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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기를 걸쳐 여자의 숙명은 훌륭한 남자를 만나 그의 자식을 낳고 평생을 남편의 그늘에서 말없이 희생하며 사는것이던가. 영화의 시놉시스를 읽다가, 문득 이 영화 한편이 나에게 여자의 숙명과 내면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다는 추측으로 집 근처 영화관을 찾았다. 사랑과 권력과 부, 이 세가지는 어느 영화를 막론하고 다 등장하는 필수 구성요소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한 남자가 외도를 하고,그에 화가 난 여인이 맞바람을 피우는 식의 싸구려 내용으로 착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 영화는 18세기의 데본셔라는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청순하기 그지없는 17세라는 나이에 데본셔 가문의 공작과 정략 결혼을 하게 된 조지아나는 그의 그늘에서 화려한 공작부인으로써 그녀의 여자로써의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 당시 데본셔 공작은 왕 부럽지 않은 수많은 재물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겉으로 보면 완벽한 신랑이었다. 조지아나는 단 한번의 결혼으로 신분상승의 기회를 맞지만, 공작은 조지아나의 존재를 그져 대를 잇는 여자로써로만 대우한다. 그녀의 의무는 그의 아내가 아니라 그의 장자를 낳는 여자이다. 하녀를 비롯해서 수 많은 여자를 아무렇지 않게 자기의 침실로 끌어 들이는 데본셔의 여성 편력에 조지아나는 심하게 충격을 받고 만다. 그 당시 사교계의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한데 받았던 조지아나는, 재치있는 언변과 그녀의 복장은 시대의 패션 아이콘이라 불리울만큼 주목적이었다. 모든 화가들은 그녀가 나타날때 마다 노트에 삽화를 그렸고, 그녀가 입고 나온 옷은 런던시내의 화제 거리가 되었다. 데본셔와 휴양지에 갔다가, 자신못지 않게 불행한 결혼 생활을 도피하려 온 귀족부인 베스를 집에 데려오고 일이 더 크게 벌어진다. 아들만 셋을 낳은 베스를 데본셔가 범하고 만것이다. 딸만 둘 낳은 조지아나는 자기 자리를 내어주고 싶어하지만, 데본셔는 안된다고 엄격하게 거절한다. 그 이후에 베스의 세 아들까지 한집에서 기이한 동거를 해야만 했던 조지아나는, 평소 자신을 흠모했던 찰스와 깊은 사랑에 빠져들고 만다. 찰스(도미닉쿠퍼)는 왠지 낮익은 얼굴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맘마미아에서 딸의 약혼자로 나왔던 건실한 청년이었다. 조지아나는 의미없는 결혼생활 중에 느끼는 뜨거운 연애감정을 억누를 수 없어 찰스를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러자 데본셔는 그것을 가만히 볼 수 없어하고, 조지아나는 남편의 베스와의 기이한 동거를 허락할테니, 자신의 감정도 허락해 달라고 사정하지만, 씨알도 안먹히는 이야기다. 친구로 접근해서 친구의 남편을 유혹하더니, 그녀의 자식들까지 집에 데리고 온 베스, 참으로 영악한 여자다. 그러나 제목처럼 <스캔들>에 치중해서 이 영화를 본다면 아마 이 영화는 금새 잊혀질 이야기다. 한 여인의 숙명과 사랑앞의 갈등, 모든 위기를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점철할 수 밖에 없었던 여인으로써의 안타까운 시선으로 이영화를 보고싶다. 이 영화는 실제로 데본셔 저택에서 영화 촬영을 했고, 데본셔 공작부인의 후손이 다이애나비라는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이영화가 데본셔 가문의 영화다, 아니다 다이애나비의 영화다 라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것이다. 남자의 배신과 그 배신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진정 여자로 다시 태어나야만 하는 이 세상의 모든 여자들의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숙명이 참 안타깝다. 조지애나의 조력으로 찰스는 수상이 되고, 조지애나는 어머니라는 이유로 자기의 모든 욕망과 로맨스를 포기한 채, 데본셔의 안주인으로 남는다. 누구나 저 깊은 곳에는 욕망이라는 것이 도사리고 있다. 스캔들이란 말의 어원은 원래 무엇에 걸려 넘어지다라는 뜻인데, 그렇다면 꼭 남여간의 불륜만은 아닌것이다. 우리가 어디 걸려 넘어진것이 어디 남여간의 유혹뿐이겠는가. 그렇다고 욕망만을 따라 살 수도 없는것이 잔혹한 역할이라는 짐이다. 누구의 아내로써, 누구의 엄마로써 자기가 선택한 그 길을 묵묵히 걸어 가야만 하는 어찌보면 참으로 유한한 인간의 삶의 선상에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와 권력 뒤에는 그것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그것이 바로 여자이다. 여자는 그래서 강한 존재이다. 남자들이 이루어논 세상이라는것을 움직이는 핵이 여자이고 어머니이다. 수세기를 걸쳐 전쟁이나 권력의 전환뒤에는 꼭 여자의 힘이 작용하고 있었다. 조지아나의 일생은 그 당시의 결혼문화와 결혼과 사랑이 절대적으로 하나이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세를 사는 이 세상의 여자들도 바뀌지 않고 지금도 그러하게 살고 있음을 잘 대변해 주는 영화같다. 문우들도 이 가을에 같이 감상하시기를 바래보며........(이경화 님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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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역사는 돌고돈다..' 중세나 근현대 역사에서 여성들의 삶이 그다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실감나는 영화네요 잘 보았습니다 멋진 나날들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