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을 자주 전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인터넷 불통.... 인터넷이 자주 끊어짐...카톡은 불가능...
글을 올릴려고 할 때마다 인터넷이 자주 끊어지고 힘드네요.
마을을 여러 군데 둘러본 끝에 인구가 350명 되는 마을 1군데에 정착을 했는데 문제는 제가 있는 마을 전체에 인터넷, 핸폰, 스마트폰이 안되고, 인터넷을 볼려면 마을회관을 가야 하는데, 근무하는 사무직원이 오전에만 근무하고, 그것도 매일 있지 않기 때문에 서로 미리 시간을 맞추어야 하고 쉽지 않습니다. 유선 인터넷이나 와이파이가 되는 집이 2-3군데이고 나머지 집은 인터넷이 없음니다. 프랑스에 인터넷과 핸폰이 안되는 마을이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 원인은 첫째, 인터넷 모뎀의 품질이 좋치 않다는 것하고 (대부분 중국제), 둘째 농촌 자연생태환경 보존 때문에 인터넷과 핸폰존을 제한한다고 합니다. 전자파가 공기, 토질오염, 생태계 파괴, 이상기온 유발 등 여러가지 원인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녹색농촌마을 + 저탄소성장마을 + 정보화 마을 = 양립이 불가능한게 아닌가? 한국은 거의 모든 마을이 인터넷이 되고 핸폰도 잘 터짐(?)
주민들이 인터넷이 없어도 불편함을 못 느끼고 마을개발계획이나 마을관련소식은 적어도 6개월에서 1년전부터 마을 게시판에 부착하거나, 마을신문을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그 밖에 주민공청회나 복합조합 모임에서 공지하기도 합니다. 마을일정 스케줄을 1년 단위로 미리 계획하고 준비기간을 오랫동안 충분히 두고, 검토기간도 오랜 시간을 두기 때문에 마을개발계획은 수년을 놓고 지속됩니다.
5월 3일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빠리에 가서 빠리 일드 프랑스 도시계획연구소에서 함께 공부했던 동료와 지도교수님을 만나고 다음날 빠리 5구에 있는 국립지리연구원에 들려서 회원가입하고 자료열람을 했는데, 프랑스의 농촌연구 학술자료가 모두 이 한자리에 다 모여 있고, 어마어마한 물량의 자료들 앞에서 입이 딱 벌어지고 경외감이 와 닿음... 봐야 할 자료들이 이렇게 많은데... 앞으로 할 일들이 많고 긴장됩니다.
루앙에 돌아와서 안시에 내려갈 준비를 하고 떠나기 전날 오뜨 노르망디 국립극장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티아"를 단돈 5유로에 주고 봤습니다. 프랑스에는 이런 말이 있는데 기차표는 일찍 예매할수록 유리하고, 극장표는 늦게 살수록 유리하다, 프랑스 전국의 국립극장은 당일날 줄을 잘 서면 저렴한 가격에 구입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루앙 시립도서관에서 문화정보를 접하다가 우연히 오페라를 한다는 전단지를 봤는데, 공연시작 15분전부터 땡처리를 한다는 글귀가 눈에 띄어서 혹시나 해서 저녁7시에 가보니 이미 사람들이 미리 와서 줄을 서고 진을 쳤더군요. 제 뒤에도 사람들이 새까맟게 줄을 섰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7시45분부터 땡처리를 시작... 남은 좌석을 50-80%에 세일... 2층 맨앞자리를 얻었습니다.
한국에서 외국공연단이 오면 적어도 10만원 이상 줘야 볼 수 있는데, 태어나서 극장에서 오페라 보는거 첨이었고, 클래식 생음악 연주, 심플하고 현대적인 무대 디자인, 이태리어로 부르고 옆에 불어자막이 뜨는데 서사적인 언어들이 시적이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오페라가 이렇게 잼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고,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음... 다음날 루앙을 떠나기 직전 제가 매일 산책을 다녔던 호수가 있는 숲속공원 (이 공원은 1860년도에 생김. 나무의 반이상이 고목) 에 가서 백조가족들(아빠백조, 엄마백조, 새끼백조들)한테 작별인사를 하고 저를 즐겁게 해주었던 새소리가 멀리 잊혀져 가면서 빠리 생 라자르역으로 출발... 제가 앉은 좌석 옆에 개 4마리가 뻗어 누워 있었는데 개몸에서 나는 냄새가 기차칸 전체를 진동... 1시간 반동안 고약한 개 냄새를 맡으면서 감... ㅠㅠ
빠리의 한인교회에서 유학생들을 많이 만났고 사르코지 정부 이후로 외국인 체류가 많이 까다로와졌고, 다들 힘들어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특파원 비자를 3년짜리를 줬는데 지금은 1년짜리만 주고 체류증 갱신을 못하면 비자를 다시 받아야 하는데,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비자 받을려면 몇 달을 기다려야 하고, 요구하는 서류들이 많습니다. 방문자 비자도 쉽지가 않고, 프랑스 체류기간동안 보증을 서줄 사람과 거주증명서를 요구하는데 프랑스에 연고가 없으면 비자 받기가 힘듭니다.
