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의 물고기 신세
유임종
그들은 여기로 오기 전까지 만 하여도
먹이사설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속박 받지 않는 대단한 자유를 누렸다
운명의 갈림길에서 사지로 끌려 온
포로가 된 초라한 신세
망망대해에서 하필이면 왜 내가?
지금은 후회 한들 아무 소용이 없구나
이 산 저 산으로 날아다니던 새가
새장 안에서 푸념을 늘어놓는 것처럼
유리 상자 속 풍경에 금방 익숙해진
이종이 아닌 동종 속의 친숙함이
물장구를 치면서 한 순간을 즐긴다
먹잇감을 노리는 사냥꾼들의 눈길
표적이 가까워 오는 느낌
얼마에 팔려 나갈지 모르는 처지
넌지시 떠보는 미식가의 맞춤에 따라
낙찰 받은 자가 이름을 부르면
눈알을 부라려 보지만 소용이 없다
집행 장으로 끌려 온 사형수의 마지막
불안한 감정을 들어내지 아니하려고
힘 끝 꼬랑지로 도마를 쳐 보지만
그 한계는 극도로 제한적이다
조선 제일의 검객을 만나는 날이면
형장의 죄수처럼 목이 달아날 판이다
나는 그들의 막다른 삶에 대하여
아무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우리들의 운명도 그들과 비슷하기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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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등단: 2016년 월간 모던포엠 추천작품상으로 '시' 부분 등단, 같은 해 월간 수필문학 수필등단.
수상: 시부분 제5회 모던포엠 문학상 특별상, 수필부문 제10회 모던포엠 금상, 수필문학 작가상
간행물: 시집 '꿈에 살리라' 외1, 수필집'앵무새가 우는 까닥, 명주문학' 동인지 3회 출간 등.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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