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 며느리밑씻개 / Prickled-vine smartweed
동의어 : 자료(刺廖), 사광이아재비
분포 : 전국의 산야지, 길가 울타리, 구릉지
꽃색 : 흰색에 연한 붉은색
개화기 : 7월, 8월
크기 : 길이 2미터 안팎
용도 : 식용(어린 싹), 약용(풀 전체), 밀원용
● 이 꽃의 특징은 줄기에 나 있는 억세고 날카로운 가시입니다. 산에 갔다가 얕게 긁힌 상처는 대개 며느리밑씻개와 며느리배꼽과 한삼덩굴이 주범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며느리밑씻개와 며느리배꼽은 열매와 잎으로 구별이 가능합니다. 둘 다 삼각형의 잎을 가졌는데 며느리밑씻개는 약간 날카롭게 뾰족한 삼각형인데 비해 며느리배꼽은 둥근 삼각형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며느리배꼽은 이름처럼, 짙은 보라색 열매가 둥근 포엽 위에 배꼽 모양으로 열리기 때문에 쉽게 구별할 수 있지요. 제 어머니를 비롯한 고향 분들은 꺼끌꺼끌한 풀이라고 "꺼끄렁풀"이라 하는데 밭에 한 번 퍼지면 성장 속도가 빨라 다른 작물을 압도하므로 아주 질색을 하십니다. 삼각형의 잎은 생것으로 먹어도 되는데 약간 신맛이 나면서 달콤한 맛도 조금씩 우러나지요. 왜 하필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밑씻개라면, 오늘날의 화장지 정도에 해당하는데 하고 많은 이름 중에 그런 지저분한 이름을 얻게 되었나 하고요.
● 전설에 의하면 얄궂은 시아버지 때문이랍니다. 종이가 귀했던 옛날에는 화장지 대신 그저 지푸라기나 나뭇잎, 심지어 새끼줄을 걸어놓고 밑닦이로 사용했다는 것 쯤은 아시죠? 그런데 어느 시아버지가 (못된 시아버지였는지, 아니면 며느리를 벌주려고 그랬는지 몰라도) 며느리에게만 온통 가시 투성이인 이 풀의 줄기를 걸어놓고 닦도록 했답니다. 참, 기도 안 찰 일이죠. 그런데 옛날의 시아버지 권위는 감히 며느리가 쳐다보기조차 무서울 정도였으니 그런 황당한 일도 가능하긴 했을 겁니다. 얼마나 아팠을까요? 그런 시집살이가 얼마나 힘들고 지겨웠을지는 안 봐도 뻔하죠. 그래서 그런지 이 풀은 사람이 지나가면 어떻게든 그를 따라 도망 가려는 것처럼 밑으로 향한 가시를 이용해 옷에 잘 달라 붙습니다. 행여 자기를 떼어놓고 가는 무정한 사람을 책망하듯 가끔 팔을 할퀴고 생채기를 내기도 하지요. 오죽 시집살이가 괴로우면 그런 이름과 그런 표독스러움까지 지니게 됐을까 하는 안쓰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 우리의 꽃이름 중 "며느리"가 붙은 것에 슬픈 사연을 붙여 둔 것은 그 옛날 여인들의 한을 아련하게나마 알리려는 그들의 무의식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밥이 익었나 보려고 먼저 씹어보다가 맞아죽은 며느리밥풀꽃의 여인네도 슬프기는 매한가지죠.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칫밥을 먹는 요즘과 비교한다면 아주 딴 세상 일인 것 같지만 제 어머니 세대까지는 그런 분위기였답니다. 불과 30-40년 전이죠. 여인들의 능력이 늘었다기보다는 여인들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었기 때문이겠지요. 어린 순을 생으로 먹을 수 있으며, 풀 전체를 머리털 빠진 데, 고기 먹고 체한 데, 피부병 등에 약으로도 쓸 수 있답니다 . 꽃 모양만으로는 고마리와도 거의 비슷한데 고마리는 잎자루가 짧고 잎이 창처럼 생겼고 가시도 아주 약해서 거의 털처럼 느껴지고 특히 물가에 자라는 점이 며느리밑씻개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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