앞으로 진행할 코스를 머리 속에 그려 보았다. 육모정 고개, 영봉 코스는 전에 서울 건축사 등산동호회 행사로 함께 걸었던 곳이다. 영봉을 오르고 다시 내려가 백운대 까지 급하게 오르고 내림길이다. 그렇지만 힘을 내어 걸으면 시간을 많이 쓰지 않고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진행하는 동안 먹을 식량도 점검해 보았다. 햇반 하나가 그대로 남아 있고 육포에 초코렛도 하나 남아 있었다. 그 정도면 아무리 늦더라도 충분하다고 생각이 되었다.
15시 54분 다시 출발했다. 지난번 지날 때 보았던 용덕사가 길 옆에 나타나 길을 확인시켜 주었다. 어제부터 내린 비로 계곡에 제법 많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올라갈수록 길의 경사가 점차 가파라졌다. 가끔 맞은편에서 내려오는 사람과 마주쳤다. 그 시각에는 거의 다 하산하는 사람이고 올라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보통 오후 늦은 시각에는 산에 오를 생각은 하지 않게 된다. 산에서 어둠은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나는 목적지에 당도할 때까지 걸어가야 했다. 그래도 대간 밤길을 여러 차례 걸어본 경험이 있어 부담은 크지 않았다.
16시 20분 육모정 능선에 올랐다. 우측으로 육모정고개부터 상장능선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영봉쪽으로 방향을 틀러 오름길을 걸으니 좌측으로 시야가 훤히 트여 보였다. 밤에 시작한 불암산, 수락산도 멀리 건너 보였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다보니 날 선 능선 길이 나타났다. 그 곳을 오르는 동안 시대가 좌측으로 내려 보였다.
영봉 가까이 오르는 곳에서 혼자 걷는 오상호씨를 만났다. 인사를 나누고 행선지를 물으니 불광동까지 간다고 했다. 내가 거기서 건너보이는 불암산을 가리키며 새벽에 거기서 시작해 왔다고 하니 나에게 엄청 먼 거리를 오셨다고 했다. 그는 어제 불수(불암산, 수락산)를 하고 오늘 사도북(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을 한다고 했다. 나와 도착지 방향이 같은 불광동 방향으로 하산한다고 해서 함께 걷기로 했다. 영봉을 오르는 동안 사방으로 멋진 경관이 보였다. 앞쪽으로 인수봉이 건너보이고 우측으로는 멀리 오봉이 보였다. 잠시후 영봉을 오르는 길에, 역시 불광동까지 수도북 코스를 혼자 걷고 있는 최봉주씨도 만나 셋이서 영봉을 향해 올라갔다.
16시 50분 영봉에 도착했다. 백운대까지 1.4km가 남은 지점이었다. 앞에 인수봉이 우뚝 솟아 있고 뒤로 인수봉에 가린 백운대가 언 듯 보이며 좌측으로는 만경대가 함께 보였다. 북한산에는 숨은 벽 같은 비경도 곳곳에 숨어 있기에 드러남과 가려짐 등 경관에 음양의 조화가 어우러지며 산세의 신비를 띠게 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멈춰 앞에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스케치 했다. 도봉 능선을 출발할때까지 비가 와서 스케치를 할 수 없었다. 내가 스케치를 하는 사이 최봉주씨는 앞서가고 오상호씨는 함께 가겠다고 했다.
다시 길을 나서 인수봉쪽으로 경사지 길을 내려가다 17시 6분 안부에 닿았다. 전에 본대로 쉼터와 건물이 보였다.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했다. 앞으로 가면서 인수봉이 올려다 보였다. 더 거대하고 큰 암봉의 기운이 느껴졌다. 가다 앞에서 걷고 있던 최봉주씨를 다시 만났다. 햇살이 숲을 지나 길에 비추고 있었다. 경사가 급한 오르막 길을 올라가는 동안 내린 비로 길 옆에 물이 세찬 소리를 내며 흘러 내리고 있었다. 평소에는 잘 볼 수 없는 폭포가 되어 쏟아지는 곳도 있었다.
17시 22분 백운대 산장에 도착했다. 뒤에 오는 최봉주씨를 기다리며 켄맥주 한켄을 사서 나눠 마셨다. 잠시후 최봉주씨가 도착해 다시 막걸리를 한잔 더 샀는데 그가 다시 파전을 사서 간단한 요기가 되었다. 날씨가 맑아져 파란 하늘이 보였다. 위로 백운대가 올려다 보였다. 흰구름이 막 백운대를 넘어가고 있었다.
