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0.24~25] 가을 바다
바다로 간다.
몽돌에 쓸려가는 것은 지난 추억.
사이로 밀려나는 추억을 잡으려
발가락에 한껏 힘을 준다.
이윽고 아무렇게나 털석 주저 않는다.
그리곤 무심한 듯 바다를 본다.
저 멀리 불을 밝힌 한 척의 배는
점점이 떠 있는 작은 배들의 꿈일까.
칡흑의 어둠.
바다와 하늘의 사이 네온이 어색하다.
인적 없는 바다는
왁자했던 여름밤의 추억을 설워할 뿐.
바다에 발을 담근다.
차지 않다.
그도 그리웠던 게다.
머물러 발을 간지른다.
바다야, 너 외롭구나.
그런걸까. 나도 모르겠어.
어느날엔 휘황한 밤이 싫어 어여 가을오라 하더니
지금은 어쩜 그날을 그리워 하는지도 모르겠다.
온 몸을 생채기 내는 아우성도
잠들 줄 모르던 비이성도 이젠 문득 그리움인 듯.
그리 길들여진걸까.
그런 바다의 모습이 내 모습인 양 순간 무섭다.
타닥타닥 온기가 좋다.
숲의 그리움도 바다의 그것을 닮은 듯.
낙엽, 바람결에 한잎 두잎 어깨에 내리고
멍한 시선은 커피물을 끓일까 말까 고민중.
그리고 하염없이 익어가는 가을 밤.
여명의 바다.
간 밤, 얼마나 외로웠을까.
어둠 위로 사람이 섯고 저 멀리 해도 솟았다.
이젠 그만 그리울까.
'지금' 은 '8초'의 시간이라 했다.
저 연인의 지금은 '4초'
나의 지금은 '6초' 아니 '5초'
쏴아 쏴아, 밀려왔다 밀려났다의 파도.
만년의 그 소리도 지금의 추억이 될 뿐.
여자, 남겨져 바다를 본다.
저만치 걸어오는 남자의 손에 들린 건 맥주 두 캔.
그들의 오늘 아침 추억에 괜스레 공감.
다시 숲으로 가는 길,
노자산에서 가라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곱다.
<바람 구두를 신다.>
한가옥 / 도서출판 이른아침 / 2009년 5월
옅은 화로의 온기와 숲의 가을향을 고스란히 즐기며
연신 책장을 넘긴다.
취미를 살려 투어디렉터의 삶을 영위중인 저자가
귀뜸해준 마음에 담은 한가지.
여행이란 일탈도 축제도 고행도 아니고
특별할 것도 잘난 척할 것도 없는 또 다른 생의 연장선일 뿐이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내 이웃의 길에 슬쩍 발 디딜 수 있다는 것.
나는 길 위에서 웃음을 배웠고, 내가 웃으면 다른 이도
함께 웃는다는 생의 가장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장거리에서 나물을 팔던 할머니도,
웰컴을 외치며 까르륵 대던 꼬마 녀석들도, 뒤에서 멋지게
의자를 빼주던 식당 종업원 아저씨도 끊임없이 그 사실을 알려주었는데
나는 어리석게도 먼 길을 떠난 후에야 그걸 깨달았다.
순간, 바다에 선 내 얼굴이
너무 심각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숲에서 에스프레소 내리는 순간도 그랬다.
심지어 책을 읽는 동안에도!
고소한 트라메지노 토스트와 달콤하고 진한 수마트라 다크의 아침.
길가 코스모스 꺽은 철부지 내 마음은 나도 몰라.
부은 얼굴, 짧은 팔의 셀카.
이리 가을이 깊어간다.
한가옥님의 말처럼 웃는(?) 얼굴로
나의 가을을 숙성시킨다.
짧은 하루를 추억 삼아 돌아가는 중,
가을꽃 전시회가 한창 준비중인 거제시농업개발원을 들렀다.
하트.
설레는 꽃모양.
저 멀리 계룡산을 뒤로 꽃밭이 아름답게 단장 중인데
'가을꽃과 富農'이라는 부제로 10월말부터 열리는 모양이다.
서쪽으로는 산방산을 감춘 대봉산이 부드럽게 감싼 아래
울긋불긋 흐드러진 꽃밭을 아기공룡 한마리가 내 마음인 양 노닐고 있다.
*******
바람 처럼 들고 난 하루.
그리움과 기다림의 사이 머뭇한다.
어느 것이라고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까.
가장 외로워도 볼 것을.
가을 한 켠, 적막의 바다가 웃고 있었다.
소슬한 숲도 웃고 있었다.
