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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에 사는 주부 A씨는 지난 주말 집근처 대형할인마트에서 공기청정기를 25만원에 파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불과 한달전 똑같은 모델을 42만 5000원에 샀었던 그는 조금더 기다렸다 샀으면 15만 5000원을 아낄 수 있었다는 생각에 속이 상했다. 공기청정기 업체들이 "가정의 달" 마케팅을 빌미로 대형할인마트와 온라인쇼핑몰, 가전양판점에서 할인행사 경쟁을 벌이면서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만드는 수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제품 하나를 사면 하나 더주는 이벤트, 최고 65% 가격 인하 행사, 30% 할인에 10만원권 백화점상품권 증정행사, 가전제품 구매시 끼워주기 행사 등이 진행중 이다. 업체들은 "공기청정기에 대해 소비자의 호감도가 높다보니 대형유통사들이 미끼상품으로 공기청정기 할인행사를 차제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업체들의 할인전의 배경에는 재고물량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봄 황사가 심하지 않은데다 날씨가 예년보다 빨리 덥고 비가 많아 판매성수기가 짧았다"며 "대형가전사가 에어컨에 공기청정기능을 탑재해 출시하고 있어 여름이 시작되는 6월부터는 판매가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 되므로 그전에 재고 물량을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고부담이 늘고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웰빙 바람을 타고 업체들이 공기청정기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과당 경쟁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웰빙열풍 새집증후군 조류독감과 사스 등으로 시장이 급성장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데다 필터를 사다가 조립제조하는 정도라면 기술적 장벽이 없다보니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공기청정기 시장에는 청풍 웅진코웨이 등 전문 중견기업과 삼성 LG전자 등 대기업, 일렉스로룩스 캐리어 미쯔비시 도시바 등 외산가전업체, 이롬라이 프.쿠쿠홈시스 등 전문영역을 구축하고 있던 중견기업까지 60여개 업체가 뛰어 들었다. 브랜드 없이 공기청정기 연관 사업을 하는 업체까지 합치면 총 100여군데가 넘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했다. 샤프전자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공기청정기시장이 성숙한 일본의 경우, 연 간 200만대 공기청정기가 팔리고 있는데 공기청정기 관련업체가 70여개"라며 " 올해 60만대 규모로 성장이 예측되는 국내 시장에서 100여개 업체가 설립된 것은 "난립"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자금과 브랜드파워가 있는 대기업과 렌털 등으로 특화한 소수 중소 기업을 제외하고는 향후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 봄쯤 대대적인 구조개편 후, 공기청정기 시장이 중소기업의 일반기능 제품과 대기업들의 고가형 고급시장으로 양극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 매일경제 : 이효정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