다시 출발해 17시 56분 위문에 도착했다. 나는 백운대에 들러가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랐다. 위문에 당도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니 오상호씨는 들러 가겠다고 하고 최봉주씨는 그냥 가겠다고 해서 그에게 인사를 하고 백운대를 행했다. 늦은 시각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다. 중간에 한사람만 지나쳐 내려갔다. 백운대에 오르는 동안 서서히 기우는 석양 햇살이 바라보이는 인수봉 암봉에 비추어 표면이 황금빛을 띠었다. 빛을 받아 더 장엄하고 황홀하게 느껴졌다.
18시 7분 북한산 정상 백운대(836.5)에 당도했다. 봉우리에 오르니 두 사람이 결과부좌를 하고 명상에 잠겨 있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었다. 그 곳은 내가 올랐을 때마다 언제나 그처럼 불고 있었다. 오상호씨와 나는 번갈아 기념사진을 찍어 주고 주변을 잠시 돌아보며 감상했다. 그 곳에서 그처럼 맑은 날씨 상황에서 북한산의 산세를 둘러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인수봉 뒤로 수락산과 너른 들녘이 펼쳐보이고 진행 방행으로는 앞쪽 노정봉과 보현봉, 의상능선, 비봉 능선이 겹겹이 어우러져 보였다. 비가 오다 그친 후 투명한 햇살이 비추고 하늘에는 적당히 구름이 떠 있어 황홀한 풍경이었다. 그 광경에 반해 한 없이 머물고 싶없지만 길 길이 먼 것을 의식하고 다시 내려 왔다.
18시 20분 다시 위문으로 내려와 성 안으로 들어서 내림길을 걸었다. 위문에서 대동문까지는 2.6km였다. 거기서 부터는 북한산성을 좌로 도는 코스였다. 위문에서 향로봉까지는 갈 길이 머리 속에 그려져 있어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그래도 문이나 장대 등을 지나면서는 기록사진을 촬영하였다. 북한산성에는 12개의 문이 있는데 위문으로부터 진행 방행으로 용암문-대동문- 보국문- 대성문- 대남문- 청수동암문- 부왕동암문- 가사당암문- 대서문-서암문- 북문으로 연결된다. 그 12지문과 수문지 그리고 내부의 중성문을 합쳐 14지문으로도 불린다.
북한산성은 백제가 하남 위례성에 도읍을 정했을 때 북방을 지키기 위해 쌓은 성인데, 조선시대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후 숙종 37년 이전의 토성을 석성으로 다시 구축한 것이다. 성내에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99개의 우물과 26개의 작은 저수지 그리고 행궁과 12개의 사찰이 있었다.
대성문을 지나면서 우측을 보니 멀리 백운데 등 정상부 산봉우리가 보였다. 그 산은 도봉 능선에서 다가설때나 다시 뒤돌아 보일 때, 그리고 전에 지났던 의상 원효 능선 등에서도 언제나 주변 산세를 아우르며 서 있어, 북한산의 빼어난 경치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 뿐 아니라 불곡산, 예봉산 등 멀리 떨어진 주위 산에서도 바라보이며 경관의 핵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치 호오도온의 소설에 나오는 큰 바위 얼굴 표정이 어네스트의 영혼에 닿았듯이 이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빼어난 자태와 위용을 드러내 보이며 감동을 주고 있었다.
19시 30분 대남문을 지났다. 대성문 가까이서 최상호씨를 다시 만나 셋이서 가게 되었다. 그 앞으로 보이는 봉우리만 오르면 능선 길이라 별로 힘들지 않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도 거리가 꽤 남아 있었다. 7시 50분 문수봉을 올랐다. 해가 져서 주위가 어둑해졌다. 시내 쪽은 전등이 켜져 야경이 펼쳐 보였다. 바람이 불어 우비를 입었다. 한참을 걷다 사모바위가 있는 봉우리를 올랐다.
19시 44분 사모바위를 지났다. 지난 4월 25일에도 독바위역에서 이곳까지 왔다가 구기 매표소쪽으로 내려갔었다. 잠시 후 비봉을 지났다. 거기서 향로봉이 1. 25km 남았다.
잠시 후 안부를 지나 향로봉 좌측 너럭바위 위에 섰다. 거기서부터 위험 구간이라 뒤에 오는 최상호씨를 기다려 함께 가자고 했다. 그런데 한참 기다려도 그가 오지 않았다. 순간 혹시 휘험에 빠진 것이 아닐까하고 걱정이 되어 배낭을 둔채 오던 길로 되돌아가 찾아보았다.