프랑스의 농촌실상을 제대로 알려면 적어도 프랑스에서 1년 이상을 체류해야 하는데, 마을 이장과 사무장, 조합장 등 마을 주요관련자들을 만날려면 먼저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을 통해야 하고, 지자체 측에서 요구하는 증비서류들이 많고, 충분한 준비기간을 요구하고, 스케줄과 프로그램을 그들과의 협력하에서 미리 짜야 하고, 공무원들 말로는 외국인이 와서(그것도 동양인) 마을 현장에서 장기체류하면서 연구할 경우 프랑스 언어와 문화, 관습, 사회에 익숙하지 않으면 연구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통역관 동원해서 며칠동안 관광하듯이 마을을 둘러봐서는 아무런 성과가 없고, 주민들에게 설문조사지를 돌릴려면 마을이장을 통해서 주민공청회에서 제가 직접 나서서 목적, 이유, 연구과정과 예상적용 등 상세하게 설명해서 주민들을 미리 설득하고 교육시키지 않으면 설문지에 아무도 응답해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는 재작년 여름부터 프랑스를 갈려고 계획을 세웠고 갈만한 곳을 인터넷을 통해서 미리 물색한 후 작년 1월초부터 지자체 공무원들과 이메일과 팩스로 연락했더니 그들이 자체 내에서 여러번의 회의를 거친 끝에 담당자들이 정해졌고 2월에 가서 공무원들을 만나고 1차적인 조사연구 및 분석을 실행했고, 그 이후에도 1년간 그쪽하고 계속 연락을 주고 받고 연구조사할려는 구체적인 내용들과 연구대상 마을의 조건들을 제시해서 보냈더니 그쪽에서 미리 마을들을 알아보고 여러 개의 마을들 중에서 최종적으로 1개의 마을이 정해졌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1개의 촌락과 6개의 초지마을로 구성된 큰 마을입니다. 마을 전체를 걸어서 둘러보는데 약 2시간 이상 걸리고 해발 700-1300미터 사이에 위치하고, 주변에 등산로와 산책로가 많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제가 숙박한 지트는 해발 1200미터에 위치, 1박에 13유로 1주일을 체류하면 37로, 지트 주방에서 음식준비를 도와주고 설거지를 했더니 숙박비를 할인받음. 지트 주인은 머리가 긴 나이든 프랑스 여자이고, 도시에서 오랫동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다가 8년전에 귀촌해서 지트, 캠핑장, 레스토랑을 동시에 운영하고 4계절내내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고 지트가 연일 대만원이고 장사가 잘 된다고 대단히 만족해 합니다. 아침마다 산에 눈이 내리고 이 집에 커다란 개가 한 마리 있고 제가 자는 방안에 들어와서 제 얼굴을 핥아서 넘 놀랬음... 지금은 해발 800미터에 위치한 이장님 집에 와 있고, 아침 저녁으로 고양이 밥 먹이고 있습니다. 이장님 집은 지어진지 400년 된 전형적인 프랑스 농가이고 이야기 거리들이 풍부한 집입니다. 프랑스에 온 지 한달 되었고 지금까지 거처를 5군데 옮겨다니면서 프랑스의 다양한 주거문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어저께 이 마을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축제가 열려서 오전 11시가 되니까 산 밑에서 젓소들이 목에 단 방울소리를 요란하게 내면서 모두 산위에 있는 목초지로 옮겨가는데 거기에서 풀을 뜯어먹고 가을이 되면 다시 내려온다고 합니다. 치즈를 만드는 젖소와 양을 키우는 목장 주인들이 다 모였고, 그들의 얼굴이 시커멓게 그을렸고 무식하고 투박하고 거칠어 보이기는 해도 순박합니다. 앞으로 한달만 지나면 마을 주민 350명을 다 알게 될 거고, 그들의 이름, 얼굴, 나이, 직업...심지어는 집집마다 밥그릇이 몇 개인지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어제 오후에 이장님 소개로 이장님 집 길 건너편 뒷산에 목장을 하면서 장작을 패는 이웃집 여자를 알게 되었는데, 옷차림하고 말투가 완전히 전형적인 프랑스 농촌사람입니다. 이 집은 젖소를 키우고 산에서 가져온 나무장작을 마을 주민들에게 팔아서 그걸로 먹고 산다고 합니다. 벽난로에 나무를 넣어서 난방을 떼고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기가 솟아나고, 제가 직접 해보니 나무에 불떼는게 쉽지가 않더군요. 마을 주민들이 쓰는 불어 어투가 단순하면서도 때로는 온갖 제스츄어와 사투리를 섞어 쓰고, 마을 이장들 회의에 가보면 이장들끼리 지역 사투리, 은어, 속어 끝내주게 많이 씁니다. 참고로 프랑스 마을 이장의 월급은 5천유로(한화로 750만원)이고, 마을 규모가 크고 인구수가 많을수록 월급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마을 이장들 사는 집에 가보니 집이 엄청 크고 잘살고 든든한 경제력을 갖추고 있고 이장이 농업, 목축업을 겸직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 오전에 협력관계에 있는 지자체 공무원들 앞에서 연구조사 결과를 중간 보고 발표를 하고 의논도 하고, 마을연구에 전적으로 몰입을 해야 합니다.
첫댓글 즐거운 여행 되세요..
혹시 그곳 연락처 있음 남겨주세요.
송교수님, 어려운 여건에서도 글을 올려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글을 읽고 있자니 아주 상세하여 마치 제가 프랑스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훌륭한 연구결과를 기대합니다.
장래의 희망을 프랑스 마을이장이 되겠다고 해야겠네요. 월급이 750만원을 준다면 한국의 어느 직장보다 좋은 조건이네요
우리나라 농촌의 이장님들도 현실에 맞는 월급이 지급되야겠습니다.
제가 10년전에 있었던 유럽(독일과 이탈리아)은 자국 우편물도 15일이 걸려야 받고 해외 발송도 특급이라는 말이 무색하더군요
인터넷에 대한 가치에 대해 살고 있는 나라마다 또한 수도권과 지방은 어디나 차이가 나는것 같아요 프랑스 시골의 삶을 깨알같이 정리해주셔서 잘읽고 있습니다. 좋은 경험 많이 하셔서 한국의 실정과 국민성에 맞는 좋은 생각 기대합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