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31주일 강론 : 위령성월 첫 주일 >(11.3.일)
* 11월 위령성월을 맞아,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을 기억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가을이 되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습니다. Les feuilles mortes(고엽), 1921년 10월 13일 이태리에서 태어났지만, 1991년 11월 9일에 불란서에서 생을 마감했던, 불란서 샹송 가수로 유명한 이브 몽땅이 부른 노래입니다. 가사가 너무 길어서 일부만 불러보겠습니다.
Et le vent du nord les emporte dans la nuit froide de l'oubli. (그리고 북풍은 망각의 차가운 밤 속으로 그것을 실어가네.)
Tu vois, je n'ai pas oublié la chanson que tu me chantais. (넌 알지. 네가 내게 불러준 그 노래를 잊지 않았어.)
C'est une chanson qui nous ressemble.(그건 우리를 닮은 노래야.)
Toi qui m'aimais et je t'aimais(나를 사랑했던 너, 그리고 나는 너를 사랑했지.)
Nous vivions tous les deux ensemble(우리 둘은 함께 살았지)
Toi qui m'aimais, moi qui t'aimais(나를 사랑했던 너, 너를 사랑했던 나)
Mais la vie sépare ceux qui s'aiment Tout doucement Sans faire de bruit (하지만 삶은 아주 서서히 소리 없이 사랑하던 그들을 갈라놓지.)
Et la mer efface sur le sable les pas des amants desunis. (그리고 바다는 모래 위에 있던, 헤어진 연인들의 발자국을 지우네.)
2. 날씨가 싸늘해지고 낙엽이 지는 11월 위령성월이 다가왔습니다. 11월에는 삶과 죽음에 대해 묵상할 기회가 많습니다.
11/1(금) 모든 성인 대축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자전거를 타려고 바퀴에 공기를 넣는데, 뒷바퀴는 무사히 넣었지만, 앞바퀴에 공기를 넣을 때 문제가 생겼습니다. 앞바퀴에 공기를 다 넣은 후, 튜브 나사를 잘못 돌려서 바람이 순식간에 다 빠져 허탈했습니다.
게다가 공기를 넣을 수 있는 기계의 밧데리가 방전되어 재충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계를 재충전하고, 앞바퀴에 공기를 다시 채우며 깨달은 사실이 있었습니다. 인간 목숨이 마치 자전거와 같다는 생각, 즉 자전거 바퀴 바람이 순식간에 빠져버리는 것처럼, 인간의 생명도 한방에 확 가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젊고 건강하면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숨 쉬고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지만, 나이 들고 건강이 나빠지면 신체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아서 숨을 쉬기도,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자전거에 공기를 채우고,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동안, 단풍과 낙엽을 보면서도 묵상할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나갈 때는 비가 오지 않았지만, 돌아올 때 차가운 비를 맞아 몸이 약간 얼어서, 계속 이렇게 달리면 분명히 몸에 무리가 올 것 같았습니다.
꽃과 나무도 봄과 여름에는 무성하지만, 늦가을과 겨울이 되면 추위와 바람 때문에 앙상하고 볼품없어지는 자연의 모습이 우리 인생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11/2) 갑제묘지 미사 때도 느끼는 점들이 참 많았습니다. 3년 연속으로 소고기국을 준비해주신 우리 본당 교우들에게 정말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감사의 박수!! 힘든 점도 있었지만, 십시일반 일손을 보태며 서로 친교를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았고, 다른 본당 교우들도 맛있는 국과 깍두기를 준비해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날씨가 안 좋으면 고해성사도, 위령미사도, 식사도 힘듭니다. 식사 티켓을 미리 팔아서 손실액을 최소화했지만, 유례없는 11월 태풍 콩레이 때문에 걱정했습니다. 비가 내리려면 11월 1일에 많이 내리고, 2일에는 식사 마칠 때까지 걱정 안 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는데, 2일 아침 7시에 비가 그쳤고, 예상치도 않은 해까지 나서 더웠습니다. 갑제묘지 행사를 무사히 치를 수 있게 좋은 날씨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음식 준비와 배식, 설거지 뒷정리 도와주신 분들에게도 온 마음을 다해 감사드립니다.(한 번 더 감사의 박수!)
3. 갑제묘지 미사 때 말씀드렸던 것처럼, 대구 남산동 성직자묘지에 가면, 입구에 라틴어 글귀가 적혀있습니다. Hodie mihi, cras tibi” 4개의 단어인데, 그 뜻은 “Hodie”(오늘) “mihi”(나에게) “cras”(내일) “tibi”(너에게), 이 말의 의미를 연결해보면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즉 “오늘은 내가 죽지만, 내일은 네가 죽을 것이니, 너의 죽음을 기억하며 충실히 살아라.”라는 뜻입니다.
위령성월의 의미를 깊이 묵상할 수 있도록 제대 앞에 “Hodie mihi, cras tibi” 글자와 함께, 지난 17년간 돌아가신 교우들의 이름을 적었고, 또 성전 입구 게시판에 < 위령성월. 주님,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들에게 비추소서.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라고 적었습니다. 3일간 고심하며 2개의 스티로폴 게시판을 만들어준 교리교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4. 11월 1일부터 8일까지 묘지를 방문해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면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전대사를 받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지만, 연옥영혼들은 그들 자신을 위해 기도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해서 그들의 죄가 사라지면 그들은 천국에 갈 것입니다. 그러면 “소금 먹은 놈이 물 쓰인다.”라는 속담처럼, 그들은 우리를 반드시 도와줄 겁니다. 이렇게 천국의 성인성녀들, 지상의 우리, 연옥 영혼들이 공을 통한다고 해서 “성인들의 통공”이고, 사도신경을 바칠 때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라고 고백합니다.
현재 우리는 살아있지만, 언젠가 반드시 죽을 것입니다. 미래의 우리 모습을 생각하면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한 기도(연도)를 바치고, 그들을 위해 위령미사를 봉헌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고 죽을지 깊이 묵상하면서 11월을 충실히 보내야겠습니다. 아멘.