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빼곡한 잣나무 사이로 번득이는 숲길,,,
키 큰 나무들이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며 웅성거리는 숲길,,,
겨울나기 준비로 통통하게 살이 오른 청솔모 한쌍의 반짝이는 눈망울에 언뜻언뜻
비춰지는 코발트빛 가을 하늘이 청하한 숲길,,,
수많은 세월을 뒤로하고 떨어져 쌓인 잣닢들이 흙색으로 변해 흙이 되어버려
내 딛는 걸음걸음 솜이불 마냥 발을 감싸는 숲길,,,
피톤치드 가득한 잣나무 숲길을 집사람과 함께 걷는 가을 문턱은 예년에 비해
다소 높은 것 인가? 가을이는 쉬이 본연의 제 모습을 나타내려 들질 않는다,,,
시월에 들어 선 계절은 여태 여름을 벗지 않는 잎새에 갈색과 노랗고 붉은
가을 닮은 붓칠을을 쉬엄쉬엄 뛰엄뛰엄 뿌려놓느다,,,
잣나무숲 작은 돌에 걸터 앉아있으려니 불현듯 떠오르는 禪語!
庭前栢樹/뜰앞에 잣나무
조주 선사에게 한 선승이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조주 선사가 대답하였다.
“뜰 앞의 잣나무니라.”
만약 조주 선사 대답한 곳을 바로 보아 친하면 앞에 석가가 없고, 뒤에 미륵이 없으니,,,
말로서는 일을 펼 수 없으며 논리로서는 기틀을 드러내지 못하거늘
말로서 이으려는 사람은 죽고 글귀에 걸리는 자는 미혹하다
이 '정전백수자'는 '무'자와 '간시궐'과 함께 너무나 유명한 화두다.
아마 들어보지 않은 분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달마조사가 서쪽에서 오신뜻 즉 佛法의 大意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정전백수자 즉 뜰앞에 잣나무라고 했다.
이 공안도 마찬가지로 잣나무라는 언구에 걸리지 않으면 된다.
그냥 눈에 띄었던 것이 잣나무이니 우수마발(牛溲馬勃/소의 오줌과 말의 똥/하찮은 모든 것들)이 다 잣나무일 터이다.
'뜰 앞의 잣나무'의 뜻을 깨달으면 석가나 미륵과 다름이 없고, 言句로서는 기틀 즉 핵심을 나타내지 못한다.
따라서 말에걸리면 '백수자'에 걸려 헤어나지 못하며 결국은 미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여기서 語와 言 그리고 句는 굳이 구별할 의미는 없을것 같다. 결국 간시궐이나 같은 公案이다.
오늘은 헛소리가 좀 더 힘했던지 집사람이 초생달 눈을하고 살짝 내 쪽으로 고갤 돌린다,,,
'고마해라! 많이 들었다 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