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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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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독창성 과학성 간결성, 미려함은 세계 언어학자도 인정한다. 龍자가 네 개 붙은 64획의 중국 한자(簡字化 이전)나 동사변화 6천 개의 인디언 치페와(Chippewa)어, 명사 격변화만 35가지인 옛 소련 타바사란(Tabassaran)어, 시제만도 63가지나 되는 에스키모어 따위엔 비교도 안 되고 무려 170자의 그리스어 단어도 있다. 한자문화권에선 한자 외에 우리만이 고유문자를 가졌고 일본의 카나(假名)엔 댈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한글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첫째 한자와 달리 가변성 파생성이 아닌 단일성 문자로 조어력(造語力)이 제로다. 둘째 단어 앞뒤로 수식어가 붙어야만 그 단어의 뜻이 살아나는 세계 유일의 문자다. 셋째 둘 돌 들 등 시각적인 불분명 등. 치명적인 오해와 맹점은 또 문자와 언어(우리말)를 구별하지 못하는 점, 한자가 중국제니까 쓰지 말자는 주장이다. 그건 영어가 로마자, 65% 이상이 라틴어에서 왔으니까 쓰지 말자는 억지나 다름없다.
세종은 코리언 알파벳인 한글 문자, 표기 시스템(script)을 창조한 거지 language(언어)를 만든 게 아니다. 한자어+한글 고유어→국어다. 세종이 한자를 버리기 위해 한글을 만든 게 아니라 어리석은 백성을 위해 창제한 거다. 따라서 한자를 버리자는 건 국민 모두가 어리석은 백성이 되자는 거나 뭐가 다른가. 엊그제 북한에선 세 사람의 황병서가 인천에 왔다. 무슨 소린가? 일본 신문들엔 黃炳瑞, 중국 언론엔 黃炳誓, 뉴욕타임스엔 황푱소(Hwang Pyong-So)였기 때문이다. 영자 표기야 그렇다 치고 있을 수 없는 게 인명 지명 등 한자 고유명사를 한글 발음만 표기하는 우거(愚擧)다. 중·일에 의해 개명(改名)당하는 것도 모르는가? 중·일 고유명사를 한글로만 적는 것도 실례다.
또 하나 웃기는 건 전혀 쓰지 않아 죽은 말을 고유어랍시고 무덤 속에서 발굴하는가 하면 한자어는 묻되 쓰기는 안 하는 TV '우리말 겨루기' 따위다. 금세기가 한·중·일 세기다. 한자는 필요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도 쓸 수밖에 없다. 서울 명동의 중국어 간판과 안내판을 보라. 또한 하늘 슬기 이슬 알뜰 등 고유어 이름은 중국과 일본에선 표기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아야 하고….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그림창'서상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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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코가 석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