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 제주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토요일 들어가서 일요일 나오는 교육이 절대 피할 수 없도록 갑자기 잡혔답니다~
어떡할 거냐고 물어봅니다~
뭘 어떡하긴 어떡합니까~ 당연히 직진이지요!~^^
예약은 저녁 여덟시 반 비행기로 했는데,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시간이 좀 남고, 일곱시 45분 비행기가 좌석이 남았다고 해서 그 비행기로 제주에 갔습니다~
제주공항에 도착하여 배낭을 찾고 자동문을 통해서 공항 대합실로 나오니 관광안내소가 있더군요~
그 때 시각이 21시 12분이로군요~
제주라서 다른 곳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하고, 더 많은 예상도를 그려 가긴 했지만, 그래도 만사불여튼튼이라~
관광안내소에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확인해 보았습니다~
예상한 바와 별반 다를 것은 없었고, 참 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앉아서 이야기하라고 해도, 꼬치꼬치 물어보는 질문들에 귀찮은 표정없이 자세히 답변을 해 주는데, 계속 서서 손님접대를 합니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터미널 근처에서 장을 잡아 하룻밤을 의탁했습니다~
시외버스 터미널 근처엔 새로 지은 장이 없더군요~
할머님이 카운터를 보시는데 역시 친절하십니다~
토요일 저녁이라서 4만원 받아야 하는데, 3만원만 내랍니다~
혼자이고, 등산할 차림이니 아침에 일찍 나갈 테고, 별로 떠들지도 않을 테고, 점잖게 보인다나 어쩐다나~^^;
제일 좌측이 거금을 들여 새로 장만한 모자입니다~
내일 한라산 정상사진에서 보여 드리겠습니다~^^
친구녀석의 갑작스런 일정변화로 제가 계획을 세워야 했습니다~
성판악, 관음사, 어리목, 어숭생악, 영실 코스가 있는데~
경치가 좋기로는 영실 코스가 으뜸이나, 백록담까지는 가지 못하고 윗세오름에서 멈추어야 합니다~
백록담이 가능한 코스는 관음사와 성판악 코스입니다~
성판악은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들머리이지만~
관음사 코스 들머리는 버스에서 내려서 한시간 정도를 걸어가야 합니다~
해서 들머리를 성판악으로, 날머리를 관음사로 잡았습니다~
제주에서 서귀포로 가는 버스를 타고 중간에 성판악에서 내리면 됩니다, 요금은 1,500원입니다~
오늘 한라산행의 들머리인 성판악 휴게소입니다~
해발 750M군요, 정상이 1950M이니 수직고경 1200M를 오르는군요, 걷는 거리는 9.6KM입니다~
평균기울기는 싸인, 코싸인, 탄젠트를 이용해서 구해보시기 바랍니다, 귀찮으면 말구요~^^
어쨌든 평균시간은 다섯시간 반이 걸린답니다, 개인차이와 날씨차이는 별도 감안하구요~
인천을 출발할 때, 비가 억수같이 내렸습니다~
내가 한라산 갈 생각은 잊은 채, 인수가 야영을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고소했더랬습니다!~
저, 참 멍청하지요?!~^^
제주공항에 내리니 비가 그치고 더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시외버스터미널 가는 길엔 잔뜩 찌푸렸습니다~
성판악 가는 길엔 도로에 깨스가 가득 찼더랬습니다~
등산을 시작하려고 배낭끈을 조이고, 등산화끈을 조일 때부터 날씨가 조금씩 풀리면서 안개가 걷히기 시작합니다~^^
들머리의 완만한 경사계단입니다~
계단이 비에 젖어 안개에 젖어~♬ 촉촉하지만 햇살의 채도는 아주 착해질라고 그랍니다~^^
성판악 코스 중에는 하나 밖에 없다는 사라샘터에서 이전 물은 쏟아버리고 새 물로 물통도 채우고~
열심히 걷다 보니~
진달래밭 대피소입니다~
정상이 거의 다 될 무렵 해발 1800M 정도 되는 곳에서의 전망입니다~
바다도 보입니다~
스쿠바를 하러 제주에 왔다면 오늘은 그냥 제주 관광만 해야 합니다~
음주에 포식에 정신이 혼미해지게, 배가 터지게 먹었을 겁니다, 제주의 갈치회는 쫄깃쫄깃한 게 정말 맛있습니다, 고등어회는 푸석푸석한 게 별로입니다~
산에 오면 이런 날도 오를 수 있으니 좋습니다~
오랫만에 제주바다를 보니 이런저런 스쿠바 시절 옛생각도 많이 납니다~
일 년에 잠수 100회, 삼 년에 300회 기록을 세워 주변을 놀라게도 했었지요~^^
백록담입니다~
남한에서 걸어서 오를 수 있는 최고로 높은 곳입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퇴원한 이후 걷기도 힘든 몸을 추스리다가 움직일만 해서, 몇 달 전에 처음 올랐던 북한산만큼이나 약간은 감격스럽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고~
내 몸에 고맙기도 합니다~
내 생각이 이어지도록 담고 있는 그릇이 내 몸일 텐데~
그다지 편치 않은 상태에서도, 천방지축인 내 생각에 어긋나지 않고 묵묵히 따라주는 내 몸이 그저 고맙습니다~
이별은 모두 슬프지만, 가장 슬픈 이별은 내 마음이 내 몸과 헤어지는 그 이별이라는데..
