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정법에 입각한 수행 / 일타 스님
경문을 보면 "보살은
외도나 악인들이 부처님을 비방하는 말을 듣거든
삼백 자루의 창으로 심장을 찌르는 것처럼
여겨야 할 것이거늘,
하물며 제 입으로 스스로 비방을 하리오."
옛날 한 어리석은 바보가 남의 집에 초대되어
주인이 주는 대로 음식을 받아먹었다.
그러나 그는 간을 맞추어 먹을 줄 몰랐기 때문에
'이 집 음식은 싱겁기만 하고 맛이 없다'고 불평을 했다.
그 말을 들은 주인이 소금을 조금 쳐주자
어리석은 사람은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음식은 오로지 이 소금 때문에 맛이 좋아지는 구나.
조금만 넣어도 이렇게 맛이 있으니
많이 넣는다면 얼마나 맛이 있을까?'
이렇게 생각한 그는 아예 소금만을 먹기로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속이 뒤틀리고 구역질을 하다가
큰 병만 얻었을 뿐이다.
이것은 불자들 가운데 외도의 고행을
수도의 구경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외도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이 고행외도를 수도하는 이들은
음식을 먹지 않고 절제를 해야 높은 경지를 수행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열흘 또는 보름씩 음식을 끊고 먹지 않는다.
그러나 그 결과는 기운이 떨어지고 배고픔에 시달릴 뿐,
道에는 작은 이익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고행을 위한 고행주의의 수도는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음식의 간을 맞추기 위해
조금식 넣는 소금을 맛 자체로 착각하여
소금만을 퍼먹다가 병을 얻은 것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만일 어떤 불자가 고행주의를 내세워
불교의 정법을 비방한다면 이야말로 용서받을 수 없는
중죄를 범한 것이다.
더욱이 보살도를 행하는 보살이라고 자처하면서
이와 같은 고행외도를 받아들여 불법을 비난한다면
어찌 바라이죄에 해당되지 않겠는가?
또 이와는 반대인 경우도 허다하다.
만약 어떤 사람이 간을 맞추는 것이 소금이 아니라
설탕이나 깨소금 등의 단맛이 나는 조미료나
기름이라 가정을 하고,
밥은 아예 먹지 않고 설탕만 먹는다든가
깨소금 또는 참기름만을 먹었다고 하자.
그 역시 배탈이 나고 설사가 나고 영양실조로
병만을 얻게 될 것이다.
이 비유는 외도 중
고행주의와 정반대편에 선 향락주의자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향락지상주의의 외도들은 인과를 전혀 믿지 않고
내세도 윤회도 부정한다.
오로지 금생의 향락, 순간의 즐거움만을 추구하여
온갖 죄악을 거침없이 저지르며, 살생 도둑질 음행 망어 등의
온갖 나쁜 짓을 많이 지어,
금생에는 국법을 범할 뿐 아니라 질병과 타락의
구렁에 빠지고, 내생에는 지옥에 떨어지는 죄보를 짓게 된다.
고행주의와 향락주의는 결코 참된 불교가 아니다.
참된 보살불자라면 향락은 물론이요
고행도 추구하거나 선전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불교의 이론이나 술어를 채택하여
불교의 한 유파인 것처럼 선전하는 종교들이 많다.
그러나 그 내면을 살펴보면 불교의 깊은 뜻,
바른 뜻, 중도의 정법을 어긋나게 말하는 사이비가 많다.
이와 같이 사이비법을 표방하면서 명리를 탐하여
정법을 비방하는 경우조차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인데,
하물며 보살계를 받은 이가 사이비법을 내세워야 되겠는가?
또한 내가 아는 것에만 빠져 살아서도 안 된다.
대부분의 수행승들이 처음에는 법왕인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신심을 일으켜 거룩한 법을 닦고
위대한 성과를 얻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불법을 익혀 조금 친숙해지면 부처님께서
여러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가지가지 방편으로
때에 따라 다르게 말씀하신 8만 4천 법문의 참된 도리를
알지 못하고, 자기가 익힌 것에만 집착하여
불법의 다른 가르침을 잘못 해석하거나 비방을 한다.
그 결과 부처님의 정법을 잃어버릴 뿐 아니라,
삼악도에 떨어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모든 큰 죄는 작은 죄를 방임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불법의 큰 바다에는 편협됨이 없건만,
스스로 편협됨을 마음에 심어 내가 아는 것이 아니면
참된 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불자로서 취할 태도가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당나라의 법장(法藏)스님께서 설하신
'방삼보계를 범할 때 생겨나는 열 가지 허물'을 소개한다.
①업장을 더욱 무겁게 한다.
②선근을 소멸시킨다.
③은혜와 덕을 져버리게 한다.
④신심을 파괴하고 법안(法眼)을 없앤다.
⑤크고 작은 온갖 선행을 이룰 수 없게 된다.
⑥외도의 삿된 그물에 걸리게 된다.
⑦큰 사견에 떨어져서 선근을 끊게 된다.
⑧모든 중생을 악지식(惡知識)으로 만든다.
⑨삼보의 종자를 끊게 된다.
⑩나와 남을 다함께 아비지옥에 떨어지게 한다.
삼보를 비방하면 이토록 많은 허물이 한꺼번에
일어나게 됨을 일깨워 주신 것이다.
어찌 감히 불자된 이로서 스스로 정법을 비방하거나
사견을 가진 이를 도와 삼보를 비방할 수 있겠는가?
거듭거듭 조심하고 마음에 새김은 물론이요,
참된 믿음과 효순하는 마음으로
불법의 생명을 잘 보호하고
자타일시성불도(自他一時成佛道)의 보살도를
구현해야 할 것이다.
일타스님 / 보살계법문 -
출처 : 염화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