고작의 한 존재만이 심각할 뿐,
세상이 웃고 있었다.
설핏 그리 나도 따라 웃을 제,
파란 가늘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
이상 행복팍팍 사랑팍팍 팬다
첫댓글 통영 처댁으로의 가족 나들이 길에 하루 얻어 바다 가까운 숲에서 짧은 머뭄하였습니다. 밤의 바다와 여명의 바다가 마음에 가을인양 남았기로 나눕니다. 남은 가을도 건강히 잘 보내시길요^^
팬다님 오늘 아침버스길에 김종서의 Love Song 을 들으며 마음이 찡했는데 팬다님의 후기를 보니 그마음이 더합니다 가을모습에 이보다 더멋진 후기가 있을까 하며 ~~~음 저기 팬다님의 예쁜 식탁에 있는 샌드위치 참 맛나보여요 그식탁에 아주 귀엽고 앙증맞은 스티커하나 붙여드리고싶네요 팬다님 이미지에 맞는 ㅎㅎ 찾아보겠읍니다
러브송... 고맙습니다. 채식주의님 남은 가을도 행복하게만 보내세요^^
오후~ 일단 발이 시렵네요.. ^^a 데크에서의 모닥불과 번잡스럽지 않음이 여유를 주네요.. ^^
포근하여서요^^ 눈에 보이는 곳엔 고작 두팀 정도... 한적하였습니다^^
편안한 후기 잘 보았습니다.....
예~ 고맙습니다~
정말...이젠 발이 시렵게 느껴 지네요....^^ 휴양림 데크에서 책 읽는 모습...상상해 해도....좋답니다~~~~~~
할일도 딱히 없고 책 읽기론 그저 그만이었습니다^^
오~ 제가 좋아라하는 '모카자바' 요즘은 생두 품질이 별루라서 멀리했는데.... 너무 반갑네요^^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보면 너무 반가워요^^ 거제도의 가을바다... 정말 그립습니다... 노자산이라... 좋은 그림 바다 고맙습니다...^^
실은 커피를 그리기는 편은 아닌데 괜히 폼잡느라...
꽃이 꽂힌 식탁은 어디서든 아름답군요
그런 무드는 전혀 아닌데 오토캠핑 가면 간혹 그러는 분들이 계셔서 한번 심심하던 차에 따라해 보았습니다 ㅠ.ㅠ
정말 시처럼 멋진 아침식사 이네요*^^*
부끄럽습니다^^; 이 나이에...쩝
그 어떤 아침식사 테이블 보다 훌륭해 보입니다. 영양면에서도 시각적인면에서도 간편성에서도..이런 식탁을 받으면 어찌 행복하지 않을가요..? 철부지(?) 코스모스가 화룡점점 입니다..^^*
불편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합니다^^; 저도 왜 그랬을까 싶네요....ㅋㅋㅋ
네..?? 그게 아니고..넘 좋아 보여서 한 말이예요..아시면서..ㅋㅋ
그냥 한잔 받으세요,,원샷~~~~~~~~~음주댓글 참고 바랍니다 ~^&^
저두 한 잔 주세용..^^
술을 잘 못해 이번 길엔 맥주도 한잔 준비안했습니다^^ 김밴드님이 주시니 이것으로 대신하지요. 감솨^^
한편의 좋은 시를 본 듯합니다...사진도 아주 예술이구요...^^
과찬입니다~~~ 고맙습니다^^
통영엔 좋은 곳이 너무 많턴데요^^또 가고 싶은곳하트 설레는 모양두 이뿌구요^^
통영, 거제 갠적으로 너무 좋아라 하는 곳입니다. 문화며 자연이며 사람이며....
얼마전에 남해쪽으로 다녀왔는데요^^가볼곳이 넘 많아요^^독일마을도 느낌이 넘 좋았답니다.며칠간 푹!! 빠지다 왔어요..또 가보고 싶은곳!!
아뉘...이리 사진이 멋질 줄이얌...감성풍부하신 팬다 님의 글에 사진실력이 묻혔었나봅니다...음...이렇게 구도를 잡는 것이군요...참말로 눈이 시원합니다^^
수퍼맘님의 즐겁고 유쾌한 산행기가 날로 위력을 더해가니 참 좋아요^^ 부부지간 동행이니 더 부럽습니다!!!
팬다님.. 후기를 왜 지금보았지요.ㅋㅋ - 저의 카페에 카타고리 하나더 만들어야 겠어요.. "팬다의 읽기" - 항상 좋은 수필같은 후기 감사드립니다.
무슨 말씀을요^^ 아무튼 오지캠핑 건강하게 잘 길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