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끝 날
베란다에 가지가 2개나 달렸다. 자고 일어나면 훌쩍 자라서 잔잔한 기쁨을 준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결실이라서 그런지 소중하고 대견하다. 식구들이 자고 일어나면 궁금하고 신기해서 가지를 들여다본다. 무럭무럭 자라는 아기 같다. 상추도 추석에 톡톡히 제 몫을 다 했다. 수육 먹을 때 쌈을 싸서 먹었으니 올 첫해 상추 기르기는 성공이다. 어머님이 말 못 하는 상추도 사랑하는 것은 다 안다고 하시면서 정성으로 키우라고 하신다. 예전에 송아지 때부터 키우던 소를 아들 대학 등록금 마련한다고 우시장에 팔려고 데려갔다가 눈물 흘리는 소를 팔고 돌아서면서 어머니도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우셨다고 한다. 소를 팔아 대학을 다닌 아들이 구순이 넘은 어머니를 바라보는 눈빛이 애달프다.
연휴도 끝 날이다. 오전에 연지못을 걸었다. 연잎이 일제히 몸을 눕히고 춤을 추는 모습에서 편안함이 전해온다. 연잎을 틔우고 연잎을 파릇하게 키우고, 연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연꽃을 피운다. 연밥을 만들고 연잎은 다시 시들어가고 연밥에는 씨앗을 품는다. 연잎은 떨어지고 연밥은 씨앗을 품고 물속으로 잠긴다. 그 시간 속에 나 홀로 걸어간다. 홀로 된 침묵은 본질을 찾아가는 고귀한 탄생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저녁에 청도로 드라이브를 했다. 노랗게 물들어가는 들녘을 보고 싶었다. 바람도 좋고 들판은 가을로 젖어 들고 길가 은행나무도 무언가 수런수런 달라지고 있었다. 커피 한 잔 들고 강가를 걸으면서 연휴 끝 날을 보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살아보는 것이다. 또 다른 추억을 만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