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사랑받는 영혼들아!
너희도 나를 마중 나와 나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지만,
내 앞을 떠나면 악당들에게 나를 잡아 넘기는 일을 밥 먹듯이 해 댈 것이다.
나를 모욕하는 언행은 내가 악당들에게 끌려갈 때, 그들이 나에게 던진 돌멩이와 같은 것이다.
아침마다 나를 영하고, 돌아서면 세상과 타협하는 것은 유다가 한 짓과 다를 바 없다.
온갖 더러운 수단을 동원하여 재물을 모으고 출세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다면,
너희 손은 바로 나를 잡아 넘긴 유다의 손이 된다.
내가 내려주는 순결한 은총을 더럽히는 손이 되는 것이다.
유다의 표양을 좇아 나에게 입맞추어 나를 잡아가라고 신호를 보내는 일을
너희도 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유다가 데리고 온 악당들과 마찬가지로
너희도 나를 묶고 매질하고 나에게 돌팔매질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짓을 하라고 시키기까지 한다.
어떻게 너희가 나에게 이럴 수 있단 말이냐?
나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고 나에게 자랑스럽게 고백하던 너희가 나를 잡아 넘기다니…….
너희가 지니고 있던 애덕과 열정이 너희 악행을 일시적으로 가려 줄 포장지에 불과했단 말이냐?
사랑하는 영혼들아!
왜 너희는 자기 영혼이 사사로운 정에 끌려가고 있는 것을 방치하고 있느냐?
나는 너희 안에 있는 사욕과 편향된 정을 없앨 수도 없고, 또 그럴 의사도 없다.
내 말 뜻은 싸워서 이기라는 것이다.
사욕과 편향된 인간의 정에 빠지는 것은,
유다가 나를 30데나리온에 팔아넘긴 것과 같다.
그 30데나리온은 바로 자기 멸망을 자초한 사욕과 일시적 쾌락과 같은 것이다.
얼마나 많은 영혼이 순간의 쾌락 때문에 헐값에 나를 팔아넘겼으며,
앞으로도 계속 팔아넘길 것인가 …….
아! 가련한 영혼들아!
도대체 너희는 누구를 찾고, 무엇을 추구하고 있단 말이냐? 내가 여기 있지 않느냐?
너희가 나를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다짐했고,
나는 너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
"항상 깨어 기도하라."는 나의 말을 명심하여라.
사욕과 정에 물들기 쉬운 인간 속성 때문에
죄악이 너희 안에서 습관화되기 십상이니,
자신을 늦추지 말고 계속 단속해야 한다.
들판의 잡초는 수시로 제거해야 한다.
잡초가 자리 잡을 수 없도록 틈나는 대로 뽑아 없애 버려야 한다.
영혼의 잡초도 마찬가지다.사욕과 편향된 정, 올바르지 못한 습성,
이러한 것들이 바로 영혼의 잡초이니 과감히 제거하여라.
영혼들이 어떤 큰 죄악에 빠졌을 때만, 나를 팔아넘기는 것이 아니다.
간혹 그런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드문 일이다.
보통은 작은 허물에서 출발하여 점차 큰 죄에 이르게 된다.
사소한 재미, 대수롭지 않은 약점들, 전혀 개의치 않던 작은 버릇들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크게 부풀어 올라,
결국에 가서는 나까지 팔아 패가망신하게 된다.
이 점에 유의하지 않으면 이러한 것들이 비대해짐에 따라
총명하던 영혼의 눈은 어두워지고,
내가 은총을 내려 주어도 그 은총이 발 붙일 자리조차 없게 된다.
사욕과 편향된 정이 너희 영혼을 지배하여 악의 세력이 승리하게 된다.
아!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받는 수많은 영혼들이
부지불식 간에 지옥을 향하여 가고 있는 것을 보시는 하느님의 성심,
그분의 상심이 얼마나 크실지 너희는 아느냐? 모르느냐?
사랑하는 영혼들아!
나는 너희에게 영혼들이 어떻게 나를 모욕하고,
나에게 등을 돌리는지 말해 주었다.
영혼들이 내 뜻을 거역하고, 나에게 들이대는 무기는 다름 아닌 죄악이다.
큰 죄에 국한해서 말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 두어라.
나에게 선택받은 영혼들이 흔히 저지르는 사소한 잘못,
고치지 않고 있는 버릇,
남에게 혐오감을 주면서도 자신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괴팍한 성격,
애덕의 결핍 등도 내 앞에 들이대는 무기와 같은 것이며,
결국에 가서는 이런 것들이 도화선이 되어 나를 팔아넘기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나를 모독하고 배은망덕할 때도 나의 성심이 이처럼 고통을 느끼는데,
하물며 내가 그토록 사랑하여 특별히 선택한 나의 영혼들이
나에게 몹쓸 짓을 할 때 내 심정이 어떠했겠느냐?
그러나 자신의 잘못뿐만 아니라 다른 영혼들의 잘못을 대신 보속하며,
나를 위로해 주는 기특한 영혼도 있어 다행스럽구나.
선택받은 영혼들아!
너희가 바로 나의 안식처이며, 내 즐거움의 화원이다.
나는 다른 영혼들보다 너희에게서 더 따뜻한 사랑과 애정을 받고 싶다.
너희는 나의 아픈 상처를 낫게 해 줄 약이 되어야 하며,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더러워진 나의 얼굴을 깨끗이 씻어 주는 일도 해야 한다.
무지몽매하여 나를 폭행하고 오랏줄로 묶는 눈먼 영혼들에게
광명을 주고 싶어하는 나를 도와주는 것이 너희가 해야 할 일이다.
너희는 절대로 나를 혼자 외롭게 두지 마라.
어서 깊은 잠에서 깨어나 나에게로 달려 오너라.
나를 잡아 혹독하게 고문하고, 십자가에 매달려는 자들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
병사들이 나를 체포하러 왔을 때, 나는 그들에게 "나다."라고 말해 주었다.
너희가 유혹에 빠져 나를 멀리하려 할 때도 나는 이와 똑같은 말을 한다.
"나다. 내가 여기 있다. 어딜 가려 하느냐?"
아직 시간의 여유는 있다. 너희만 원한다면 나는 모두 용서하겠다.
너희는 죄악으로 나를 동여맬 수 없다.
도리어 내가 너희를 나의 사랑으로 꽁꽁 묶어 놓겠다.
어서 나에게로 오너라. 나는 여전히 너희를 사랑하고 있다.
나약한 너희를 동정하고 너희를 내 품에 감싸안아 주고싶다.
아!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불구하고,
너희는 나를 결박하여 끌고 가 팔아넘기려 하느냐?
나 자신을 제물로 바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병사들이 나를 잡아끌고 갈 때 나는 순한 양처럼 그들에게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
카야파의 집으로 호송된 나는 거기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모욕과 조롱을 당했으며,
심지어는 그 집 하인에게 난생처음으로 뺨을 맞기도 하였다.
사랑하는 영혼들아! 잘 알아 두어라.
처음으로 뺨을 맞을 때,
나는 하느님께서 내리신 은총을 받고 살아온 많은 영혼의 첫 번째 죄악을 보았다.
얼마나 많은 영혼이 한번 죄의 길에 발을 잘못 디딘 후 헤어 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재앙으로 떨어지고 말았는가!
죄 중에 죽었을 때, 그들에게 내려질 영원한 죽음과 형벌.....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하구나.
내일 계속하겠다.
나를 기다리는 동안 기도하여라.
많은 영혼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혹은 멸망의 길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 깨닫게 해 달라고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드려라.
- 성심의 메시지/ 이재현 옮김/ 가톨릭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