건너온 앞쪽 봉우리로 가서 아무리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시 배낭을 둔 지점으로 와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하려는데 밧데리가 없어 연결되지 않았다. 20시 3분 오상호씨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어 그가 전화를 거니 연결이 되었다. 길을 잘못 들어가다 다시 이쪽으로 올라가는 중이라고 했다. 연락이 되어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기다리는 곳이 능선이라 바람이 몹시 불고 기온이 빠르게 낮아져 몹시 춥게 느껴졌다. 조금 후 최봉주씨가 도착해 벼랑길을 더듬거리며 족두리봉쪽으로 내려갔다. 오상호씨는 그 쪽 길을 잘 아는 듯 했다.
앞에 보이던 봉우리를 오르다 이정표가 보였다. 20시 53분 불광 공원지킴터까지 2.5km로 되어 있었다. 내려가면서 오상호씨가 전에 이 곳으로 내려가다 헤멘적이 있다고 하는데 21시 6분 뒤에서 최봉주씨에게 전화가 걸려와 다시 올라오라고 했다. 족두리봉을 넘어 불광역으로 가려면 좌측으로 돌아가야 된다고 했다. 최봉주씨는 평소 이 쪽으로 많이 올라와 길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오상호씨가 앞에서 길의 방향을 잡고 내려갔다. 좌측으로 돌면서 벼랑길을 가는 동안 시내쪽 야경이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우측으로 돌아가니 상암쪽 야경이 보였다. 경사지에 난 길이 매우 위험스럽게 느껴졌다. 길도 잘 보이지 않아 천천히 더듬거리며 가다 21시 18분 불광 매표소가 1.9km 써 있는 이정표 앞에 당도했다.
모르는 길을 헤메며 걷느라 사간이 너무 지체되고 있었다. 밤이라 최봉주씨도 길을 잘 찾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족두리봉을 넘어 불광역으로 가는 길을 포기하고 이정표가 가리키는 쪽으로 내랴가자고 했다. 21시 56분 불광공원지킴터가 1km 남은 지점을 지났다. 우측으로 큰 바위산이 큰 기운을 발하며 서 있었다. 그러나 그쪽 길도 잘 눈에 띠지 않을 때도 있어서 긴장하며 길을 찾아 내려갔다. 물을 건너는 곳에서는 길이 보이지 않아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다 겨우 길을 찾아갔다. 22시 9분 불광 공원 지킴터가 0.4km 남은 곳에 도착했다. 옆에 작은 체육공원 시설이 되어 있었다. 이제 길을 헤멜 염려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시 20분 마침내 불광공원지킴터 건물 앞에 도착했다. 불광사가 바로 앞에 있었다. 순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두 사람이 나에게 축하 악수를 청했다. 나도 수도북을 무사히 마친 그들을 축하하며 악수를 했다. 6번 종점에서 연신내역으로 갔다. 종주 뒤풀이로 맥주 한 잔 하고 가기로 하고 호프집에 들렀다. 어둠속에 긴장하며 걷다 무사히 도착한 것에 모두 안도하며 시원한 맥주잔을 부디치며 건배를 했다. 어려운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는 기쁨에 귀가하는 발걸음은 시작때보다 더 가벼워져 있었다. (090517)
첫댓글 김석환건축사님 대단하십니다. 수고하셨습니다.ㅉㅉㅉ 불수사도북 한 번 해보고 싶은데 엄두가 안납니다. 한 번 씩 가보는 것으로 만족합니다.ㅎㅎ
참, 고생하셨고 대단하십니다. 아무도 누구나 할 수 없는 큰일을 하셨군요. 역시 김석환건축사님이십니다.
먼 길을 나서며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성원해주신 덕분에 무사히 마쳤습니다. 정건축사님 마라톤 기록을 보니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사는 곳이 불수사도북 출발점인데 아직 시도도 못해봤는데 대단하십니다. 다시한번 축하드리고 저도 해가 가장 긴 6월 20일 전후로 도전해볼랍니다.
숙제를 끝맞친 기분이시겠네유...고생하셨습니다...
와 16시간 산행이군요 대단하심니다 그리고 축하드림니다 저도 2일에 나눠서는 해봤는데 하루에 하다니 감탄함니다 이해가 가기전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산행후기글 너무 잘쓰기 감상 잘했습니다
최상의 신체 조건을 갖추고 계신 김준식건축사님은 언제든 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최동철건축사님 잘 계시지요? 다음달 산행때 뵙겠습니다. 박철민 건축사님, 젊은 패기와 체력을 갖추고 계시니 해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불수사도북 다섯글자가 큰 힘을 보여주는듯 합니다. 산행을 하면서 주가 목적이지만, 김석환건축사님처럼 지나는 곳의 역사성을 되새겨보는것 또한 진미 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김태환 건축사님 제가 좋아하는 곳을 다녀오셨더군요. 요새 마라톤 연습과 산행등 열심히 체력을 단련하셔서 좋은 성과가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