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언스 - 편지 편지 임창제 작사/곡, 안건마 편곡 어니언스 노래
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손
요즘도 아주 가끔 함께 무대에 서는 이수영과 임창제는 ‘왜 한참 인기 절정이던 어니언스가 해체될 수 밖에 없었냐?’는 질문을 매번 받는다. 그 때마다 이들은 음악적 견해차이, 사인해달라는 여성팬들이 미남인 이수영쪽으로만 몰리는 등 사소한 감정이 쌓여가는 문제, 성격차이 등 상투적인 이유를 들어 해체 이유를 설명하곤 한다. 그러나 실제 이유는 병역 문제에 있다. 그 전말은 이렇다.
우선 어니언스라는 이름이 양파들로 바뀐 사연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박정희 유신정부는 1974년부터 난데 없이 국어순화운동이라는 것을 들고 나온다. TV축구중계용어는 골키퍼->문지기, 코너킥->구석차기, 프리킥->자유축 등으로 바뀌었고, 1976년 1학기 제기동에 있는 성일중학교 1학년 15반 반장이었던 나는 매일 국어순화일지라는 것을 작성해 담임선생께 제출해야 했다.
국어순화일지의 내용이란 간단하다. “욕한 사람 이건제(개새끼)”, 이런 식으로 매일 욕한 사람, 사투리 쓴 사람, 외국어 쓴 사람, 별명 부른 사람을 내용과 함께 적어 내야 하는 일이다.
어니언스는 이러한 정부의 국어순화운동에 맞춰 1974년 말, 팀이름을 양파들로 개명한다. 이런 개명은 겉으로는 자율로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방송출연이 불가능하다는 강요와 협박에 의한 것이다. 블루벨즈 -> 청종, 어니언스 -> 양파들, 템페스트 -> 폭풍, 뚜아에무아 -> 너와나, 라니에로스포 ->개구리와 두꺼비 이런 식이다.
양파들의 활동이 언론에 마지막으로 보도된 것은 75년 3월 10일자 경향신문 기사이다. MBC 그리운노래대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장신 여가수팀과 남자가수팀의 노래대결이 벌어졌는데 청룡팀은 장현, 김정호, 양파들, 김상범, 김상국, 백호팀은 정미조, 네나들, 박경희, 장미화, 이성애의 구성으로 이날 프로그램에서 양파들은 굳세어라 금순아를 불렀다.
당시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양파들이 갑자기 팀해체의 길로 접어든 것은 병역 문제 때문이다. 이수영은 73년 5월 현역입영영장을 받고, 멀쩡히 살아 있는 동생을 죽은 것으로 호적등본을 만들어 자신이 독자임을 근거로 병역연기원을 낸 후, 74년 4월에도 다시 같은 이유로 병역연기원을 낸 사실이 들통난 것이다.
이로 인해 병무청은 75년 3월 15일자로 이수영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고, 그는 이 때부터 5개월간 수배자 신분으로 도망다닌다. 결국 75년 3월 15일자로 양파들은 공권력과 실정법에 의해 해체되는 비운을 맞았고, 동료가 도망다니는 상황에서 별다른 활로를 찾을 수가 없었던 임장제는 5월에 방위병으로 입대를 하게 된다. 이수영도 8월 22일에 서울지검으로 자수해 구속된다.
---------------------------
포크 대중화에 불지핀 '노래 실은 편지
트렌지스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미8군방송을 들으며 처음 접했던 스키더 데이비스의 노래에 취해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동네 노래자랑에도 곧잘 나가곤 했다. 중학교 졸업후 1년간 드럼을 배우다가 힘에 부쳐 8군무대에 나가는 음악스승 이상일로 부터 본격적으로 기타를 배웠다. 우이동 산속에서 동고동락했던 기타동문 요절가수 김정호로 이들은 음악의 형제라 할만큼 끈끈한 우정을 바탕으로 인간적 연결고리를 맺었다. 임창제는 스승인 이상일과 동네음악친구들과 더불어 록그릅 스킬보이스를 결성, 미8군 오디션을 통과해 운천, 왜관 등지를 돌며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음악적 한계와 몸이 아파 쉬던중 친구의 소개로 3인조 혼성트리오 히치하이커의 리더 이수영을 만나 오디션을 받았다. 처음 임창제와 이수영은 히치하이커 멤버인 윤혜영과 더불어 트리오를 결성했다. 72년 1월, 방송pd 정홍택의 작명으로 그룹명을 어니언스(양파들)로 정하고 난 후 이봉조 곡으로 4개월간 연습하여 72년 TBC신인가요제에 출전하여 대상을 받았다. 이후 음악적으로 맞지않는 윤혜영과는 결별, 듀오로 김정호곡 '사랑의 진실'을 부르며 쇼쇼쇼무대로 정식데뷔를 하였다. 데뷔음반은 고영수와 함께한 사랑의 진실(-지구, 73년5월5일) 1집은 대표곡 편지와 작은새 저별과 달을 등 9곡의 창작곡과 2곡의 번안곡이 수록된 안건마편곡집 어니언스-유니버샬 K-APPLE785,74년초)이고 연이어 발표한 2집은 '돌에핀꽃' '누나' '그리움 찾아' 등 더욱 감성적인 곡들이 수록된 어니언스VOL2-유니버샬, K-APPLE794, 74년6월1일이다
대박을 터트린 이 음반들은 안건마의 비범한 편곡으로 더욱 빛을 발했다. 평범한 포크에 록그룹시절 배워왔던 기타에드립과 피아노 등을 퓨전해 화려하면서 편안한 편곡으로무장한 이들의 노래는 순식간에 정상의 인기몰이를 했다. 끝이 없이 질주할 것 같은 어니언스도 75년 가요정화운동에 임창제가 대마초 사건에 연루, 구속되면서 파경을 맞았다.
그후 이수영은 건설회사 사장딸과 결혼, 음악을 떠났고 임창제는 방송리포터로 변신하여 활동을 하였다. 작년 11월 첫 독집 CD를 낸 임창제는 리베라호텔에서 디너콘서트로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엔 이수영이 참석해 변함없는 우정을 보여 주었다.
|
출처: 흰할매 원문보기 글쓴이: 흰할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