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얼우다’의 ‘얼우-’에 완료를 나타내는 ‘-ㄴ’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배달말입니다. ‘얼우-+-ㄴ>얼운>‘어룬>어른’이 된 것입니다. ‘얼우다’는 <혼례하다>라는 옛말입니다. 그래서 ‘어른’이라 하면 혼례를 치른 사람이 됩니다.
‘성인’은 ‘이룰 성(成)에 사람 인(人)’이 결합된 차이나말입니다. 이는 '성년자(成年者)'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사람은 나이를 두고 볼 때 성년자가 있고 미성년자가 있는 것입니다. 관례(冠禮)를 치를 나이가 된 사람을 성년자라 합니다. 지금은 관례가 없으니 나이 20후가 성년자라 할 수 있습니다. 성년자를 다른 말로 성인이라 하고 미성년자를 미성인이라 합니다(경남방언에서는 "미성혼례자(未成婚禮者)"를 줄여서 "미성(未成)"이라고도 합니다).
나이 40에 혼례를 치르지 않았다면 그는 성인이지만 어른은 아닙니다. 나이 17에 혼례를 치렀다면 어른이기는 하나 성인은 아닙니다. 나이 30에 혼례를 치렀다면 성인이면서 어른이 됩니다. 이처럼 성인과 어른은 같은관계말[同値關係語]이 아닙니다. 같은말인 줄 알고 잘못 쓰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른바 사전들이 그렇습니다. 제대로 알고 바르게 쓰는 사람마저도 뒤흔들게 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어른01[어ː-] 「명」「1」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장자05〔3〕.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다/사리가 어른처럼 밝다/너도 이제 어른이 다 되었으니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하여라./나이는 이제 겨우 열네 살이지만 준절하기가 어른 같다.≪한설야, 탑≫§「2」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장자05(長者)〔4〕. ¶내가 두 살 더 먹었으니 너보다 어른이다./결혼하고 나서 시댁 어른들께 인사를 드렸다./그는 나보다 나이가 적지만 항렬이 높아 어른이다./고을에서는 내가 그중 나이 먹고 또 이 고장 태생인데 나보다 어른 되는 분들은 다 작고하고 타곳에 나가 없고 하니….≪최인훈, 회색인≫§「3」결혼을 한 사람. ¶장가도 안 간 녀석이 어른이라고?/장가도 안 간 놈이 어른 다 된 소리 하네….≪박경리, 토지≫§「4」한 집안이나 마을 따위의 집단에서 나이가 많고 경륜이 많아 존경을 받는 사람. ¶쇠바우는 오십이 넘은 사나이였고, 이 화전민들의 어른 노릇을 하는 사람이었다.≪박용구, 한강 유역≫/흥선이 이호준을 통하여 조 대비께 가까이하고자 함은, 궁실의 어른 되는 조 대비의 환심을 사서, 장래 입신상 무슨 도움이라도 얻고자 함이었다.≪김동인, 운현궁의 봄≫/자네가 집안 어른인즉 자네가 마음대로 할 것이지, 누구하고 상의를 한단 말인가.≪한용운, 흑풍≫§「5」남의 아버지를 높여 이르는 말. ¶자네 어른께는 상의드려 보았는가?§ 「비」 <1>성인01(成人)〔1〕. 「참」 어르신네. [<어룬<얼운 <석상>←얼+우+ㄴ]
로 나타나 있고, 나라안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국어사전>에도
성인 (명) 이미 성년이 된 사람, 보통 만 20세 이상의 남녀를 일컬음, 어른 어른 (명) (1)다 자란 사람, (2)지위 나이 항렬 따위가 자기보다 높은 사람, (3)혼인한 사람, (4)남의 아버지를 조금 높여 이르는 말
처럼 '성인=어른'으로 잘못 풀이하고 있습니다. '성인' 가운데는 '어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성인=어른'이라는 동치관계가 아니라, '성인=어른' 또는 '성인≠어른'인 교착관계인 것입니다.
대부분의 <국어사전>에서 풀이하고 있는 '어른'은 (3)이 앞에 오고 (1)이 빠져야 할 것입니다. (1)의 '다 자란 사람'은 곧 '성인'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어른' 가운데는 나이가 20이 못 되어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사람도 있는 까닭입니다. (4)는 '남의 아버지'만이 아니라 '자기부모나 남의 부모를 대접하여 가리키는 말'로 고쳐야 할 것입니다. 배달말사전이 이런 정도이니 우리나라에는 믿을 만한 사전이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잘못된 글자는 '표기법'을 만들어 고치기를 60여 년 동안 해 왔지만, 잘못된 말은 '언어의 사회성'이니 '언어의 력사성'이니 하면서 고치기를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잘못된 말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쓴다 하여 바른말인 줄 여기게 되면, <바른 것을 가르쳐야 하는 교육>이 소용없게 되는 것입니다.
'성인'이라 하여 '어른' 아닌 사람을 '어른'이라 하게 되면 그 사람의 혼인길을 막게 됩니다.
'어른’이라는 말은 가리킴말[칭어]일 뿐 부름말[호어]이 아닙니다. 자기부모나 남의부모 가리킴말[칭어]은 '어른[부]'과 '안어른[모]'입니다. 자기부모 부름말[호어]은 '아버지'와 '어머니'입니다. 남의부모 부름말[호어]은 ‘어르신’입니다. 가정언어에서는 자기보다 항렬이 높으면서 나이가 많은 사람을 가리키지만, 남남언어에서는 자기보다 나이나 많거나 직위가 높은 사람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성인'과 '어른', ‘어른’과 ‘어르신’을 분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을 두고,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은 법도 있는 사람이라 합니다. 법도를 알고서 이를 지켜나가도록 이끄는 것이 말글교육이 가야 할 바른길입니다.
따라서 위의 풀이에서
(1)"「1」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장자05"를 삭제하고, (2)"¶내가 두 살 더 먹었으니 너보다 어른이다."에서 '어른'을 년장자'로 고치고, (3)"그는 나보다 나이가 적지만 항렬이 높아 어른이다."에서 '-아 어른이-'를 삭제하며, (4)"「비」 <1>성인01(成人)〔1〕. 「참」 어르신네."도 삭제
하여 뜻풀이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그냥 두면 말의 질서가 무너지면서 뿌리깊은 전통문화마저 뒤흔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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