딱 한 사람에게만 전화를 한다면 그게 누구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휴대폰은 꺼놓은 상태입니다~
워낙 구식 호신용 휴대폰이라서 예비 빼러리도 고장난 지 오래이고~
하산하면 친구에게, 공항에선 집에다가 픽업나오라고 전화도 해야 하기 땜에~
백록담을 향하고 전화기를 켰습니다~
각시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남한의 가장 높은 곳에서 딱 한 사람에게 전화를 합니다~
웃음도 보내고 농담도 보냈지만, 서로 아무 말도 없이 허공을 쳐다보는 찰나가 있었음을 서로가 느꼈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서로 이쁘게 가야지요~^^
불현듯 어머님 생각도 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갑자기 바람이 몹시 불기 시작합니다~
깨스가 시야를 가리면서 가득 차 옵니다~
공기 중의 수분들은 자그마한 물안개가 되어 안경을 뿌옇게 만듭니다~
에베레스트에 비하면 꼬마산이지만, 그래도 날씨를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관음사로 하산 길에 관목들입니다~
나름대로 높은 곳에서 적응하기 위해 키를 키우지도 멋을 부리지도 않는군요~
가지도 줄기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으려고 뽀짝 붙어 있습니다~
삶의 지혜입니다~
주변환경에의 적응입니다~
안개 속에 왕관능의 프로파일이 어렴풋합니다~
등산할 때부터 큰부리까마귀들이 무척 많더군요~
그래도 지저귀는 소리는 까마귀인가 까치인가 헷갈릴 정도로 착했습니다~^^
탐라계곡을 끼고 있는 관음사 코스는 위험한 절벽이 꽤 많습니다~
탐라계곡을 따라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입니다~
여보게 벗!~
맨발로 눈을 감고 귀를 열게나~
새소리 노루소리 들리는가~
얼굴을 간지럽히는 바람도 느껴 보게나!~
발아래 생명이 고스란히 벗에게로 스밀 터이니~
쉬엄쉬엄 가게나!~
바람도 쉬어가니 사람도 쉬어가야지!~
새들의 노래 소리 햇살 쏟아지는 소리~
나뭇잎 스치는 바람소리 들으며~
쉬엄쉬엄 가게나!~
관음사 코스로 하산하여~
친구녀석에게 전화를 하고~
마중나온다는 친구녀석과 만나는 길로 걸어보았습니다~
관음사 코스로 들머리를 잡았다면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가야 할 길을 역으로 걸었습니다~
빠르면 40분~50분, 그렇지 않으면 한 시간 정도를 잡아야 하겠더군요~
내려오는 도중에 관음사가 있고~
신비의 도로도 있었습니다~
산천단이 보이면 이제 곧 제주의 메인도로와 합류됩니다~
제주엔 인구 다섯명 당 자가용 보유 신고댓수가 두 대랍니다~
한 가구에 적어도 한 대꼴로 자가용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고~
그래서 대중교통은 더욱 더 열악해지고 있답니다~
주민들은 모두가 자가용으로 움직이고, 관광버스 움직이고, 렌트카 움직이니~
관음사 코스 날머리에서 시외버스가 다니는 1131번 메인 도로까지는 대중교통 편이 택시 말고는 없습니다~
어제 제주에 올 때 갑자기 땡겨서 다른 비행기를 타게 되었는데, 그 때 갑자기 생각된 것이~
한라산 등반 후에도 바로 제주공항으로 가면 비행기를 못 타는 사람들이 생겨 자리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친구녀석에게 전화를 하면서 바로 제주공항으로 갈 예정이라고 일러 두었습니다~
그랬더니~
친구녀석만 나오는 줄 알았더니 아버님도 함께 나오셨습니다~
아버님을 뵈었으니 어머님을 뵙지 않으면 어머님께서 삐지실 터~
친구녀석 집에 가서 어머님을 뵙고 차를 한 잔 마시고~
공항에 가니 독일맥주 파는 곳이 있더군요~
친구녀석에게 한 잔 대접해 주고~
나는 물마시고~
제주공항에서 저녁 일곱시 35분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이 아닌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마중나온 각시와 함께 귀가~
이틀동안의 치악산, 한라산 코스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즐겁고 유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다음 주에도 그 다음 주에도 국립공원 탐방은 쭈욱~ 이어집니다!~
오래오래 뵙지요~^^
첫댓글 무사히 잘 댕겨 왔으니 좋구나...너의 탐방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란다...건투를....
아니 이곳은 나의 신혼여행 둘쨋날 코스아녀...엇저녁에 첫날밤을 치루고 백록을 오르니 각시가 얼매나 사랑스러웠스까이...기억도 아스라하고마...
정상에서 보여준다던 그 모자...완죤 도인 다됐구먼...멋지삼...일자별로 꽉 짜여진 일정...그 틀에 맞춰 움직이다 한두번 정도는 그 틀에서 벗어나 보는건 어떨런지....후회와 조바심속에서 그 일정들이 더 의미있게 다가올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나만의 생각인가..?...ㅋㅋ
너 나한테 빚진거 언제 갚을래..? 제주도 갈치회..미사리 라이브카페 술....
좋~습니다..
안갔었도 마치 함께 여행한거 같네...백록담에서의 머리 압꿘...ㅎ
춘발이형님이랑 조만간 가야하는데..많은 도움 됐습니다~~~
나도 아직 한라산은 인연이 없군요....
언제 다시 가보나???
나도 조만간 가고픈 산인데.... 미리 잘 보았네... 공감가는 글속에 잠시 잠겨도 보구,,,, 늘 건강하길 바란다...........
재밋게 읽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