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초등학생이던 두 아들은 토요일마다 도서관에 갔다. 내가 수업 하는 동안 애들은 도서관에서 3시간 정도 책을 골라 읽곤 했다. 수업을 마친 후, 20권의 책을 고르는 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 그러고 보면 총 4시간 동안, 만화책과 좋아하는 책을 읽어도 애들은 도서관에 더 있다 가자고 떼를 쓰곤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토요일 오후 6시에 도서관이 문을 닫는다. 그래서 집에 가자는 말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나와야 했다. 그럴 때마다 아들 녀석의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서 애들이 먹고 싶은 것을 사줬다.
그러고 나서 차에 타려고 마트 문을 나서는데, 술에 취해서 말을 어눌하게 하시는 할아버지가 내게 다가오셨다.
“저거~, 저 전~화하게 도~온, 동전 좀 줘보쇼.”
그 말을 듣고 지갑을 뒤져봤다. 동전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1000원 짜리 지폐라도 드리려고 찾아봐도 안 보였다. 할 수 없이, 할아버지께 동전이 없어서 드릴 수 없어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차에 올랐다. 뒤에서 책을 읽고 있던 큰 아들이 물었다.
“엄마, 저 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셔?”
“응, 공중전화에 쓸 동전을 달라고 하시는데, 지갑에 동전도 1000원 짜리 지폐도 없어서 그냥 왔어.”
“엄마의 휴대폰 빌려주면 되잖아.”
아들이 하는 말을 듣고, 그 순간 내 머리를 쳤다.
“아이참, 휴대폰이 머리에 떠올랐으면 빌려줬을 텐데, 동전 생각만 하느라 엄마가 미처 생각하지 못 했네.
아이고, 괜 시리 미안하네. 엄마는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그러고서 사거리를 가로질러 가려고 잠시 정차하고 있을 때, 큰 아들이 말했다.
“엄마, 아까 용돈 받았잖아. 아이스크림 사먹고 250원 동전 남았는데 할아버지 주고와 도 돼?”
“그래, 네가 주고 싶으면 그렇게 해.”
그랬더니, 두 아들이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내리려고 했다. 한 명만 다녀오라고 하자 작은 아이는 그대로 차에 있었다.
행동이 빠른 큰 아들이 잽싸게 뛰어내리더니 기분 좋게 돌아왔다.
“할아버지한테 100원 줬어?”
“아니, 250원 다 줬어.”
“네 용돈인데 아깝지 않아? 평소엔 네 용돈이 아깝다고, 도서관에 올 때마다 사먹는 아이스크림이며 과자는 엄마 지갑에서 돈 나오게 하잖아.”
“엄마, 저 할아버지는 꼭 전화를 해야 하잖아. 나는 그냥 아이스크림 사먹었다고 치면 되고. 일주일동안 과자랑 아이스크림 안 먹고 참을 수 있어.”
그러면서 하는 말이
“엄마는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들에게 물어봐야지 왜 그냥 가려고 해?”
11살 아들 녀석이 충고 아닌 충고를 한다. 누가 어른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융통성이 없는 내가 항상 겪는 일이긴 하지만 아들 녀석에게까지 그 말을 듣고 보니 너무도 어이가 없었다. 훌쩍 커 버린 아들 녀석이 밉기도 하고, 한편으론 든든한 보호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댓글 그러게요 가끔은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 머리숙여 질때가 종종 있는것 같아요...잘자라주는 아이들에게 고맙고 든든하네요 ^ ^
끝까지 바르게 자라야 할텐데요.
청소년의 특권이라 자부하는 사춘기- 그 안에서 중심을 못 잡고 있으니 걱정이 태산입니다.
어미로서, 주님 안에서 잘 자라길 기도할 뿐입니다.
기도하시는 부모님이 계신데 무슨 걱정이십니까??
아자아자 화이팅!!!
신앙 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늘 애써 주세요.
네, 지당하신 말씀*^&^*
선생님께서도 도와주세요!!!!!
아들녀석과 딸래미도 벌써 12살과 10살이네요...
저도 때때로 아이들을 보면서 놀란적이 있지요, 많이 놀라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