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두 가지 타입은 성능이나 음질면에서 어떤 차이를 갖고 있을까? 우선 MM형은 코일이 바늘과 떨어져서 고정되어 있으므로 코일을 충분히 많이 감을 수 있다. 따라서 출력 전압이 수 mV 정도로 (비교적) 높다. 게다가 바늘이 코일과 연결되어 있지 않으니 바늘 끝만 분리할 수가 있어서 재활용에 편리하며, 제품 간에 편차가 적어 대량 생산에도 적합하다고 한다.
반면에 MC형은 코일이 바늘과 연결되어 있고, 어차피 바늘 끝을 분리할 수가 없으니 피아노 와이어로 지지하면서 캔틸레버의 길이를 짧게 만들 수 있고 코일도 조금만 감아서 (10바퀴~12바퀴) 운동계를 가볍게 만들 수 있다. 몇몇 메이커에서는 운동계를 더욱 가볍게 만들기 위해 캔틸레버에 가볍고 강성이 좋은 보론이나 특수 합금을 쓰기도 한다. 이렇게 운동계가 가볍다는 것은 LP 음반의 수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음질적으로도 해상도의 증가나 광대역 재생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음질적으로 훨씬 민감한 특성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주 가는 코일을 쓰더라도 보통 십수 바퀴 정도 밖에 감지 못하므로 MC형 카트리지의 출력 전압은 MM형에 비해 1/10 이하로 낮아지는 것이 큰 단점이다. MC 카트리지의 낮은 출력 전압을 MM형처럼 크게 만들어 주려면 승압 트랜스나 헤드 앰프처럼 별도의 기기가 필요하게 되는데, 아주 작은 신호를 여러 번, 그리고 크게 증폭한다는 것은 S/N비(신호대 잡음비) 면에서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며, 그래서 아무리 고급 카트리지라고 하더라도 MC형은 MM형보다 신호대 잡음비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수 아날로그 애호가들은 주로 MC형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음악의 재생에서 다른 덕목보다 섬세한 특성이 필수적인 덕목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MM형에도 좋은 제품들은 많다. 슈어의 제품들 중 V15 시리즈는 긴 세월 큰 인기를 끌었으며 최고급품이었던 ‘울트라’는 어떤 카트리지도 튀게 만든다는 최고의 난관 – ‘1812년’의 대포 소리를 가볍게 재생시킴으로서 ‘트래커빌리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특히 요즘에는 네오디뮴과 같이 작으면서 강력한 자석을 만드는 기술이 많이 향상되었으므로, MM형 중에도 섬세한 소리를 내는 것들이 많아졌다. 따라서 MM보다 MC가 낫다는 속설은 비슷한 가격의 카트리지를 비교하지 않고, MM과 MC 카트리지를 단순 비교해서 나온 이야기라는 생각이다(보통 50만원을 기준으로 그 보다 비싼 MM 카트리지는 드물고, 그 가격 이하의 MC 카트리지는 드문 편이다).
만일 비슷한 가격대에서 비교한다면 과연 어느 쪽이 더 나을지를 평가하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다만, 오래된 팝이나 가요 음반에는 MM형이, 그리고 클래식 쪽에는 MC형이 낫다는 이야기는 그런대로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MM형 카트리지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므로, 라이센스나 오래된 음반에는 MM형을, 그리고 값비싼 귀한 판이나 고음질 판은 MC를 써서 재생하는 것처럼, 보유하고 있는 LP의 양이나 질에 따라 선택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초보자라면 일단 MM형으로 충분한 경험을 쌓을 것을 권한다.
한편 요즘 유행하는 고출력 MC 카트리지는 아주 가는 코일을 좀 더 감고 강력한 자석을 사용함으로써 출력 전압을 MM형과 비슷한 수준까지 높인 것이며, MM형에 쓰는 포노 앰프에 직접 연결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한편 MI(Moving Iron 또는 Moving Inductor)형 카트리지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MM형의 특허를 피하기 위해 고안되었다고 하며, 자석과 코일은 고정시켜두고 캔틸레버에 연결된 작은 쇳조각을 자석 주위에서 움직이게 함으로써 자기장에 변화를 주어 유도 전류를 얻는 것이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그라도, 스탠튼, B&O 및 데카의 몇몇 제품들을 꼽을 수 있는데, 스펙은 MM형과 유사하지만 더 나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음색도 MM형과 MC형의 중간 정도로 독특하다. 한편 B&O는 MI형이면서 자석과 코일을 네 세트 장착하는 독특한 카트리지를 선보였는데, 이를 MMC(Moving Micro-Cross)형 카트리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