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4월 11일 41건 발표, 하루에 한 번꼴
교수 12건, 퇴직교사 10건 교육계 시국선언 주도
현대사 주요 변곡점에서 변화 기폭제 역할 주목
2023년 3월 6일부터 4월 11일까지 네이버 포털에서 시국선언으로 검색한 기사 1065건 전수조사 결과. 2023.4.11. 김성진 기자
시국선언은 당면한 국내·국제 정세에 대해 학계나 종교계, 문화계 등 재야 인사들이 견해를 표명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사의 중요 변곡마다 지식인들의 시국선언은 변화의 기폭제가 됐다.
1960년 4·19 직후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이승만 하야로 이어졌고, 1987년 전두환의 호헌 조치에 대한 교수와 종교인, 사회단체 시국선언은 6월 항쟁으로 이어졌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대학가에서는 시국선언이 줄을 이었고 이듬해 박근혜 탄핵을 이끌었다.
윤석열 정권에 들어서는 지난달 대일 굴종외교 사태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부산대에서는 교수·연구자 280명이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욕외교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전국 대학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
규모가 컸던 만큼 부산대 교수 시국선언은 이날 언론의 주목을 받아 관련 기사들이 포털 한 면을 장식했다. 하지만 지방 시민단체나 퇴직교사 등의 시국선언 관련 소식은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뉴스 포털에 드러나지 않은 민의의 실제 양상은 어떨까.
<시민언론 민들레>가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이 공개된 지난 3월 6일부터 부산대 교수 시국선언이 발표된 이날 4월 11일까지 네이버에서 시국선언으로 검색되는 기사 1065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37일 동안 총 41건의 시국선언이 발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1건 이상(1.1건) 시국선언이 이뤄진 셈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데이터 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0일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부터 4월 11일까지 시국선언으로 검색되는 기사는 총 295건으로, 이 가운데 140건(58.1%)이 굴종외교 사태가 벌어진 올해 3~4월에 생산됐다. 2023.4.11. 김성진 기자
아울러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시국선언 가운데 절반 이상은 강제동원 해법 발표 이후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데이터 시스템인 빅카인즈에 따르면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지난해 5월 10일부터 올해 4월 11일까지 시국선언으로 검색되는 기사는 총 295건으로, 이 가운데 140건(58.1%)이 굴종외교 사태가 벌어진 올해 3~4월에 생산됐다.
굴종외교 사태 뒤 언론에서 시국선언으로 분류하고 있는 41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분야별로는 교수와 연구자 등이 참여한 학계의 시국선언이 1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퇴직교사 10건 △시민사회 6건 △종교 5건 △대학생 4건 △정당 2건 △문화예술 1건 △노동 1건 등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16건(서울 10건, 경기 3건, 인천 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울·경 지역이 7건(부산 4건, 울산 1건, 경남 2건)으로 뒤를 이었다. 호남은 6건(광주 2건, 전남 1건, 전북 3건),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경북은 5건(대구 2건, 경북 3건), 충청권은 4건(대전1건, 충북 2건, 세종 1건), 강원은 1건(춘천)이었다. 이 밖에 전국 단위로 2건이 이뤄졌다.
단일 시국선언으로는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 해법 강행규탄 긴급 시국선언이 규모가 가장 컸다. 개인 9020명, 단체 1464곳이 이름을 올렸다. 당시 시국선언에는 강제징용의 피해자인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야당 의원들을 비롯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정의기억연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 사회가 동참했었다.
시국선언 내용은 3·1절 기념사와 강제동원 해법, 한일 정상회담 결과, 구걸외교, 굴종외교, 한반도 전쟁 위기 조장 등에 대한 규탄이 주를 이뤘으며 검찰독재, 민생파탄, 노동탄압, 민주주의 후퇴 등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지역의 경우 해당 지역의 사정이 반영되기도 했다. 춘천공동행동 1000명 시국선언에서는 김진태 도지사에 대한 규탄이 함께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및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긴급 시국선언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3.7 연합뉴스
부산대 교수·연구자들도 이날 공동 성명서를 통해 대일 외교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을 향해 "몰역사적이고 반민족적이며,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제3자 변제방식을 철회하라"면서 "굴욕적이고 망국적인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외교부 장관을 해임하고 외교안보라인을 전면 쇄신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의견을 듣고 새롭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개선안을 다시 마련하라"며 "요구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우리 부산대학교 교수 연구자 일동은 분노의 목소리를 표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윤석열 정부의 퇴진 운동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국내 포털 뉴스 점유율이 가장 높은 네이버에서 시국선언으로 검색되는 기사 1065건을 대상으로 했으며, 시국선언 형식은 아니지만 언론에서 시국선언으로 언급한 서울대·고려대·한양대·동국대·인하대·한신대 교수 등의 비판 성명 발표는 시국선언으로 포함했다.
다만 대일 굴종외교 사태와 관련 없는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여성노동자 단체의 시국선언 2건은 제외했다. 윤석열 퇴진·타도·탄핵·규탄 등의 검색어도 조사에 포함하지 않았다. 따라서 실제 시국선언 성격의 발표는 조사된 건수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